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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포에 부는 바람 (11회) - 광화문 복합상소 3이창구는 삼례에서 돌아오자마자 부모님의 승낙을 얻어 순섬이와의 혼례를 조촐하게 치르기 위해 준비를 서둘렀다. 집안 식구들에게 잔칫상에 쓸 음식을 간단하게 준비하라고 일렀다. 간단하게 한다고 하지만 인륜지대사이고 보니 집안 전체가 음식 준비로 분주했다. 도씨 부인은 순섬이가 소실로 들어온다는 생각에 속이 문드러졌다. 사람들 이목도 두려웠다. 문득 음식을 준비하려고 앞마당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자신의 꼴이 볼썽사나워 보였다. 그녀는 일그러지는 표정을 감추기 위해 슬그머니 뒤꼍으로 갔다. 여종 하나가 완자전을 만들기 위해 고기를 다지고 있었다. 그녀는 여종에게서 칼을 빼앗아 들고 본인이 직접 고기를 다졌다. 눈물이 고기를 적셨다. 그녀의 심정을 아는지라 아무도 그녀 곁을 얼씬거리지 않았다. “아이구 마님, .. 더보기
꿈이 있더냐(10회) - 벅차오르는 희망, 동학의 뜻은 넓게넓게 퍼져라 칠성이는 동 터오는 새벽, 벽에 기대 앉아 혼자 어찌 해야 할지 방도를 생각하고 있다. 며칠째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몸은 천근만근이지만 눈빛은 어느 때보다 반짝거렸다. ‘스승님이 계셨다면 어찌 했을까?’ 칠성이는 돌아가신 곽 할배 생각이 났다. 글을 알아야 한다고, 어린 아이들 대여섯을 모아 작은 서당을 열었던 곽 할배가 그의 유일한 스승이었다. 재미난 이야기와, 넉넉하진 않았지만 틈만 나면 주먹밥이며 군것질 거리를 챙겨주던 스승님. 칠성이는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곽 할배가 생각나곤 했다. “칠성아, 너는 아주 큰 힘을 가지고 태어났단다.” “예 스승님, 모두 저보고 장군이 될 거래요. 아버지 닮아서 힘도 세고, 키도 크고요.” “그래, 칠성이는 장군이 될 게야. 갑옷을 입고 칼을 들어 외적에 맞서 .. 더보기
깊은 강은 소리 없이 흐르고 11회 이인한 기포령을 올리다(2) 남원집회 이후 전라도 남서부 일대에는 요소요소에 동학농민군 부대들이 혹은 운집하고 혹은 이동하며 고을고을을 휩쓸고 있었다. 그러나 전라도 전역을 통틀어서, 아니 어쩌면 전국을 통틀어서 동학농민군에게 목에 가시 같은 나주성이 인근에 있어서 이를 믿고 항거하는 몇몇 양반 중심의 민보군 부대도 만만찮게 세를 규합해 가고 있었다. 더욱이 이들은 일본군과 관군이 곳곳에서 동학군을 대패시키며 남하해 온다는 소식을 듣고 대대적인 반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웅치면에 모인 수천 명의 동학군들은 머리에 황건을 쓰고 깃발을 흔들며 함성을 질렀다. 이미 전주성을 함락하고 내려온 외부의 동학군들도 함께 참석을 했고, 인근이 보성과 강진에서 들어온 도인들도 합세를 했다. 장흥부사 박헌영은 수많은 동학농민군들이 웅치면에 웅거해 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