소식

여성의 눈으로 보는 동학, 다큐 소설 출간키로

소걸음2 2015. 4. 28. 11:28

“사람이 하늘이다, 하늘처럼 살아볼란다”

 

 

 


동학언니들, 스스로 펜을 들다


이 프로젝트를 최초로 기획한 작가 고은광순은 한의사이며 사회활동가, 여성주의자로 익히 알려진 인물이다. 그녀는 “과거 동학하는 이들은 양반, 상놈, 여자, 남자, 노인, 어린이 할 것 없이 모두 소중한 존재임을 깨달았고, 그런 깨달음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믿었던 사람들이다. 아름다운 그들을 되살려내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소설이었다.


 

애초에는 발굴한 사실들을 토대로 소설을 써 줄 만한 작가를 물색했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여성주의, 생명주의, 동학에 공감하고 글에 녹여내는 것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 함께 글을 쓰는 것으로 계획을 수정하고, 지인과 지인의 소개 등을 통해 글을 쓸 만한 사람을 섭외해 나갔다. 그렇게 모인 작가들은ᅠ한의사, 교사, 시민활동가, 명상지도사 등 다양한 지역,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여성들이다. 이들 중에는 고3 담임을 하며 주말마다 작가로 변신하는 워킹맘도 있고, 대북 전단 살포와 애기봉 등탑 반대 단체에 대한 탄압 중단을 촉구하며 기도교회관에서 몇 달째 무기한 시국농성 중인 이도 있다.


집단 창작과 상호 평가, 면밀한 사료 조사와 전문가 검증 거쳐


 

<동학언니들>이 애초부터 ‘동학하던 언니들’은 아니었다. 여성주의적 시각에 공감하던 이들이 전 세계적으로도 신분 차별과 남녀 차별이 보통이었던 시기에 이미 모두가 사람임을 강조했던 동학에 주목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여기에 동학 학자인 박맹수 교수(원광대)가 지원군으로 가세했다. 그의 저서 《개벽의 꿈》이 많은 작가들에게 동학에 대한 새로운 영감을 주었고, 도움을 청하는 일면식도 없던 이들의 요청에 흔쾌히 달려와 주었다.


 

등단 경험이 없다는 한계를 효과적으로 극복하기 위해 집단 창작 체제를ᅠ택했다. 일년 이상ᅠ정기적인 모임을 갖고 필요한 선생님을 찾아 함께 공부하며, 전문가 평가와 상호 평가를 진행했다. 다큐 소설로서의 깊이를 위해 실제 동학 수련과 사료 발굴도 함께했다.ᅠ실제로 소설 속에는 해월 최시형의 외손자이며, 윤극영, 홍난파와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동요작곡가 정순철과, 한살림 운동을 시작한 장일순, 동학농민혁명 당시 여성 지도자로 알려진 이소사, 최근 안장과 관련해 논란이 되고 있는 진도 동학군 유골 등과 관련된 이야기와 새롭게 발굴된 사실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팩션 아닌 다큐 소설


 

최근 팩트(fact)와 픽션(fiction)을 합친 팩션이라는 장르가 문학과 드라마, 연극, 영화 등에서 널리 퍼져 있다. 역사적 사실에 근거해 허구를 가미한 문학이라는 점에서 같지만 일반적으로 팩션이 허구의 틀에 역사를 차용한 성격이 강한 것에 비해 이 소설들은 역사적 사실을 발굴하고 알리는 쪽에 좀 더 무게가 실렸다는 점에서 ‘다큐 소설’이란 이름을 붙였다. 허구의 부분 역시 왜곡에 가까운 역사 비틀기나 뒤집기가 아니라 발굴되지 않은 이야기들을 채워가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최초 프로젝트를 기획한 의도나 작가들의 말에서도 드러나듯, 동학이라는 과거를 통해 현대에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 시대에 던지는 메시지로서의 동학

이들은 동학, 혹은 동학이 세상에 던지는 치유의 메시지에 매료된 사람들이다.
작가 고은광순은 동학을 바라보는 시선이 왜곡되어 있거나 편중된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일반인의 의식 속에 동학농민혁명은 전라도라는 지역, 죽창으로 대변되는 투쟁의 역사로 인식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동학농민혁명은 경상도, 충청도, 강원도, 서울·경기, 북한 등 지역을 가리지 않고 움직인 사건이었고, 이후의 역사와 의식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또 그 속에는 숨겨진 보물 같은 이야기들과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이것을 소설로 녹여내고 싶었어요. 투쟁과 역사로서의 동학이 아닌 죽어가는 사회에 치유의 메시지로서의 동학을 던지고 싶었습니다.”


 

이들은 새로운 동학, 이 사회에 던지는 다른 생각으로서의 동학을 이야기하고 싶다고 했다. 작가들 대부분은 틈틈이 다양한 사회 활동에도 나서고 있다. 최은희(최김은희) 작가의 경우 꾸준히 정읍 세월호 3년 걷기 활동에 참여해 오고 있으며, 최근 <동학언니들>은 소설의 소재가 되기도 했고,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진주 동학 유골 안장과 관련된 탄원서를 관련 부처에 제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