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광순 썸네일형 리스트형 여성동학다큐소설 주간 매거진 #02 여성동학다큐소설 주간 매거진 더보기 해월의 딸 용담할미(4회) - 속이 깊은 아이 윤 (관의 추적을 피해 떠도는 삶속에서도 성장하는 아이들. 아버지의 첫째 부인을 만나게 되고...) 송두둑은 해월이 입도 후 가장 오래, 가장 평화롭게 살았던 곳이었다. 꺼져 가는 동학의 불꽃을 살려낼 수 있었던 고마운 동네였다. 그러나 수상한 눈길이 잦아진 이상, 이제는 더 이상 미련을 둘 곳이 못 되었다. 해월은 바로 보따리를 챙겨 송두둑의 집을 사위가 된 연국에게 부탁하고 날이 어두워지자 혼자 집을 떠났다. 전라도 익산의 사자암으로 들어간 해월은 수 개월간 암자에 머물며 관가의 경계를 피했다. 초겨울에는 손병희 등과 충청도 공주의 가섭사에서 기도를 하며 이제는 손수 일일이 챙길 수 없게 커져 버린 각처의 도인들을 지도하고 연락 체제에 대해 궁리해 보았다. 송두둑 가족의 피신에 대해서는 얼마 전 제자들에.. 더보기 해월의 딸 용담할미(3회) - 김연국이 사위가 되고... (이필제난 이후 고난을 겪는 해월가족, 둘째 아내를 얻고 김연국을 사위로 맞게 되는데...) 관군의 집요한 추적을 피해 해월은 깊은 절망을 안고 소백산 골짜기를 탔다. 굶주림에 지쳐 죽을 고비를 넘기고, 비몽사몽간에 높은 절벽에 서서 뛰어내릴 생각까지 품었으나, 고비원주(高飛遠走), 높은 뜻을 펼치고 멀리까지 도를 펴라는 스승님의 말씀이 마지막 한 걸음을 멈춰 세웠다. 스승의 인도가 있었던가, 한울님의 감응이 있었던가. 영월 직곡리 박용걸의 집에 겨우 의탁하게 되어, 몸을 추스르며 49일 기도를 드렸다. 수운 스승이 살아 계실 때 49일 기도를 여러 차례 했지만 이렇게 치열하게 기도한 것은 처음이었다. 기도를 시작하자마자 통곡이 터져나왔다. 자기의 과오로 희생된 도인들을 생각하며, 어린 나이에 참수를 앞.. 더보기 해월의 딸, 용담할미(2회) - 평생제자 김연국을 만나게 된 사연 (이필제의 난의 여파로 피신하면서 해월은 첫째 부인 손씨와 헤어져 서로의 소식을 알 수 없게 되고 둘째 부인 김씨와 살게 되는데...) 이곳 단양 도솔봉 아래 사는 날부터 연화는 예전의 모습을 다시 찾아갔다. 어린 동생들, 솔봉이와 윤이도 생겨났다. 이젠 스무 살의 과년한 처녀가 된 연화는 11살, 14살 터울의 솔봉과 윤에겐 어머니 같은 누이요 언니가 되었다. 김 씨도 연화와 둘이 살 때엔 이런 행복이 다시 오리라 생각지 못했다. 새로 만난 남편은 한없이 어질고 부지런했으며 찾아오는 이들이 많았지만, 그들은 한결같이 점잖았다. 남편에게 쉴 새 없이 무언가를 묻고 말씀을 듣는 표정들은 더 없이 부드럽고 온화했다. 돌아가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한층 평화로운 미소가 감돌았다. 손님 뒤치다꺼리가 많아도 하나도 .. 더보기 은월이(2회) - 자주의 깃발은 함성이 되어(2) 은월이 -자주 깃발은 함성이 되어 “영--영--옥--아!” 함성소리에 깜짝 놀란 은월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형제바위에 김석진이 아슬아슬하게 서 있었다. 포대를 감싸 안은 채 김석진은 다시 고함을 질렀다. 그의 목소리는 병풍에 둘러싸인 석바위 하나하나마다 부딪쳐 튕겨져 오르며 소용돌이 쳤다. 은월이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는 허공으로 손을 내밀어 김석진을 잡아 보려고 했다. 소용없었다. 김석진의 우렁찬 소리는 다시 소용돌이처럼 은월이의 온몸을 감쌌다. “이놈들 듣거라. 이 땅은 수천 년 얼이 새겨진 곳이다. 감히, 왜놈들이 들어올 땅이 아니다!” 은월은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이어 어디선가 함성소리가 북소리에 실려 들려왔다. “와-와-. ” 김석진의 외침은 계속되었다. “내가 죽어도 개벽은 영원하다!” .. 더보기 은월이(1회) - 자주의 깃발은 함성이 되어 갑신년(1894) 입춘 (음1월30일/양2월4일) 강경 포구는 하루 종일 배와 상인들로 북적여서 길바닥이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다. 노랑나비가 새겨진 자주색 깃발이 휘날리는 배의 수를 세던 금객주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짓는다. 한손에 장부를 움켜쥐고, 포구를 빠른 걸음으로 빠져나왔다. 시끌시끌한 포구의 소리는 점점 멀어졌다. 야트막한 등성이에 올라서자 아스라이 펼쳐진 염전이 한눈에 들어왔다. 바둑판처럼 가지런한 염전 한가운데쯤에 은월이가 보였다. 은월이는 소매를 걷어부치고, 치마도 동여맨채 소금을 자루에 담고 있었다. 금객주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은월접장!” 은월이는 금객주가 온 줄도 모르고 땀을 뻘뻘 흘려가며 소금을 담고 있었다. “아이고 깜짝이야.” “뭐하고 있습니까? 화창한 봄날에....” “비가 올.. 더보기 해월의 딸 용담할미(1회) - 어마 돌나물이 신기하네 해월의 딸-용담할매1. 어마, 돌나물이 신기하네 여섯 살 윤이겨우내 휘몰아치던 칼바람이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더니 북쪽의 흰봉산과 도솔봉에 더 많은 햇살이 머무르고 높은 하늘에서 새소리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집 뒤의 삿갓봉에서는 다다다다닥 부지런한 딱따구리가 새 집을 장만하는 모양이다.나뭇가지에 물이 올라 연두색으로 변해가고 지난 가을부터 가지 위에 쌀알만 하게 달려있던 눈이 커지기 시작했다. 봉오리의 노랑 빛이 진해지더니 개나리가 피었고 분홍빛이 진해지더니 진달래가 폈다.날씨가 따듯해지자 윤이는 부쩍 밖에 나와 노는 시간이 많아졌는데 김 씨는 마당 한쪽의 흙을 손가락으로 헤치며 윤에게 와서 보라고 했다. 김 씨가 흙을 헤친 곳에는 연두색 싹이 뾰족이 드러났다.“아아...”윤이는 그 뿐. 입을 벌리고는 .. 더보기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