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경상도편 썸네일형 리스트형 경상도편 (8회) - 이하백아 왜 왔나? 홍조동아 왜 죽였나? (상주에도 동학도들이 빠르게 늘어나고 해월은 멀리 문경의 소야까지 포덕. 군위처녀 운매와 의성총각 이하백의 만남은... ) 숨이 멈출 것 같았지만 꼼짝도 못하고 바위에 붙어 있었다. 호랑이떼도 망대에 있는 사람들처럼 좀체 돌아갈 줄 몰랐다. 도치는 죽을 맛이었다. 일어설 수도 없고 달려갈 수도 없고 그대로 바위에 붙어 있어야 하다니, 금방이라도 호랑이가 달려들 것 같아서 몸이 덜덜 떨렸다. 이윽고 한낮의 태양이 서쪽으로 기울고 긴 산 그림자가 들녘을 삼켜 버리자 이야기가 끝났는지 사람들이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도치는 긴장해서 호랑이 떼를 바라보았다. 몸을 숨기고 눈빛만 번득이고 있던 호랑이 떼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그르렁거리고 있었다. “선생님! 이제 상주에도 도인들이 모래알처럼 많아졌습니다.” 얼굴이 .. 더보기 경상도편 (7회) -호랑이가 보호하는 사람들 (산속에서 만난 도치, 해월에게서 아버지를 발견하고...)“20년 전에?” 아낙이 기침을 내 뱉으며 애써 일어나 벽에 기대어 앉았다. 도치는 어머니와 해월을 번갈아 보다가 울먹이며 입을 열었다. “임술년, 이십년 전에 탐관오리들한테 대들다가 대표로 지목되어 처형당하셨다고 합니다. 아버님 이름은 정나구이고요,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이웃 아저씨에게 부탁해 엄마와 저를 이곳으로 보내셨습니다.” 해월은 도치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아낙을 일으켜 세웠다. “호랑이가 왜 이 사람을 해치지 않는지 그 이유를 알겠소이다. 잠시만 기다리시오. 제가 가서 약초를 구해 올 터이니 하늘에게 꼭 살아야 한다고 알리시오. 꼭이요.” 도치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해월을 골짜기가 끝나는 곳까지 배웅해 주었다. 해월은 도치의 .. 더보기 경상도편(6회)-정나구의 아들 도치를 만나다 (임술민란 때 상주에서 농민들을 조직하여 저항했던 정나구는 참수되었다. 정나구는 거사 전 처자식에도 화가 미칠 것을 염려하여 아내와 아들 도치를 멀리 산 속으로 떠나 보냈는데...) (해월과 최맹순, 해월과 도치의 만남이 이어지고...) 1871년 영양에서 자칭 수운의 제자라고 하는 이필재의 거사가 있었다. 이필재는 끈질긴 설득으로 해월을 움직여 그의 동학조직을 이용해 부패한 영양군수를 처치했지만 문경에서 다음 거사를 준비하다가 잡혀 처형되었다. 해월은 발 빠르게 도피했지만 양아들 준이와 동생의 남편인 임익서는 잡혀 처형되고 말았다. 손 씨 부인과 딸들은 어디로 갔는지 행방을 알 수 없었다. 이필재 거사 이후 해월을 찾는 관아의 눈길은 집요했다. 해월은 강원도 깊은 산속에 숨어 살았다. 수많은 도인들이 .. 더보기 경상도편(5회)-해월이 만나는 사람들 (해월의 활약이 이어집니다. 사람들은 왜 그렇게 해월에 열광했을까요? 어떻게 전 인구의 3할 가까이가 동학도가 되었을까요?) 4. 꽃은 져도 열매는 남아 1865년 수운은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해월은 비통하기 그지없었지만 그에게 남겨진 과업을 소리 없이 실천하기 시작했다. 스승의 처형으로 인하여 그도 용담정을 떠나야 했고 34년간의 기나긴 도망자의 생애가 시작되었다. 강원도와 충청도 단양을 거쳐 1884년 이후, 해월이 비교적 오래 머문 곳은 경상도 상주였다. 상주고을은 백두대간을 기준으로 동서남북으로 마을이 형성되었다. 