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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고은광순

해월의 딸, 용담할매 Part 2(7회 ~ 13회) 해월의 딸, 용담할매 Part 1 몰아보기 → Part 1에 이어서… 윤은 손 씨 큰어머니에게 괜스레 미안하고 송구한 마음이 들어 젊은 어머니가 오게 될 모양이라는 걱정의 뜻을 비추어보았으나 이미 쇠잔할 대로 쇠잔해진 큰어머니는 다만 감사할 뿐이라며 윤이 어른의 보살핌을 받게 된다면 다행한 일이라고 말해주었다. 새어머니는 젊고 시원시원했다. 손 소사가 큰댁을 어머니처럼, 윤을 동생처럼 스스럼없이 대하고 집안 살림을 규모 있게 꾸려내는 것을 보고 주변사람들은 모두 한 걱정을 덜게 되었다. 윤이는 집안일을 도우며 짬짬이 다시 공부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언문으로 된 책은 쉽게 읽고 쓸 수 있어서 집을 드나드는 아저씨들에게 책을 구해 달라 부탁해서 닥치는 대로 책을 읽었다. 저녁에는 언니 같은 손 소사에.. 더보기
해월의 딸, 용담할매 Part 1(1회 ~ 6회) 해월의 딸-용담할매 더보기
해월의 딸 용담할미(13회) - 인질이 된 처녀들 (출세에 밝은 박정빈은 인질을 고문한 뒤 옥졸에게 내어 주는데...) 아침이 밝았을 때 문이 열리더니 두 남자는 거동 못 하는 손 씨를 끌어내어 밖에 대어놓은 소달구지에 태웠다. 매서운 북풍이 몰아쳤다. “아저씨, 산모 몸에 찬바람이 들어가면 안 될 터이니 우리가 모두 달구지에 탈 테요.” 윤이 동희를 먼저 태우고 달구지에 올라타더니 손 씨에게 가마니를 덮어주고 그 옆에 누워 한기를 막아주었다. “태희야 너도 얼른 올라와서 그 쪽으로 누워.” 나이는 비슷한데 윤이 머리 쓰는 것이나 당차기가 보통은 넘었다. “아저씨, 어디로 가는 거지요?” “가보면 알 거요.” 키가 크고 더 젊은 총각이 퉁명스레 말했다. 앞으로 모진 고초를 겪게 될 것을 저 여자들이 짐작이나 할까? 그의 표정에 딱하다는 빛이 언뜻 스쳐갔.. 더보기
해월의 딸 용담할미 (12회) - 청산은 붉게 물들고 어거지로 시집가다 (일본군은 "민나 고로시-모조리 죽여라!"는 명령을 받고 조선에 쳐들어왔다. 앞으로의 정복에 방해가 되는 동학군을 전멸시키기 위해 동학지휘부가 있던 청산과 보은은 이 잡듯이 뒤지며 문서를 수집하고 수차례 방화를 저질렀다.)- 일본군의 작전-모조리 살육하라! 9월 18일 총력 기포가 결정되고 이 소식은 빠르게 옥천, 영동, 보은, 황간, 충주, 괴산, 청주, 청안, 덕산, 목천, 서산, 공주, 당진, 안면도, 염천, 태안, 양지, 여주, 양근, 수원, 안성, 음죽, 원주, 홍천, 횡성으로 전달되었다. 20만 명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일본은 동학당을 모조리 잡아 없애기 위한 병력을 따로 파견하는 일이 당장 급한 일이라고 판단했다. 천황의 인가하에 이미 살육진압경험이 있는 야마구치현 히코시마(彦島) 수비병 1.. 더보기
해월의 딸 용담할미(11회) -혁명이 시작되다! (덕기 오빠에 이어 연화언니도 떠나고 상황은 급박해지기 시작한다. 피비린내가 온 강산을 뒤덮게...)(연화언니도 떠나고)청산의 거포리 거흠에 거처를 정한 뒤 문바위와 보은을 오가며 묵묵히 장정 이상의 몫을 톡톡 해 내던 연화가 윤과 영동 심천의 장동리에 심부름을 가던 중 갑자기 아랫배를 움켜쥐며 얼굴을 찡그렸다. 윤이 급히 가까운 의원을 물어 찾아갔다. 그새 연화의 얼굴은 백짓장처럼 하얗게 되었다.“언니, 이게 웬일이우?”“고르게 있던 달거리가 이번 달엔 한참 없기에 혹시 수태했나 생각했지. 그런데 새벽부터 하혈이 있으면서 아프기 시작했어. 참아보려고 했지만….”맥을 짚어보던 의원이 말했다. “수태가 맞습니다만…. 이걸 어쩌누…. 뭔가 잘못된 것 같구료.”연화를 딱하게 바라보던 의원은 주섬주섬 침 도구들.. 더보기
