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깊을수록 봄빛은 찬란하다(3회) - 임최소현 사진설명: 구중궁궐 창덕궁의 일부 모습 대표들의 낯빛이 바뀌었다. 손병희는 낮에 비몽사몽간에 눈앞에 나타났던 장면이 이렇게 펼쳐지는 게 더욱 놀라웠다. 누군가 괘서를 붙인 후에 쫓기고 있었는데, 손병희 도력으로 무사히 빠져나갔음을 직감하였다.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잠시, 그는 이번 상소문의 대표로 이름을 올린 박광호 등 다른 대표들을 독려하여 서둘러 짐을 싸서 서울을 빠져나가야 했다. 조정에서는 이제까지 혹세무민하는 서학의 요설(妖說)에 싸잡힌 무지몽매한 집단이며 유리걸식하는 비적떼라고만 치부하던 동학도들이 엄정한 위의를 갖추고 정연한 이치를 펴는 것에 내심 놀랐다. 그들은 질서정연하였고, 나라의 문제점을 정확하게 비판하고 걱정하는데다가, 최근에 걷잡을 수 없이 밀어닥치는 외세에 대해서도 날카롭게 비.. 더보기 해월의 딸 용담할미(3회) - 김연국이 사위가 되고... (이필제난 이후 고난을 겪는 해월가족, 둘째 아내를 얻고 김연국을 사위로 맞게 되는데...) 관군의 집요한 추적을 피해 해월은 깊은 절망을 안고 소백산 골짜기를 탔다. 굶주림에 지쳐 죽을 고비를 넘기고, 비몽사몽간에 높은 절벽에 서서 뛰어내릴 생각까지 품었으나, 고비원주(高飛遠走), 높은 뜻을 펼치고 멀리까지 도를 펴라는 스승님의 말씀이 마지막 한 걸음을 멈춰 세웠다. 스승의 인도가 있었던가, 한울님의 감응이 있었던가. 영월 직곡리 박용걸의 집에 겨우 의탁하게 되어, 몸을 추스르며 49일 기도를 드렸다. 수운 스승이 살아 계실 때 49일 기도를 여러 차례 했지만 이렇게 치열하게 기도한 것은 처음이었다. 기도를 시작하자마자 통곡이 터져나왔다. 자기의 과오로 희생된 도인들을 생각하며, 어린 나이에 참수를 앞.. 더보기 비구름을 삼킨 하늘(3회) - 1장 1891년 공주(1) 1장 1891년 공주 도망치다시피 상엿집을 뛰쳐나온 동이는 뒤집어쓴 도포를 더욱 몸에 감쌌다. 달빛이 유난히 밝았다. 죽으려 물속에 들어간 순간부터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절대로 죽으면 안 된다고, 어떻게든 살아남겠다고 약조하라던 어머니의 말을 무시하고 물속으로 들어갔는데 선비가 뛰어들었다. 어머니의 바람 때문일까? 동이는 어머니를 생각하자 물에 젖어 몸에 달라붙은 옷에 한기를 느꼈다. 그러자 다시 온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그녀가 도포로 아무리 몸을 감싸도 떨림은 멈추지 않고 더욱더 심해졌다. 동이는 머리가 어지러웠다. 죽지도 못하는 목숨이란 게 이런 것이구나 생각했다. 술에 취한 아버지가 울면서 하던 말이 떠올랐다. 죽는 것이 사는 것보다 힘들단다. 동이야, 동이야. 눈물 젖은 아버지의 목소리가 바.. 더보기 이전 1 ··· 46 47 48 49 50 51 52 ··· 6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