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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

해월의 딸 용담할미(13회) - 인질이 된 처녀들 (출세에 밝은 박정빈은 인질을 고문한 뒤 옥졸에게 내어 주는데...) 아침이 밝았을 때 문이 열리더니 두 남자는 거동 못 하는 손 씨를 끌어내어 밖에 대어놓은 소달구지에 태웠다. 매서운 북풍이 몰아쳤다. “아저씨, 산모 몸에 찬바람이 들어가면 안 될 터이니 우리가 모두 달구지에 탈 테요.” 윤이 동희를 먼저 태우고 달구지에 올라타더니 손 씨에게 가마니를 덮어주고 그 옆에 누워 한기를 막아주었다. “태희야 너도 얼른 올라와서 그 쪽으로 누워.” 나이는 비슷한데 윤이 머리 쓰는 것이나 당차기가 보통은 넘었다. “아저씨, 어디로 가는 거지요?” “가보면 알 거요.” 키가 크고 더 젊은 총각이 퉁명스레 말했다. 앞으로 모진 고초를 겪게 될 것을 저 여자들이 짐작이나 할까? 그의 표정에 딱하다는 빛이 언뜻 스쳐갔.. 더보기
해월의 딸 용담할미 (12회) - 청산은 붉게 물들고 어거지로 시집가다 (일본군은 "민나 고로시-모조리 죽여라!"는 명령을 받고 조선에 쳐들어왔다. 앞으로의 정복에 방해가 되는 동학군을 전멸시키기 위해 동학지휘부가 있던 청산과 보은은 이 잡듯이 뒤지며 문서를 수집하고 수차례 방화를 저질렀다.)- 일본군의 작전-모조리 살육하라! 9월 18일 총력 기포가 결정되고 이 소식은 빠르게 옥천, 영동, 보은, 황간, 충주, 괴산, 청주, 청안, 덕산, 목천, 서산, 공주, 당진, 안면도, 염천, 태안, 양지, 여주, 양근, 수원, 안성, 음죽, 원주, 홍천, 횡성으로 전달되었다. 20만 명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일본은 동학당을 모조리 잡아 없애기 위한 병력을 따로 파견하는 일이 당장 급한 일이라고 판단했다. 천황의 인가하에 이미 살육진압경험이 있는 야마구치현 히코시마(彦島) 수비병 1.. 더보기
청산편)해월의 딸 용담할미(10회)-청춘은 꽃피는데(청년 김구와 만나다) (17세의 윤과 19세의 김구가 청산에서 운명적으로 만나지만...) -청춘은 꽃피는데(청년 김구 청산에 오다) 갑오년(1894)의 새로 떠오른 해가 청산 문바윗골을 비추었다. 세상 구석구석, 하루도 빼지 않고 따듯한 빛을 비추어 뭍 생명을 존재하게 하는 참으로 고마운 해다. 도인들이 계속 문바윗골로 찾아들었다. 공주와 삼례, 그리고 광화문에서의 상소에 이어 보은의 큰 집회에 이르기까지 지속된 신원 운동에도 조정은 식언을 반복하며 눈앞의 동학도들을 흩어 버리기에 급급했다. 더 큰 힘으로 더 세게 조정을 압박하자는 제안을 하는 도인들이 생겨났다. 전라도에서는 지난해 보은 집회 이후 유태홍, 김개남, 손화중, 전봉준 접주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듯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전라도 지역에서 관의 읍폐는 그 어느 지역보.. 더보기
해월의 딸 용담할미(7회)- 큰어머니의 죽음과 새어머니의 등장 (윤과 새어머니 손씨/ 심상훈은 어떤 인물인지 유의해보세요.) 윤은 손 씨 큰어머니에게 괜스레 미안하고 송구한 마음이 들어 젊은 어머니가 오게 될 모양이라는 걱정의 뜻을 비추어보았으나 이미 쇠잔할 대로 쇠잔해진 큰어머니는 다만 감사할 뿐이라며 윤이 어른의 보살핌을 받게 된다면 다행한 일이라고 말해주었다. 새어머니는 젊고 시원시원했다. 손 소사가 큰댁을 어머니처럼, 윤을 동생처럼 스스럼없이 대하고 집안 살림을 규모 있게 꾸려내는 것을 보고 주변사람들은 모두 한 걱정을 덜게 되었다. 윤이는 집안일을 도우며 짬짬이 다시 공부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언문으로 된 책은 쉽게 읽고 쓸 수 있어서 집을 드나드는 아저씨들에게 책을 구해 달라 부탁해서 닥치는 대로 책을 읽었다. 저녁에는 언니 같은 손 소사에게 이런.. 더보기
