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님, 모심] -14회 영월에서 49일 기도 (김현옥) 영월에서 49일 기도 다음 날 장봉애 아버지 장필생은 양양옥 관아 뜰에 놓인 형틀에 묶여 곤장 십여 대를 맞고서야 결국 실토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와 어머니가 면회가 허락되었을 때는 엉덩이 살이 짓물러지고 터져서 양양옥 멍석 바닥에 엎드려 신음하고 있었다. 그녀는 옷 한 벌과 돈 30냥을 가져다 속전으로 바쳤다. 어머니가 딸 시집 밑천으로 모아 둔 돈이었다. 그러나 관아에서는 아버지를 내보내지 않았다. 어머니와 그녀는 날마다 감자며 조밥 등을 해 왔다. 잘 먹어야 장독에 걸리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이웃집에서 빌린 돈으로 곡식을 샀다. 집에 있는 그녀 동생들은 굶어서 누리끼리한 얼굴로 물배만 커져 있었다. “저…. 남편을 언제쯤 내보내 주시는 겁니까?” 장봉애 어머니가 옥을 지키는 포졸 눈치를 살피며 조심.. 더보기 해월의 딸 용담할미(13회) - 인질이 된 처녀들 (출세에 밝은 박정빈은 인질을 고문한 뒤 옥졸에게 내어 주는데...) 아침이 밝았을 때 문이 열리더니 두 남자는 거동 못 하는 손 씨를 끌어내어 밖에 대어놓은 소달구지에 태웠다. 매서운 북풍이 몰아쳤다. “아저씨, 산모 몸에 찬바람이 들어가면 안 될 터이니 우리가 모두 달구지에 탈 테요.” 윤이 동희를 먼저 태우고 달구지에 올라타더니 손 씨에게 가마니를 덮어주고 그 옆에 누워 한기를 막아주었다. “태희야 너도 얼른 올라와서 그 쪽으로 누워.” 나이는 비슷한데 윤이 머리 쓰는 것이나 당차기가 보통은 넘었다. “아저씨, 어디로 가는 거지요?” “가보면 알 거요.” 키가 크고 더 젊은 총각이 퉁명스레 말했다. 앞으로 모진 고초를 겪게 될 것을 저 여자들이 짐작이나 할까? 그의 표정에 딱하다는 빛이 언뜻 스쳐갔.. 더보기 <섬진강은 흐른다 12회> 10장 휘날리는 동학농민혁명의 깃발(1894년) 10장 휘날리는 동학농민혁명의 깃발(1894년) 그날은 양계환이 논농사를 챙기려고 집을 나서려는데 아침 댓바람에 유석훈이 찾아왔다. 봉강서 월포까지는 한나절은 부지런히 걸어야 할 길인데 새벽 일찍부터 길을 나선 모양이다. 그만큼 급한 전갈이 있는 거였다. 유 접주 표정이 심각했다. 사랑채에 들어서 자리를 잡자마자 그는 품에서 종이 문서를 꺼내면서 말했다. “양 접주. 우리가 말하던 일이 예상헌 거보다 빨리 왔구마. 전라도 무장에서 전봉준, 손화중, 김개남 접주가 기포(起包)했다고 연락이 왔네. 이거이 포고문이여. 언능 읽어봐.” “엉? 그럼 전국에서 기포한단 말이여? 어디 보자.” 그렇게 물어보면서 전해 받은 포고문을 빠르게 읽어 내려갔다. — 나라에는 부채가 쌓여 있는데도 갚으려는 생각은 아니하고 교만.. 더보기 이전 1 2 3 4 5 6 7 ··· 6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