청산편)해월의 딸 용담할미(10회)-청춘은 꽃피는데(청년 김구와 만나다) (17세의 윤과 19세의 김구가 청산에서 운명적으로 만나지만...) -청춘은 꽃피는데(청년 김구 청산에 오다) 갑오년(1894)의 새로 떠오른 해가 청산 문바윗골을 비추었다. 세상 구석구석, 하루도 빼지 않고 따듯한 빛을 비추어 뭍 생명을 존재하게 하는 참으로 고마운 해다. 도인들이 계속 문바윗골로 찾아들었다. 공주와 삼례, 그리고 광화문에서의 상소에 이어 보은의 큰 집회에 이르기까지 지속된 신원 운동에도 조정은 식언을 반복하며 눈앞의 동학도들을 흩어 버리기에 급급했다. 더 큰 힘으로 더 세게 조정을 압박하자는 제안을 하는 도인들이 생겨났다. 전라도에서는 지난해 보은 집회 이후 유태홍, 김개남, 손화중, 전봉준 접주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듯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전라도 지역에서 관의 읍폐는 그 어느 지역보.. 더보기
해월의 딸 용담할미(9회)-오빠의 죽음 (2년간의 합법투쟁은 소용이 없게 되고, 청산으로 이사한 뒤 오빠를 잃게 됩니다.) -보은 취회 “엄니, 일이 점점 커지나봐요.” “그래, 수천 명씩 모여서도 일이 안 풀리니 이제는 수만 명이 모이려나 보더라.” “연화 언니랑 형부는 벌써 청산 집에서 보은 쪽으로 오가며 준비를 하고 있대요.” “연화가 고생이 많구나. 여기저기 연통 다니랴 아버님 말씀 받아 정리하랴.” “정말이에요. 연화 언니랑 연국이 형부가 없었으면 어땠을까요? 아이가 안 생기는 게 걱정이지만 한편으로는 그러니까 남장도 하고 홀가분하게 이 일 저 일을 맡아 할 수 있으니 다행이에요.” “그래 수행도 열심히 한다지? 둘이 어쩜 그렇게 한결같은지.” “보은 취회 때는 우리도 가야지요?” “그럼, 전국에서 못해도 수만 명이 모인다니 모두 가.. 더보기
해월의 딸 용담할미(8회) - 투쟁의 시작과 해월의 고민 3. 청산, 푸른 산 맑은 물이 피로 물들다 (1892~ ) -합법적 시위에 공을 들였지만 비밀을 지키기 위해 친인척으로 조직을 늘려가서 ‘처남포덕’이라고 했던 동학은 ‘마당포덕’에 ‘우물청수’라는 말이 돌 만큼 빠른 속도로 교도들이 늘어갔다. 수많은 사람들이 밀려들어 방에 들어올 새도 없이 마당에서 우물을 중심으로 둘러앉아 그 우물을 동학 의례 때에 떠놓는 정화수인 청수 삼아 입도식을 했기 때문이다. 세상이 바뀔 것이라 했다. 조선의 운수가 다하여 장래 새 국가를 건설하게 된다고 했다. 너도 나도 한울을 모시고 있으니 사람사이에 높고 낮음이 없이 모두 귀하다 했다. 나라를 도와 백성을 편케 하자고 했다. 어려울 때 서로 돕는 것이 하늘마음이라 했다. 주문을 외우며 하늘마음을 키우면 병도 오지 않는다 했.. 더보기
해월의 딸 용담할미(7회)- 큰어머니의 죽음과 새어머니의 등장 (윤과 새어머니 손씨/ 심상훈은 어떤 인물인지 유의해보세요.) 윤은 손 씨 큰어머니에게 괜스레 미안하고 송구한 마음이 들어 젊은 어머니가 오게 될 모양이라는 걱정의 뜻을 비추어보았으나 이미 쇠잔할 대로 쇠잔해진 큰어머니는 다만 감사할 뿐이라며 윤이 어른의 보살핌을 받게 된다면 다행한 일이라고 말해주었다. 새어머니는 젊고 시원시원했다. 손 소사가 큰댁을 어머니처럼, 윤을 동생처럼 스스럼없이 대하고 집안 살림을 규모 있게 꾸려내는 것을 보고 주변사람들은 모두 한 걱정을 덜게 되었다. 윤이는 집안일을 도우며 짬짬이 다시 공부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언문으로 된 책은 쉽게 읽고 쓸 수 있어서 집을 드나드는 아저씨들에게 책을 구해 달라 부탁해서 닥치는 대로 책을 읽었다. 저녁에는 언니 같은 손 소사에게 이런.. 더보기
해월의 딸 용담할미(6회) - 열 살 윤을 남기고 어머니 돌아가시고 (어머니 김씨가 돌아가시고 손병희의 누이가 새어머니로 오게 되는데...) 보은에서 돌아오니 해월은 아직 봄인데도 도인들에게 악질에 대한 위험을 수시로 강조하고 있었다. 묵은 밥을 새 밥에 섞지 말고, 묵은 음식은 반드시 새로 끓여서 먹을 것이며, 침을 아무 곳에나 뱉지 말고 길에다 뱉을 양이면 반드시 흙으로 덮을 것. 대변을 보고는 노변이거든 땅에 묻을 것. 가신 물은 아무 곳에나 버리지 말 것. 집안을 하루 두 번씩 청결히 닦도록 할 것. 몸을 청결히 할 것…. 그로부터 동학도인들 사이에서는 ‘부엌이 깨끗해야 한울님이 지나다가 복을 주고 간다’는 말이 생길 정도였다. 그런데 정말 그해 6월 하순부터 전국에 괴질이 돌았다.1) 괴질이 번지면 마을 전체가 벌벌 떨었다. 환자가 하나 생기면 그 가족, 그 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