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구름을 삼킨 하늘(8회)-2장 1892년 공주 2장 1892년 공주 그 소녀다. 1년 전의 소녀가 분명하다. 유상은 금영(충청감영)의 감사에게 인사차 들렀다가 감영 안에 있는 소녀를 보았다. 포졸들이 저잣거리에서 동학도들로 의심된다며 한 무리의 사람들을 잡아왔다는데 소녀는 그 속에 끼어 있었다. 처음에는 소녀를 알아보지 못했다. 소녀는 햇볕에 그을렸지만 맑고 투명해 보이는 얼굴에 커다란 눈을 깜박이지도 않고 부릅뜬 채, 고집스럽게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처럼 겁에 질려 부들부들 떨지도 않았고 억울하다고 하소연하지도 않았다. 그저 몇 명의 훌쩍이는 아이들을 모아 안고 조용조용 달래고 있는 당찬 모습과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고 있는 것이 낯설지 않아 유상은 소녀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러다 두 사람의 눈이 마주치고 나서야 유상은 소녀를 알.. 더보기 해월의 딸 용담할미(8회) - 투쟁의 시작과 해월의 고민 3. 청산, 푸른 산 맑은 물이 피로 물들다 (1892~ ) -합법적 시위에 공을 들였지만 비밀을 지키기 위해 친인척으로 조직을 늘려가서 ‘처남포덕’이라고 했던 동학은 ‘마당포덕’에 ‘우물청수’라는 말이 돌 만큼 빠른 속도로 교도들이 늘어갔다. 수많은 사람들이 밀려들어 방에 들어올 새도 없이 마당에서 우물을 중심으로 둘러앉아 그 우물을 동학 의례 때에 떠놓는 정화수인 청수 삼아 입도식을 했기 때문이다. 세상이 바뀔 것이라 했다. 조선의 운수가 다하여 장래 새 국가를 건설하게 된다고 했다. 너도 나도 한울을 모시고 있으니 사람사이에 높고 낮음이 없이 모두 귀하다 했다. 나라를 도와 백성을 편케 하자고 했다. 어려울 때 서로 돕는 것이 하늘마음이라 했다. 주문을 외우며 하늘마음을 키우면 병도 오지 않는다 했.. 더보기 섬진강은 흐른다(7회) - 5장 봄날 5장 봄날 뜻이 통한 친구들이 보고 싶어서라도 석훈은 임봉춘의 집을 찾았지만 구례까지 친구 집을 쥐방구리 드나들 듯 하는 이유는 또 있었다. 석훈은 봉춘의 집에 드나들 때마다 가슴이 설렜다. 갸름한 얼굴에 입술이 붉은 서엽이 때문이었다. 봉춘이 동생 임서엽이를 한번이라도 더 보고 싶어 봉강에서 달덕이재를 넘어 구례까지 산길을 달리고 섬진강을 건너는 나룻배에 몸을 실었다. 성불사를 지나 백운산 줄기로 이어진 높은 산을 넘을 때도 힘든 줄 모르고 달음박질로 산을 탔다. 그런데 봉춘의 집에 자주 들르는 사람은 자기만이 아니었다. 친구들도 은근히 자주 왔다. 석훈이 다섯 번 오면 계환과 두환이 중에 누군가를 한 번은 마주쳤다. 친구들은 봉춘과 시간을 보내면서 동학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서엽이 한 번씩 들러 새.. 더보기 이전 1 ··· 20 21 22 23 24 25 26 ··· 6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