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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구름을 삼킨 하늘(10회)-2장 1892 공주 2장 1892년 공주 (전회에 이어서) 동이는 배씨 부인이 자신의 혼란스런 마음을 눈치 챌까 겁이 났다. “어머니 집에 오기 전에 죽으려는 저를 살려 주었던 그 선비님이오.” “어머나, 그래? 어디서?” 의령이 과거의 일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지만 저수지에서 자신을 구해 주었던 선비에 대해서는 털어놓았다.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지도 않은 듯 배씨 부인의 눈이 놀라움으로 커졌다. “어제 감영에서요. 차림새로 보아하니 행세께나 하는 양반인가 봐요.” 기대에 부풀었던 배씨 부인의 얼굴이 양반이라는 말에 한순간 걱정으로 변했다. 의식을 잃고 쓰러졌을 때 덮어 주었던 도포로 지체 높은 양반이라고 짐작은 했지만 금영을 드나드는 사람이라는 말에 지레 걱정이 되었다. 현재 금영에서의 잔혹한 수탈과 횡포는 위.. 더보기
청산편)해월의 딸 용담할미(10회)-청춘은 꽃피는데(청년 김구와 만나다) (17세의 윤과 19세의 김구가 청산에서 운명적으로 만나지만...) -청춘은 꽃피는데(청년 김구 청산에 오다) 갑오년(1894)의 새로 떠오른 해가 청산 문바윗골을 비추었다. 세상 구석구석, 하루도 빼지 않고 따듯한 빛을 비추어 뭍 생명을 존재하게 하는 참으로 고마운 해다. 도인들이 계속 문바윗골로 찾아들었다. 공주와 삼례, 그리고 광화문에서의 상소에 이어 보은의 큰 집회에 이르기까지 지속된 신원 운동에도 조정은 식언을 반복하며 눈앞의 동학도들을 흩어 버리기에 급급했다. 더 큰 힘으로 더 세게 조정을 압박하자는 제안을 하는 도인들이 생겨났다. 전라도에서는 지난해 보은 집회 이후 유태홍, 김개남, 손화중, 전봉준 접주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듯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전라도 지역에서 관의 읍폐는 그 어느 지역보.. 더보기
섬진강은 흐른다(9회) - 7장 보은 원평 취회(1893년) 7장 보은 원평 취회(1893년) 석평 마을을 감싸고 있는 뒷산에는 산죽이 빽빽이 들어차 있다. 봄날의 기운은 산죽 색깔을 어느새 싱그러운 초록으로 다 바꿔 놓았다. 빽빽하다 못해 무성하다는 느낌을 주는 산죽 사이로 띄엄띄엄 소나무들이 서 있다. 검게 갈라진 등걸을 휘어 올려 우뚝 선 소나무가 장관이다. 연하디 연한 잎사귀를 달고 봄바람에 한들거리는 대나무들 보란듯이 소나무는 진한 검초록의 뾰족한 솔 잎새를 대나무 군락을 훨씬 넘긴 높이에 펼치고 있다. 마치 대장 군사가 병졸들을 훈련시키고 있는 모양마냥 기운도 당당하게 우뚝 서 마을을 내려다보고 섰다. 그 앞에 석평 마을 집들이 자리를 잡았다. 유석훈 접주 집은 석평뜰에서 바라보면 높고 그들먹한 터에 자리를 잡았다. 사랑방에는 동네 청년들이 다 모였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