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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님, 모심] -12회 영월로 돌아가다 (김현옥) 영월로 돌아가다 “주인장, 안에 계십니까? 계십니까?” 한밤중 외딴 산골 집 밖에서 소리 죽여 부르는 소리에 장봉애(張奉愛)는 깜짝 놀라 잠에서 깨었다. “여보, 누가 왔어요. 어서 일어나시오.” 남편 박용걸을 깨웠다. 박용걸은 놀라서 벌떡 일어났다. 주섬주섬 옷을 걸쳐 입고 밖으로 나가더니 인사하는 소리가 두런두런 들렸다. 장봉애는 재빨리 옷을 갖춰 입었다. 이불 갤 틈도 없이 손님 두 사람을 방 안으로 데려왔다. 보름 전인가 들렀던 사람들이었다. 그동안 얼마나 고생했는지 볼은 홀쭉해지고 광대뼈만 튀어나왔다. 그러나 쑥 들어간 두 눈에서 범접할 수 없는 기운이 품어져 나왔다. 해월과 강수의 무명 저고리와 바지가 얇아서 몹시 추워 보였다. 그동안 제대로 간수하지 못한 상투는 헝클어졌고, 옷은 찌든 때에 .. 더보기
비구름을 삼킨 하늘(11회)-2장 1892년 공주 2장 1892년 공주 (전회에 이어서) 의령은 잠시 눈을 감고 숨을 고른 후 장을 열어 깊숙이 넣어 두었던 보자기를 꺼냈다. 일 년 전 저수지에 몸을 던졌을 때 구해 준 선비가 벗어 자기 몸에 덮어 주었던 도포였다. 도포의 사연을 알고 배씨 부인이 빨아서 정성껏 손질한 후에 의령에게 전해주며 혹시나 살아가면서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도포에 담긴 선비의 고마움을 잊지 말라는 말을 덧붙였다. 의령은 도포를 손끝으로 가만히 쓸어 보았다. 선비를 만났으니 도포는 당연히 선비에게 돌려줘야 했다. 도포를 돌려줄 때는 장날에 옷감을 사서 손수 중치막을 지어 고맙고 미안한 마음을 전하고 과거를 끊어 내리라 생각했다. 의령은 더 이상 지난날의 후회와 고통 속에서 살고 싶지 않았다. 그 며칠 후 장날, 두 사람은 거짓말처럼.. 더보기
해월의 딸 용담할미(11회) -혁명이 시작되다! (덕기 오빠에 이어 연화언니도 떠나고 상황은 급박해지기 시작한다. 피비린내가 온 강산을 뒤덮게...)(연화언니도 떠나고)청산의 거포리 거흠에 거처를 정한 뒤 문바위와 보은을 오가며 묵묵히 장정 이상의 몫을 톡톡 해 내던 연화가 윤과 영동 심천의 장동리에 심부름을 가던 중 갑자기 아랫배를 움켜쥐며 얼굴을 찡그렸다. 윤이 급히 가까운 의원을 물어 찾아갔다. 그새 연화의 얼굴은 백짓장처럼 하얗게 되었다.“언니, 이게 웬일이우?”“고르게 있던 달거리가 이번 달엔 한참 없기에 혹시 수태했나 생각했지. 그런데 새벽부터 하혈이 있으면서 아프기 시작했어. 참아보려고 했지만….”맥을 짚어보던 의원이 말했다. “수태가 맞습니다만…. 이걸 어쩌누…. 뭔가 잘못된 것 같구료.”연화를 딱하게 바라보던 의원은 주섬주섬 침 도구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