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이의 꿈(12회) - 개항(3) 호기롭게 나섰지만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아 준기는 슬슬 걱정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상처를 차근차근 살피면 살필수록 상태가 심상치 않았다. 무엇보다 환자의 마음이 문제였다. 병이 나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은커녕 얼른 죽게 놔두라며 걸핏하면 욕설을 내뱉었다. 세상에 대한 원망으로 몸도 마음도 거칠어진 상태였다. 준기는 그것을 살려달라는 비명으로 알아들었다. 자신 없어지는 마음을 다잡으며 환자의 몸보다 마음을 더 살폈다. 연화가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 이를 악물고 견뎌야 했다. 쉽게 호전되지는 않았으나 환자의 얼굴이며 몸이 하루가 다르게 깨끗해졌다. 준기와 연화가 한결같이 정성을 기울이자 환자는 서서히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원망의 마음을 누그러뜨리고 두 사람의 손길에 온전히 몸을 내맡기자 병세가 나아지는 듯했다... 더보기 깊은 강은 소리 없이 흐르고 12회 - 비와 구름을 몰고 온 여인 “꽝! 꽈아아앙!” 흐린 하늘로 포 소리가 울려 퍼진다. 탐진강가에서 장녕성을 향해 서 있던 도인들이 함성을 지른다. 이미 전날 벽사역에서 승리를 맛본 도인들의 기세는 하늘을 찌를 듯 높았다. 하룻밤 사이에 여름 장맛비처럼 불어난 도인들의 숫자를 눈으로 헤아려 보며 이소사는 말고삐를 단단히 잡았다. 최신동이 행렬의 맨 앞에서 나팔을 불었다. 나팔소리가 고요하던 장안으로 울려 퍼지며 성 주변의 사람들을 깨웠다. 도인들은 일제히 장녕성을 향해 전진했다. 가파른 산자락을 타고 올라야 하는 남문 공략은 이방언 대접주가 맡았고, 탐진강 줄기에서 올라오는 동문을 향하는 동학군은 이인한 대접주가 지휘하고 있었다. 삼단 같은 검은 머리에 홍조를 띤 볼, 형형한 눈빛의 젊은 여인, 이소사가 이끄는 농민군은 북문을 치기로.. 더보기 12회 피어라 꽃 <해남진도제주> 이랴, 개벽 세상으로 가자 화원에 도착해서 말을 목장에 넣고 말총이는 감목관 거처부터 알아보았다. 관마청은 목장에서 5리 정도 떨어져 있었다. 말총이는 군두의 지시대로 말에게 풀을 먹이고 우물가에 있는 말똥을 치웠다. 한양으로 뽑혀 가는 말들이라 그 사이에 몸이 축나거나 병이 들까봐 군두는 말 관리를 철저하게 시켰다. 저녁 일을 마친 후 말총이는 목자들 몰래 군부를 찾아갔다. 그는 아버지가 준비해 준 말린 생선포와 술을 싼 보자기부터 내밀었다. “뭣이여? 이것이?” 군부의 입이 헤 벌어지는 것을 놓치지 않고 말총이가 입을 열었다. “옆집 사월이가 시방 관마청에서 대감마님 수종 들고 있는디라우. 사월이 어매가 지한테 눈물 바람을 함서 이 옷을 꼭 사월이한테 잔 갖다 주락 하요.” 말총이는 옷보따리를 보여주었다. “에미라고 딸을 시집.. 더보기 이전 1 ··· 5 6 7 8 9 10 11 ··· 6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