해월의 딸 용담할미(5회) - 어머니, 큰어머니, 새어머니 (열 살이 된 윤이 아버지 해월의 첫 부인 손씨를 만나는 장면) 2. 어머니, 큰어머니, 새어머니 (1886~ ) -큰어머니 손씨 아버지의 첫째 부인이라니? 아이들은 눈이 둥그레져서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았다. 방으로 올라선 김 씨가 손 씨에게 큰절을 하자 손 씨는 맞절을 했다. 손 씨는 수시로 쿨럭거리며 타구에 가래를 뱉는 것이 건강이 안 좋은 듯했다. 아이들은 저녁을 먹는 둥 마는 둥 바로 쓰러져 잠이 들었고, 오랜만에 만난 두 여인네는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모르고 이야기꽃을 피웠다. “그래, 어린 것들 데리고 사느라 얼마나 고생이 많은가?” “저야 힘들기는 해도 아이들이랑 사느라고 적적할 틈도 없지요. 형님은 혼자 얼마나 적적하시겠어요? 몸도 불편하신데. 제가 그저 송구할 따름입니다.” “그게 자네 .. 더보기
해월의 딸 용담할미(4회) - 속이 깊은 아이 윤 (관의 추적을 피해 떠도는 삶속에서도 성장하는 아이들. 아버지의 첫째 부인을 만나게 되고...) 송두둑은 해월이 입도 후 가장 오래, 가장 평화롭게 살았던 곳이었다. 꺼져 가는 동학의 불꽃을 살려낼 수 있었던 고마운 동네였다. 그러나 수상한 눈길이 잦아진 이상, 이제는 더 이상 미련을 둘 곳이 못 되었다. 해월은 바로 보따리를 챙겨 송두둑의 집을 사위가 된 연국에게 부탁하고 날이 어두워지자 혼자 집을 떠났다. 전라도 익산의 사자암으로 들어간 해월은 수 개월간 암자에 머물며 관가의 경계를 피했다. 초겨울에는 손병희 등과 충청도 공주의 가섭사에서 기도를 하며 이제는 손수 일일이 챙길 수 없게 커져 버린 각처의 도인들을 지도하고 연락 체제에 대해 궁리해 보았다. 송두둑 가족의 피신에 대해서는 얼마 전 제자들에.. 더보기
해월의 딸 용담할미(3회) - 김연국이 사위가 되고... (이필제난 이후 고난을 겪는 해월가족, 둘째 아내를 얻고 김연국을 사위로 맞게 되는데...) 관군의 집요한 추적을 피해 해월은 깊은 절망을 안고 소백산 골짜기를 탔다. 굶주림에 지쳐 죽을 고비를 넘기고, 비몽사몽간에 높은 절벽에 서서 뛰어내릴 생각까지 품었으나, 고비원주(高飛遠走), 높은 뜻을 펼치고 멀리까지 도를 펴라는 스승님의 말씀이 마지막 한 걸음을 멈춰 세웠다. 스승의 인도가 있었던가, 한울님의 감응이 있었던가. 영월 직곡리 박용걸의 집에 겨우 의탁하게 되어, 몸을 추스르며 49일 기도를 드렸다. 수운 스승이 살아 계실 때 49일 기도를 여러 차례 했지만 이렇게 치열하게 기도한 것은 처음이었다. 기도를 시작하자마자 통곡이 터져나왔다. 자기의 과오로 희생된 도인들을 생각하며, 어린 나이에 참수를 앞.. 더보기
해월의 딸, 용담할미(2회) - 평생제자 김연국을 만나게 된 사연 (이필제의 난의 여파로 피신하면서 해월은 첫째 부인 손씨와 헤어져 서로의 소식을 알 수 없게 되고 둘째 부인 김씨와 살게 되는데...) 이곳 단양 도솔봉 아래 사는 날부터 연화는 예전의 모습을 다시 찾아갔다. 어린 동생들, 솔봉이와 윤이도 생겨났다. 이젠 스무 살의 과년한 처녀가 된 연화는 11살, 14살 터울의 솔봉과 윤에겐 어머니 같은 누이요 언니가 되었다. 김 씨도 연화와 둘이 살 때엔 이런 행복이 다시 오리라 생각지 못했다. 새로 만난 남편은 한없이 어질고 부지런했으며 찾아오는 이들이 많았지만, 그들은 한결같이 점잖았다. 남편에게 쉴 새 없이 무언가를 묻고 말씀을 듣는 표정들은 더 없이 부드럽고 온화했다. 돌아가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한층 평화로운 미소가 감돌았다. 손님 뒤치다꺼리가 많아도 하나도 .. 더보기
해월의 딸 용담할미(1회) - 어마 돌나물이 신기하네 해월의 딸-용담할매1. 어마, 돌나물이 신기하네  여섯 살 윤이겨우내 휘몰아치던 칼바람이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더니 북쪽의 흰봉산과 도솔봉에 더 많은 햇살이 머무르고 높은 하늘에서 새소리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집 뒤의 삿갓봉에서는 다다다다닥 부지런한 딱따구리가 새 집을 장만하는 모양이다.나뭇가지에 물이 올라 연두색으로 변해가고 지난 가을부터 가지 위에 쌀알만 하게 달려있던 눈이 커지기 시작했다. 봉오리의 노랑 빛이 진해지더니 개나리가 피었고 분홍빛이 진해지더니 진달래가 폈다.날씨가 따듯해지자 윤이는 부쩍 밖에 나와 노는 시간이 많아졌는데 김 씨는 마당 한쪽의 흙을 손가락으로 헤치며 윤에게 와서 보라고 했다. 김 씨가 흙을 헤친 곳에는 연두색 싹이 뾰족이 드러났다.“아아...”윤이는 그 뿐. 입을 벌리고는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