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월이(11회) -<소만> 싸움의 절반 후방준비를 다그치며 소만 (음4월중순, 양5.21경) 보리가마니들이 강경포에 가득했다. 은월은 강경포구를 거닐다가 보리가마니 앞에 섰다. 보리가마니를 세고 있던 상인이 은월이를 보자 반갑게 뛰어왔다. “은월 접장 오셨습니까?” 은월은 미간을 찌푸리면서 보리가마니를 바라봤다. 상인은 걱정스런 말투로 말을 했다. “쬐다 군산으로 갈 것들입니다. 왜놈들 배만 터지게 생겼으니…. 답답합니다.” “어쩌겠습니까? 우리 같은 장사치들이야 돈만 벌면 되지 않겠습니까?” 상인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은월한테 바짝 붙었다. “왜놈들이 사재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전쟁이라도 할 심산 아니라면….” “왜놈들이야 워낙 근본이 없어서요. 겉만 사람이지 야수와 같은 것들이지요. 그러니 체면 같은 것이 있을 턱이 있을까 싶습니다.” 속시원하게 말하는 은.. 더보기 은월이(10회) -<춘분> 금산기포로 김석진이 궁지에 몰리다 춘분 (음3.20) 은월당 안마당에서는 아낙들이 장독을 씻고 있었다. 장 담그기 좋은 날에 사람들이 모였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지만 장 담기 좋다는 춘분에 사람들이 알아서 모여 몇 일째 장을 담갔다. 너른 뒷마당이 꽉 찼다. 달구지에 장독을 싣고 온 금객주 휘하의 상인들이 분주하게 왔다 갔다 했다. 전주댁이 큰소리로 사람들을 불렀다. “다들 새참은 먹어야지.” 일손을 놓고 그때서야 비로소 허리를 펴며, 아낙들은 전주댁을 바라보았다. 전주댁은 국수틀 손잡이를 누르면서 환히 웃고 있었다. 영옥은 국수틀에서 쏟아지는 국수를 끊는 물에 받아 익혀가지고 찬물로 옮겨 식히는 일을 하면서 해맑게 웃었다. 전주댁과 영옥의 모습을 본 은월은 미간을 찌푸렸다. 아낙들은 개다리소반에 국수를 먹기 위해 삼삼오오 모여 앉았다.. 더보기 은월이(9회)-<3월12일> 충의깃발을 들고 금산으로 갑신년 3월 12일. 드디어, 때가 왔다. 은월당 마당에는 백여 명의 젊은이들이 모여 들었다. 김석진과 영옥이가 충의라고 새겨진 깃발을 대나무에 묶었다. 대나무에 매달려 파란 하늘 속으로 솟구쳐 올라가는 깃발을 바라보다. 얼굴을 돌려 김석진을 향해 영옥은 방긋 웃었고, 김석진은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바람을 받는 깃발의 힘을 지탱하느라 기우뚱대는 대나무를 김석진이 힘껏 잡아 쥐자 깃발이 하늘에서 휘날리게 힘차게 나부끼었다. “와-와-!” 함성이 힘차게 터져 나왔다. 하늘에서 펄럭이는 깃발을 바라보던, 은월이와 영옥이는 가슴이 터지듯 했다. 김석진이 깃발을 오른손으로 잡고, 무리를 향해 큰 소리로 연설을 시작했다. “동도 여러분!” “예에---.”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이제 우리는 제원역으로 갈 것입니다... 더보기 이전 1 ··· 23 24 25 26 27 28 29 ··· 6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