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이의 꿈 - 프롤로그
기적을 이루는 시소게임-프롤로그
마음을 모아 올바른 일을 함께 한다는 것은 기적을 이루는 일이다. 서로 다른 지역에서 전혀 모르던 사람들이 같은 울림을 이룬다는 것은 하늘이 하는 일이다. 동학소설 쓰기도 그렇게 기적처럼 이루어진 일이다. 세상의 낮은 존재에게도 하늘이 있다는 고귀한 사상이 혁명과 만나 동학혁명을 이룬 것처럼.
동료 선생님에게 최신판 백범일지를 받은 며칠 후 경주 용담정에서 첫 동학소설 워크숍이 있었다. 각자 자기가 쓸 지역을 정할 때 나는 새털같이 가벼운 마음으로 열 여덟 살 나이에 동학에 입도한 백범의 고향 황해도를 선택했다. 그러나 유적지 탐방이 어렵고 연구 결과물이 있는 남쪽 지역과는 다르다는 것을 바로 자각하면서 가벼운 선택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글을 쓰느라 지도를 자주 보며 황해도가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 소득이라면 소득이다. 이웃집 드나들듯이 세계 여행을 하는 시대에 가장 먼 오지보다 더 멀어 갈 수 없는 그곳이 우리의 지척에 있다. 갈 수 없는 곳이라 심정적으로 멀다고 생각하면서 오래 금을 긋고 담을 쌓았다.
황해도는 청일전쟁의 길목이요, 싸움터였다. 조선과 청나라에 대한 침략 계획을 세운 일본군대는 동학군을 상대로 학살을 했고 이것은 전라남도 진도와 황해도 기린도의 '서남 몰아붙이기 작전' 과 경신년 간도대학살로 이어졌다. 그 이후 동남아 지역은 일본군대의 지배하에 들어갔다. 한반도에서 평화를 유지하는 것이 세계 평화의 미래를 결정짓는다.
동학을 공부하면서 신분 간의 갈등, 나라들 간의 경제적인 이익 다툼에 마음이 아팠고 독립운동을 하면서도 서로 반목하고 죽이는 모습에 안타까움도 느꼈다. 인간 사회가 '나' 아니면 '너'라는 존재의 집합체이니 우선 나 자신의 분별심과 우매함부터 들여다 봐야한다는 생각도 하였다.
그러나 쌀 한 톨에도 그 안에 담긴 우주를 보고, 신분계층이 엄연한 사회에서 집에서 부리던 계집종을 딸과 며느리로 삼고, 가진 자가 없는 자와 함께 나누는 '유무상자'의 정신을 실천하며, 정갈한 마음으로 하늘에 정성을 드리던 신실한 믿음은 분명 지난 시절에도 있었고 지금도 살아 있다. 그래서 아직도 세상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고 살만한 세상이다. 문제는 아는 것을 이루는 실천이라고 생각한다.
예수를 믿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예수처럼 살고, 동학의 정신을 아는 것만이 아니라 실제로 동학을 하고, 자신만 드높이기보다 다른 존재를 더 귀하게 여겨주어 그 환한 빛으로 세상을 가득 채우는 것이 실천이다.
끊임없이 상대를 높여주어 자신도 함께 높아지는 즐거운 시소게임을 사랑하는 여러분과 함께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