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울님이 나와 함께하므로 두려울 것이 없었다
Q. 소설 쓰는 과정에 생긴 에피소드
A.
1. 학교에 늦게까지 남아 소설을 쓰고 있으면 가끔 교장 선생님이 교무실을 들여다 보시며 “아직도 안 갔어요?” 한다. 주말에 학교에 나오면 토요방과후담당 선생님, “바쁘시네요?” 한다. 주로 아침 8시에서 밤 10:00까지 학교에 남는데, 어쩌다 출장 가고 못 나가면 학교 숙직하시는 주사님 “ 김선생님 안 나와서 무슨 일인가 했어요.” 또는 9:00쯤에 가면 “김선생님, 오늘은 일찍 가시네요.” 한다.
2. 주말에 가끔 남편이 광주에서 강진으로 내려온다. 아내가 소설 쓴다고 먹을 것도 제대로 못 먹을까봐, 도시락에 과일을 싸 온다. 교무실 탁자에 단 둘만의 밥상을 차려놓고 나를 부른다. 때로는 산에 가자고 유혹한다. 해월 선생이 강원도에 피신하는 마음으로 산길을 걷자고 한다. 강원도 태백산 깊은 산중이라 상상하라며. 다음 주쯤에는 야간 산행도 해보자고 한다. 해월 선생은 주로 밤에 산길로 피신을 하셨으니까. 소설을 쓴다고 집안 일을 온통 남편에게 맡겨두고 있다. 생일, 제사도 못챙기고 있는 아내에게 불평 한 마디 안 하는 남편이 새삼스레 미안하고 고맙다.
3. 소설 쓴다고 평소 만나던 사람들을 통 못 만나고 있다. 평소 친하게 지내던 지인들 못 만난 적이 6개월이 넘었다, 동창모임, 각종 연구 모임, 종교기관에도 자주 빠진다. 조카 국어공부 좀 봐달라는 것도 거절하고. 내 모든 시간과 생활은 최소한의 것으로만 단순하게 유지하고 있다. 집에서 밥 해먹는 대신 떡이나 감자로 대신하고. 이 모든 것에 대한 내 변명은 한 마디. “나, 지금 소설 쓰고 있어.”
4. 주말에 학교에 나와 교무실에서 혼자 소설을 쓰고 있었다. 비가 내리는 조용한 오후, 갑자기 어디선가 “짹, 짹, 짹” 참새 소리가 날카롭게 들렸다. 평소 노래하는 소리가 아니었다. 위급한 상황 속에서 엄마를 부르는 다급한 소리였다. 밖으로 나가보니 1층 복도 창문에 붙어 참새가 밖을 향해 외치는 소리였다. 열린 창문으로 들어와서 출입구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창문을 열려고 다가가니 저만치 날아가 버린다. 얼마 후에 또 울어서 나가보니 어느새 2층으로 올라와 창문에 붙어 있다. 복도 계단으로 날아온 것일게다. 밖으로 내보내려고 다가가니 학생사물함 밑으로 들어가 버렸다. 꺼내려고 하였더니 운동장 쪽 유리창으로 날아간다. 인간에 대한 참새의 두려운 마음이 이해가 되었다. 잠시 심고를 하였다.
“한울님이시여, 저 참새가 놀라지 않게 하소서. 참새여, 그대 마음과 내 마음이 같은 한울님이니 놀라지 말라. 그대를 도와주고 싶다.”
그리고 창문으로 다가가 두 손을 꽃봉오리처럼 내밀었다. 손 안으로 참새가 쏙 들어왔다. 그 작은 참새 몸뚱아리가 따뜻했다. 심장이 팔딱팔딱 뛰었다. 까만 눈동자가 창밖을 향했다. 창문 밖으로 손을 내밀자 참새가 힘차게 날아갔다.
5. 소설 쓰면서 미안함과 고마움을 많이 느낀다. 동학 소설이라는 동일한 목표를 향해 함께 응원하며 나아가는 동학 도반들. 동학 자료를 부탁하면 기꺼이 제공해주신 박맹수 교수님, 정선 사람들 특히 이기원 선생님, 전제두 님과 고종호 님, 그리고 내 자신에게 고맙다. 처음 소설을 쓰면서 몸살을 앓았다. 중간중간 감기에 걸리기도 하였다. 그래도 별탈없이 무사히 여기까지 오게 해준 내 자신이 고맙다. 제 능력 헤아리지 않고 무조건 덤벼드는 주인 때문에 몸이여, 고생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