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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깊을수록 봄빛은 찬란하다(12회) - 그들은 죽음이 두렵지않았다 손병희는 남접의 장군 전봉준과 첫 대면을 하는 순간 ‘늑대의 상이로다.’라고 혼잣말을 하였다. 불의와 불평등을 한시도 참지 못하며 그래서 절대 권위에 길들여지지 않고 투쟁하는 인간. 전봉준에게서 영원한 자유를 꿈꾸며 결코 길들일 수 없는 야성을 느꼈다. 반면 전봉준은 손병희에게서 카리스마 넘치는 호랑이상을 느꼈다. 충의에 몸을 던지는 인간, 굳센 의지와 용맹으로 휘하의 사람들을 서늘하게 만드는 위용을 가진 인간….남접과 북접을 각각 대표하는 장수가 한 자리에 만나 서로를 탐색하는 듯 묘한 긴장이 흘렀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들은 모두 하늘님을 마음으로 모시는 동도이며 ‘보국안민’, ‘척양척왜’의 깃발 높이 들고 비장한 각오로 나선 장수들 아니던가. 서로의 거친 손을 따뜻하게 마주잡았다.“저보다 6살 .. 더보기
님, 모심(13회) - 남대천 물고기의 주인 남대천 물고기의 주인 장봉애는 양양 오대산 자락에서 부모님을 비롯하여 일곱 형제자매와 함께 살았다. 그곳의 물은 오대산 가마소 계곡과 두로봉에서 발원하여 법수치리 계곡, 남대천을 지나 동해안으로 흘러갔다. 양양 사람들은 남대천을 모천, 즉 어머니 강으로 불렀다. 황어, 은어, 연어 떼가 시기별로 산란하기 위해 바다에서 돌아오는 풍족한 강이었다. 그러나 강에 고기가 많아도 그녀 가족에겐 그림의 떡이었다. 남대천을 비롯하여 양양에 있는 하천들은 다 관아에서 관리하여 물고기도 마음대로 잡을 수 없었다. 그래서 다른 산간 지방처럼 풀뿌리를 캐고, 한 뙈기 밭농사에 온 가족이 매달려 살았다. 그녀는 장녀로 태어났다. 연년생으로 태어난 동생들 때문에 어머니 젖은 늘 말라 있었다. 그래서 어머니는 그녀에게 어린 동생.. 더보기
경상도편 (7회) -호랑이가 보호하는 사람들 (산속에서 만난 도치, 해월에게서 아버지를 발견하고...)“20년 전에?” 아낙이 기침을 내 뱉으며 애써 일어나 벽에 기대어 앉았다. 도치는 어머니와 해월을 번갈아 보다가 울먹이며 입을 열었다. “임술년, 이십년 전에 탐관오리들한테 대들다가 대표로 지목되어 처형당하셨다고 합니다. 아버님 이름은 정나구이고요,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이웃 아저씨에게 부탁해 엄마와 저를 이곳으로 보내셨습니다.” 해월은 도치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아낙을 일으켜 세웠다. “호랑이가 왜 이 사람을 해치지 않는지 그 이유를 알겠소이다. 잠시만 기다리시오. 제가 가서 약초를 구해 올 터이니 하늘에게 꼭 살아야 한다고 알리시오. 꼭이요.” 도치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해월을 골짜기가 끝나는 곳까지 배웅해 주었다. 해월은 도치의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