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현 썸네일형 리스트형 피어라 꽃(11회) - 코끝에 스미는 묵향 감목관이 왔다간 지 이레가 지났다. 점심참이 지났을 때였다. 군두가 정신없이 목장으로 올라왔다. 말총이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감목관님이 연통도 없이 들이닥쳤다. 잠시만 앉아 계시라고 주안상 들이밀어 놓고 올라왔은께 금방 오실 것이다. 빨리 빨리 말똥 치우고, 털 솔질해라.”군두가 정신없이 다그치자 목자들도 허둥지둥 마굿간으로 달렸다. 말총이는 슬그머니 빠져나와 사월이 집으로 달렸다. 말총이 말을 들은 사월이는 사색이 되었다. 말총이는 사월이를 앞세워 뒷산으로 달렸다. 허둥지둥 달리느라 사월이는 엎어지고, 자빠지며 짚신짝까지 벗어졌다. 말총이가 짚신짝을 집어 들고 재촉했다. 봄에 둘이 앉았던 자리를 찾아 기어들어 갔다. 그러나 그곳은 오솔길에서 너무 가까웠다. 말총이는 사월이의 손을 잡고 더 깊숙한 .. 더보기 피어라 꽃(10회) - 의신면 만길리 나치현에게 가다 사월이는 입은 옷 그대로 밖으로 나섰다. 군두를 따라가며 어그적거리고 걷느라 자꾸 처졌다. 군두는 애가 타서 뒤를 돌아보다가도 사월이가 아랫배를 누르며 찡그리는 것을 보고는 기다려 주었다. 동네와 좀 떨어져 언덕 위에 서 있는 관마청까지 왔다. 대문을 들어서자 부엌 쪽이 부산했다. 군두는 사월이를 이끌어 중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갑자기 고즈넉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사월이는 가슴이 옥죄이는 것 같았다. 좁은 마당 가운데에 아담한 정원이 있고, 댓돌 위에 갖신이 한 켤레 있었다. 감목관의 신발인 듯하였다. 군두가 목을 가다듬더니 아뢰었다. 감목관이 안에서 앉은 채 문을 열었다. “수고했네. 그럼 가 보시게.” “그런데 이 아이가 달거리 중이라고 합니다. 어떻게 할깝시오?” 감목관이 못마땅한 듯 헛기침을.. 더보기 피어라꽃(4회) - 진도 하조도에도 동학이 싹트고 다음 날 박중진과 손행권은 썰물에 맞추어 진도를 향해 출발했다. 손행권이 박중진을 보며 말했다. “나도 동학에 입도할라네. 내 펭생 이런 말은 들어본 적도 없고, 인자사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여.” 그들은 나봉익을 찾아가 만나보기로 했다. 며칠 후 박중진이 손행권과 함께 의신면 만길리 포구에 배를 대고 사람들에게 물어 나봉익의 집을 찾아갔다. 다행히 나봉익은 그물을 손질하느라 집에 있었다. 영광에서 최경선의 소개로 찾아 왔다고 하니 반갑게 맞아 주었다. 나봉익은 그들을 방으로 안내한 후 형님을 모시고 오겠다며 잠시만 기다리라고 했다. 조금 있으니 나봉익이 재종형님이라는 나치현과 함께 들어왔다. 그는 자그마한 키에 수염이 단정했다. 맑은 눈빛이 부드럽고 차분하여 적은 나이는 아닐 것이라 짐작되었다. “..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