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명금혜정 썸네일형 리스트형 깊은 강은 소리 없이 흐르고(4회) - 동백 숲에 흐르는 도인의 꿈 제2장 동백 숲에 흐르는 도인의 꿈 정월 초사흗날 새벽 당제(堂祭)가 시작되었다. 마을 앞 성황당에는 목욕재계한 제사장이 흰 두루마기에 갓을 쓰고 정중한 자세로 제수를 올리고 있었다. 정초에 제사장(祭司長)으로 지목된 이는 일 년 동안 궂은 곳에 드나들지 않으면 몸을 정결하게 가꾸곤 했다. 천관산 기슭에서 길어온 물로 제수를 새롭게 지었고, 제단(祭壇)에는 잘생긴 말 한 필이 금방이라도 푸른 초원을 달려가려는 듯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그것은 마을 사람들이 돈을 모아서 만든 동상(銅像)이었다. 제주도에서 기른 말이 육지로 들어오는 포구 주변에는 말을 신으로 모시는 당제가 많았다. 대흥면 연지리 성황당에도 마신을 모시는 당제가 진행 중이었다. 제사장의 명령에 따라 함께 참여한 마을 어른들의 재배와 헌주가 .. 더보기 깊은 강은 소리 없이 흐르고(2회) - 갑오년의 아침(2) 이인한은 마굿간에서 말을 꺼내 타고 부리나케 이웃마을 송천리로 달렸다. 멀리 정동진의 널따란 바다를 내다보고 있는 송촌리 앞뜰에는 차례를 마친 동네사람들이 풍물을 울려댔다. 날카로운 쇳소리와 자잘한 장구 장단이 재롱을 떠는 태평소의 늘어진 자락이 섞이어 설날 아침의 풍류를 자아냈다. 장흥에서 제일 처음 도인이 된 이순홍이 마을 앞 정자에서 이인한을 기다리고 있었다. 바다로 이어지는 널따란 들판에서 갯바람이 불어왔다. 바람에 이순홍의 긴 수염이 날렸다. “나와 계셨군요. 어르신 문안 드리옵니다.” 이인한은 해묵은 느티나무 여남은 그루가 푸짐한 잔가지를 늘어뜨리고 있는 제각 옆에 말을 묶고 정자로 올라가 큰 절을 올렸다. 이순홍도 맞절을 했다. “새해에는 무탈하고 도인들을 더욱 넓혀 가도록 합시다.” 이순홍.. 더보기 깊은 강은 소리 없이 흐르고(1회) - 갑오년의 아침 이인한은 마을 앞 연못에 서서 길게 심호흡을 했다. 1894년, 갑오년의 새해가 밝아오고 있었다. 들판 너머로 짙푸른 바다가 펼쳐지고 차가운 갯바람이 불어왔다. 그의 두루마기 자락이 펄럭였다. 그는 하늘님께 심고를 드리고 두 손으로 목검을 잡고 재빠르게 허공을 가르며 내리쳤다. 챙하는 소리가 연못을 흔들었다. 느티나무 고목의 잔가지들이 연못 속에서 미세하게 떨었다. 잔바람에 물살이 파르르 밀렸다. 이태 전에 이웃마을 송촌리 이순홍(李順洪) 도인에게 입도식을 한 후로 그는 날마다 연못 가에서 수련을 했다. 그는 두 입술을 꼭 다물고 날카로운 눈으로 들판 너머 바다를 바라보았다. 이미 입도한 도인들의 발걸음이 저 바다 너머 섬마을의 골목골목을 채우고 있었다. 그는 오늘도 썰물이 되면 바다가 열리는 덕도에 갈.. 더보기 깊은 강은 소리 없이 흐르고 - 연재를 시작하며 (사진 : 장흥의 동학군 대접주 이방언 장군 판결문) 깊은 강은 소리 없이 흐르고 - 연재를 시작하며 봄햇살이 동백나무 잎새에 반지르하게 미끄럼을 타던 날, 평소 올곧은 역사교육을 위해 고향의 골목골목을 돌며 아이들에게 선조들의 자취를 찾아 혼을 불어 넣어주던 박병섭선생님께서 장흥으로 나들이를 주선해 주었다. 고은광순 선생님과 박맹수 교수님을 만나고 동학소설을 쓰겠다고 의지를 밝혔더니 늘 한결같이 국어교육에 대한 열망을 품어내는 동료 배선미샘도 동행해 주었다. 초등학교 근처에서 구두를 닦던 노인으로부터 장흥동학운동을 주도했던 증조할아버지인 이방언어른의 목소리가 얼마나 크고 우람했는지 전해 듣고 증조할아버지의 흔적을 찾아 평생을 장흥동학농민혁명회를 이끌어온 후손 이종찬 어른댁을 방문하고서 고개가 절로 숙여.. 더보기 새롭게 알게 된 것과 나누고 싶은 것(인터뷰) Q. 동학과 혁명을 공부하면서 느낀 것, 새롭게 알게 된 것이 있다면? A. 동학의 삶이 영적인 삶, 생태적 삶, 정치적 삶으로 세 분야에서 실천으로 이루어졌으면 21세기 우리들에게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덕목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바람직한 삶은 이 세 요소가 필수적이며 이 세 요소를 조화를 이루며 실천해야 함을 가르치게 되었습니다. 세상을 바꾸는 일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아주 작은 일부터 하나씩 실천해 나가는 것이라는 것을 제 스스로 먼저 행하고 제가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권하고, 제 주변의 사람들에게도 권하고 싶습니다. Q. 소설팀에 대한 소감은? (온냐들을 집단적으루^^) A. 순수한 뜻을 가지고 있으면 시간과 공간을 너머 누구나 통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고은광순샘과 박맹수.. 더보기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