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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포에 부는 바람(2회) - 곰방대를 적시는 여름날의 소나기 2장 곰방대를 적시는 여름날의 소나기 1. 이창구는 순섬이와의 혼사가 깨진 후 바로 연산에 사는 도씨 규수와 혼인을 했다. 벌써 14년 전의 일이다. 결혼 이듬해에 낳은 아들 찬고가 커서 그의 일을 도왔다. 그동안 그는 포목점과 대부업을 통해 큰돈을 벌었다. 사람들은 그가 재산을 늘리는 능력만큼은 타고났다고 했다. 그의 포목점이 사람들로 들끓게 된 데는 연유가 있었다. 그는 무명 열 필을 사면 한 필을 덤으로 주었다. 당장의 이문을 적게 보는 대신 많이 팔게 되니 결국은 나날이 장사 규모가 커지고 버는 돈이 많아졌다. 대부업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사채의 이자는 5할 장리로, 춘궁기에 쌀 한 말을 꾸어 가서 가을에 돌려줄 때는 한 말 반을 갚아야 했다. 그러나 그는 2할 단리를 받았다. 그러다 보니 나락이.. 더보기
동이의 꿈(2회) - 유배지(2) 그러나 용담 계곡의 그 장관은 오래가지 못했다. 많은 사람들이 몰리고 주문을 왼다, 천제를 지낸다, 검무를 춘다 하는 소문이 퍼져 나가자 경주 관아에서 관인을 보내 사람을 모아들이고, 가르치는 일을 일절 중지하라는 엄명을 내렸다. 섣달을 며칠 앞두고, 수운은 조용히 행장을 꾸려 애제자 중희만을 데리고 길을 나섰다. 백사길은 간 곳을 모르는 스승이 돌아오길 기다리며 집에서 주문 공부에 정성을 기울였다. 가끔씩 인편에 가르침을 담은 가사를 전해 오는 것으로 스승이 강건하심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해가 바뀌어 봄이 오고, 여름이 한창에 접어들었을 때 홀연히 스승이 대추나무 골 백사길의 집에 나타났다. 스승은 당신이 머무는 것을 일체 입 밖에 내지 말도록 당부하고 백사길은 그 말에 따랐다. .. 더보기
깊은 강은 소리 없이 흐르고(2회) - 갑오년의 아침(2) 이인한은 마굿간에서 말을 꺼내 타고 부리나케 이웃마을 송천리로 달렸다. 멀리 정동진의 널따란 바다를 내다보고 있는 송촌리 앞뜰에는 차례를 마친 동네사람들이 풍물을 울려댔다. 날카로운 쇳소리와 자잘한 장구 장단이 재롱을 떠는 태평소의 늘어진 자락이 섞이어 설날 아침의 풍류를 자아냈다. 장흥에서 제일 처음 도인이 된 이순홍이 마을 앞 정자에서 이인한을 기다리고 있었다. 바다로 이어지는 널따란 들판에서 갯바람이 불어왔다. 바람에 이순홍의 긴 수염이 날렸다. “나와 계셨군요. 어르신 문안 드리옵니다.” 이인한은 해묵은 느티나무 여남은 그루가 푸짐한 잔가지를 늘어뜨리고 있는 제각 옆에 말을 묶고 정자로 올라가 큰 절을 올렸다. 이순홍도 맞절을 했다. “새해에는 무탈하고 도인들을 더욱 넓혀 가도록 합시다.” 이순홍..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