화동, 화서, 화남, 화북면이 바로 그곳인데 사람들은 통털어 그곳을 화사면이라 부르기도 했다. 해월은 백두대간을 타고 하루에 백여 리 이상을 바람처럼 날아다니며 포접을 했다. 그 결.. 더보기 경상도편(4회)-잠시지만 해방세상을 맛보고... (정나구등 농민들은 일시적으로 관아를 점령하지만...) “우리는 지난 장날 이후로 기대를 마이 하고 있어. 뭔가 이뤄질 듯한 분위기를 느끼지 않았나. 그래서 한판 씨기 붙고 나서 우리들에게 돌아올 이익을 생각하매 희망에 들떠 있재. 그런데 우리들 희망이 불씨를 댕기기도 전에 꺼지게 되가 서그푸고 다른 사람들도 아마 화를 낼거라. 성난 농민들이 무슨 행동을 하게 될지는 아무도 몰라여.” 오복은 말을 마치고 물기 어린 눈으로 허공을 바라봤다. 정나구도 고개를 끄덕이며 허망한 표정을 지었다. “이미 이 일에 손을 댔응께 먼가 지대로 결판을 내야지. 아직 희망은 있어. 우리가 우째 나오는 가에 따라서 일이 달라질거라.” 정나구는 말을 하면서 다음으로 무엇을 해야 할 지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이대로 갔다가는 농.. 더보기 경상도 동학(3회) -성난 농민들, 부사는 도망가고 협상 나온 관리는 뺀질거리고 (생존을 위협받는 농민들은 돌멩이를 들고 일어서지만...) 3. 타오르는 불 드디어 다음 장날이 되었다. 감나무 아래로 모여든 농민의 수는 백여 명이나 되었다. 그들은 한결같이 분노에 찬 표정으로 불만을 토로했다. 정나구는 징을 치며 사람들을 모았다. 징소리는 봄날 장터를 울리며 긴 여운으로 사람들이 가슴 속으로 퍼져 나갔다. 감나무 여린 새싹이 한들거리며 바람에 날리고 하늘은 파랬다. 정나구가 치는 징소리는 이제 막 나온 약초들을 들고 혹은 봄나물을 들고, 갓 자란 채소들을 들고 나온 장꾼들을 울렁거리게 했다.지이잉 지이잉 징소리가 퍼져 나가자 여기저기에서 사람들이 구름떼처럼 몰려들었다. “관아로 갑시대이. 세금 때문에 살 수가 없으니 관아로 가서 부사를 만나가지고 조정을 하도록 합시대이.” 누군가 걸.. 더보기 경상도 동학(2회) - 정나구, 양반과 손을 잡고 거사를 준비하다. (처자식을 멀리 피난시킨 정나구는 본격적인 거사준비를 시작하는데, 장터에서 운명적인 만남을 하게 된다.) 정나구는 정신이 오락가락하였지만 한 가지 생각은 버릴 수가 없었다. ‘도치하고 도치 오마이는 어데 깊은 데 산속에 드가서 죽음을 피해야 되여. 나는 죽어도 괘않치마 식구들은 살리야지.’ 정나구는 불편한 몸을 이끌고 창고에 보관해 놓은 씨앗들을 꺼내서 도치에게 짐을 지워 주었다. 그리고 남은 보리쌀 두어 되를 보따리에서 싸서 아내에게 지워주고 마을을 떠나라고 했다. 부부는 이렇게 헤어지면 두 번 다시 만나기가 힘들 것이라는 생각에 가슴이 메어졌다. 하늘도 무심하시지. 어찌 우리 식구 셋이 함께 사는 것도 이렇게 힘이 듭니까. 어찌 우리 식구들을 이리 갈라놓습니까. 그러나 마냥 한탄만 하고 있을 수가 없.. 더보기 경상도 동학(1회) - 정다구의 분노 (1장, 는 출판시에 공개됩니다. 경상도편 인터넷 공개는 2장부터~) 2. 씨앗불 삼정의 문란이 극에 달했던 철종 13년, 임술년(1862). 전국에서 흉흉한 소식이 끊이지 않았다. 과도한 세금 부과로 인하여 백성들의 고통은 극에 달해 있었다. 경상도 상주, 곡창을 자랑하던 이 고을에도 민란의 소식은 빠르게 날아왔다. 2월에 일어난 단성과 진주의 농민반란은 상주 사람들에게도 불씨를 안겨 준 셈이었다. 이미 결가가 너무 심하게 징수되어서 분노를 터뜨리며 봄이 와도 농사일을 시작할 마음이 나지 않았던 상주농민들은 새봄과 함께 들려오는 진주 소식에 귀가 번뜩 뜨이었다. “어이, 진주 소식 들었나? 농민들이 진주성을 엎어 치아뿌고 창고를 열어가이고 곡식을 다 나나줬다카네” 상주군 공동면, 첩첩이 산에 둘러싸인 ..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