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어라 꽃(9회) 사월아 사월아 말총이는 잘 마른 마초를 새끼로 묶어 날랐다. 말총이는 새 저고리에 새 잠방이를 입었다. 사월이가 지어준 옷이다. 알맞춤한 길이였다. 몸에 맞는 새 옷을 입으니 구김살 없이 반듯한 얼굴과 몸이었다. 건초더미가 산처럼 쌓였다. 여름에 이렇게 준비해 놓지 않으면 말이 겨울내 먹을 수 없었다. 사월이가 텃밭에 앉아 있는 게 보였다. 솔을 베고 있었다. 주위에 아무도 없는 것을 보고 사월이를 건초 더미 뒤로 불렀다. 사월이가 입을 다문 채 배시시 웃으며 다가왔다. 볼에 보조개가 깊게 파였다. 가무잡잡한 피부에 허리가 길고 곧았다. 말총이는 사월이의 손을 서둘러 잡았다. 그들은 올 가을에 혼인할 것이었다. 부모님이 사윗감으로 한마치를 점찍자 사월이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운 채 밥을 굶었다. 어머니는 동네 소문날까.. 더보기 내포에 부는 바람 (9회) 2 장터가 파할 무렵 이창구는 포목점으로 다시 돌아왔다. 도씨 부인은 눈이 퉁퉁 부어 있었다. 이창구는 그녀에게 집에 가라 이르고 가게를 정리한 뒤 어물전 정원갑에게 갔다. 마침 박덕칠이 와 있었다. “무슨 일 있는 게요? 부인께서 안 좋아 보이시던데.” 박덕칠은 이창구를 보며 염려하는 표정을 지었다. 좀 전 그는 포목점에 들렸다. “순섬이를 소실로 맞이하겠다고 이야기했습니다.” “…흠, 부인이 상심할 만하군요.” “그리 되었습니다.” “…….” 박덕칠은 이창구 접장의 결정을 이해하면서도 부인의 참담한 낯빛이 떠올라 차마 어떤 위로도 건네지 못하고 곤궁한 표정만 지을 뿐이었다. 이창구가 어색한 분위기를 깨며 별일 아니란 듯이 말을 돌렸다. “근데 어쩐 일로?” “통문을 갖고 오셨네유.” 정원갑이 이창구의.. 더보기 꿈이 있더냐(8회) - 벅차오르는 희망, 동학의 뜻은 넓게넓게 퍼져라 오가 놈 마누라는 작년 여름 수마에 죽었다. 갑자기 내린 비는 오가 놈 마누라 말고도 두 명을 더 데리고 갔다. 시신도 찾지 못했다. 마을사람들은 오가 놈의 죄를 마누라가 뒤집어 쓴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오가 놈이 패악질을 하면 마누라가 찾아가 대신 용서를 빌곤 했었다. 오가 놈이 행패를 부리다가도, 마누라 설득으로 더러 중단된 적도 있었다. ‘진짜, 그 오가 놈이 윤지를….’ 원씨도 윤지 아버지의 얘기를 듣자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칠성이와 윤지가 혼인할 작정이란 걸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칠성이가 열아홉 되던 해, 윤지와 혼인하겠다고 원씨에게 얘기했었다. 원씨는 윤지를 이미 며느리로 생각하고 있었고, 윤지 아버지와는 서로 사돈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원씨는 다음날 목천 이희인 어른을 만나 봐야겠다고 .. 더보기 이전 1 ··· 17 18 19 20 21 22 23 ··· 6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