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치 썸네일형 리스트형 피어라 꽃(2회) - 봄바람 말목장에 불어오다(2) 어제 저녁참에도 한마치가 사월이에게 왔다. 한마치는 이번 달 보름에는 사월이 부모님께 청을 넣겠다고 하였다. 오늘이 열사흘이니 이틀 후면 한마치의 부모님이 그녀의 부모님께 청혼할 것이다. 한마치는 식구며 일가친척도 많고, 살림도 포실했다. 부모님 보기에는 아버지와 단둘이 사는 가난한 말총이보다 한마치가 사윗감으로 더 나을 것이다. 열흘 전 사월이가 말총이를 따라간 것도 딴은 그래서였다. 그가 산으로 올라가는 것을 보고 부리나케 나물바구니를 끼고 쫓아간 것이다. 누가 볼까 무서웠지만 말총이에게 손까지 잡혀 주었다. 그랬으면 사내가 똑 부러지게 일을 매듭지어야지 그는 지금까지도 어리벙벙한 모양이었다. 한마치가 사월이에게 마음이 있는 것을 동무들도 눈치 챈 모양이었다.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지만 마치 사월이가 .. 더보기 피어라 꽃(1회) - 봄바람 말목장에 불어오다 제1화 봄바람 말목장에 불어오다 봄이다. 봄볕에 자란 풀들이 부드러웠다. 동남쪽으로 벋어 내린 지력산 골짜기에 말들이 풀을 뜯고 있었다. 산자락에는 참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목책 밖에 일군 밭에는 하얀 무꽃이 피었다. 나비들이 발에 꽃가루를 묻힌 채 꽃 속을 바삐 드나들었다. 새 풀을 뜯어먹고 살이 오른 암말들이 목책에 자꾸 몸을 비볐다. 수말이 어슬렁어슬렁 암말 뒤로 다가가면 암말은 모르는 척 꼬리를 치켜들었다. 작년 봄에 새끼를 가져 배가 둥둥한 암말들은 요즘 한창 새끼를 낳았다. 말총이는 막 마굿간을 나선 참이었다. 새벽부터 모로 누워 거친 숨을 몰아쉬던 암말이었다. 아침에야 새끼보가 삐죽이 나왔다. 새끼보를 뒤집어 쓴 망아지는 앞발만 내민 채 다시 한참을 지체했다. 말총이가 망아지의 앞발을 살살 ..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