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말목장

12회 피어라 꽃 <해남진도제주> 이랴, 개벽 세상으로 가자 화원에 도착해서 말을 목장에 넣고 말총이는 감목관 거처부터 알아보았다. 관마청은 목장에서 5리 정도 떨어져 있었다. 말총이는 군두의 지시대로 말에게 풀을 먹이고 우물가에 있는 말똥을 치웠다. 한양으로 뽑혀 가는 말들이라 그 사이에 몸이 축나거나 병이 들까봐 군두는 말 관리를 철저하게 시켰다. 저녁 일을 마친 후 말총이는 목자들 몰래 군부를 찾아갔다. 그는 아버지가 준비해 준 말린 생선포와 술을 싼 보자기부터 내밀었다. “뭣이여? 이것이?” 군부의 입이 헤 벌어지는 것을 놓치지 않고 말총이가 입을 열었다. “옆집 사월이가 시방 관마청에서 대감마님 수종 들고 있는디라우. 사월이 어매가 지한테 눈물 바람을 함서 이 옷을 꼭 사월이한테 잔 갖다 주락 하요.” 말총이는 옷보따리를 보여주었다. “에미라고 딸을 시집.. 더보기
피어라 꽃(9회) 사월아 사월아 말총이는 잘 마른 마초를 새끼로 묶어 날랐다. 말총이는 새 저고리에 새 잠방이를 입었다. 사월이가 지어준 옷이다. 알맞춤한 길이였다. 몸에 맞는 새 옷을 입으니 구김살 없이 반듯한 얼굴과 몸이었다. 건초더미가 산처럼 쌓였다. 여름에 이렇게 준비해 놓지 않으면 말이 겨울내 먹을 수 없었다. 사월이가 텃밭에 앉아 있는 게 보였다. 솔을 베고 있었다. 주위에 아무도 없는 것을 보고 사월이를 건초 더미 뒤로 불렀다. 사월이가 입을 다문 채 배시시 웃으며 다가왔다. 볼에 보조개가 깊게 파였다. 가무잡잡한 피부에 허리가 길고 곧았다. 말총이는 사월이의 손을 서둘러 잡았다. 그들은 올 가을에 혼인할 것이었다. 부모님이 사윗감으로 한마치를 점찍자 사월이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운 채 밥을 굶었다. 어머니는 동네 소문날까.. 더보기
피어라 꽃(2회) - 봄바람 말목장에 불어오다(2) 어제 저녁참에도 한마치가 사월이에게 왔다. 한마치는 이번 달 보름에는 사월이 부모님께 청을 넣겠다고 하였다. 오늘이 열사흘이니 이틀 후면 한마치의 부모님이 그녀의 부모님께 청혼할 것이다. 한마치는 식구며 일가친척도 많고, 살림도 포실했다. 부모님 보기에는 아버지와 단둘이 사는 가난한 말총이보다 한마치가 사윗감으로 더 나을 것이다. 열흘 전 사월이가 말총이를 따라간 것도 딴은 그래서였다. 그가 산으로 올라가는 것을 보고 부리나케 나물바구니를 끼고 쫓아간 것이다. 누가 볼까 무서웠지만 말총이에게 손까지 잡혀 주었다. 그랬으면 사내가 똑 부러지게 일을 매듭지어야지 그는 지금까지도 어리벙벙한 모양이었다. 한마치가 사월이에게 마음이 있는 것을 동무들도 눈치 챈 모양이었다.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지만 마치 사월이가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