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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임최소현

겨울이 깊을수록 봄빛은 찬란하다(1회) - 임최소현 제1장 무릎에 닿는 봄추위가 뼈 속까지 시리다 날은 화창하고 맑았다. 하지만 입춘을 조금 넘긴 날의 아침 공기는 아직 차갑고 매서웠다. 우마차 여러 대가 동시에 지날 수 있을 만큼 넓은 육조 거리에 우뚝 선 광화문은 마치 칼을 찬 장수처럼 고압적이고 위풍당당하다. 어설픈 잡인들은 결코 이 문을 통과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 날 선 공기를 가로지르며, 흰 두루마기를 갖춰 입고 말총갓을 눌러쓴 헌헌장부 아홉 사람이 (뚜벅뚜벅) 걸어들어 왔다. 그들은 임금이 계시는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 앞쪽을 향해 긴장된 발걸음을 옮겼다. 맨 앞에 선 선비의 손에는 붉은 보자기로 싼, 상소문을 올린 상이 들려 있었다. 광화문 뒤로는 늠름하게 높이 솟은 인왕산이 한눈에 들어왔다. 사헌부 정문 앞과 그 맞은편에는.. 더보기
겨울이 깊을수록 봄빛은 찬란하다 - 연재를 시작하며 연재를 시작하며 가까운 우리나라의 역사를 되짚어볼 때마다 슬픔이 복받쳐 오른다. 최근 세월호 사건은 돌덩이처럼 크고 무거운 슬픔을 가슴에 안겼다. 세월을 거슬러 올라 120년 전 새로운 세상을 꿈꾸던 동학농민혁명 때도 무수한 생명들이 죽임을 당했다. 탐욕에 찬 집권층과 이 땅을 욕심내는 외세에 의해 생명의 싹들이 꺾이고 짓밟혔다. 일제와 분단, 6.25전쟁을 거쳐 현재까지 그런 몹쓸 죽음의 광란은 되풀이 되고 있다. 그런데 참 이상한 것은, 그렇게 밟히고 밟혀도, 죽이고 또 죽여도 봄이 되면 어김없이 생명들이 이 땅 여기저기에서 움을 티운다는 것이다. 연약한 머리를 내밀고 이윽고 거침없이 쑥쑥 자라난다는 것이다. 곧 이어 그 초록 잎들 사이로 알록달록한 꽃들이 피고, 여기저기서 고운 나비들이 날아든다는 .. 더보기
겨울이 깊을수록 봄빛은 찬란하다 - 줄거리 겨울이 깊을수록 봄빛은 찬란하다.... 때는 1893년 3월(양력) 아직 꽃샘추위가 심한 어느 날, 광화문 앞에서 손병희를 비롯해서 9명의 동학도 대표들이 수운 (최제우) 대선생의 억울한 죽음을 신원하고, 관리들의 동학도 탄압을 금지해 달라는 상소를 올리고 사흘 동안 읍소한다. 그러나 이들의 광화문 복합 상소는 실패로 돌아가고 동학도들은 관원들의 체포령을 피해 흩어진다. 그 후 보은에서 3만여 명의 교도들이 모여 척왜양창의 운동을 전개한다. 그리고 1894년 전라도 고부에서 관리들의 학정을 징치하고자, 동학도들과 농민들이 전봉준의 지휘 하에 고부봉기를 일으키고 이어 무장기포를 통해 동학혁명을 전개한다. 전주성 입성과 전주화약 이후 집강소 통치를 하던 중 일본군이 개입하자, 해월 선생은 동학도의 총기포령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