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유이혜경 썸네일형 리스트형 섬진강은 흐른다(4회) - 2장 광양민란 2장 광양민란(1889년) 의형제를 맺은 양계환과 유석훈은 금세 십년지기 친구가 됐다. 의형제라서가 아니라, 어쩐 일인지 속생각까지 찰떡궁합이었다. 그 합으로 세상 이야기 나누는 것이 좋았다. 추수가 끝난 어느 날 계환은 석훈의 집을 찾았다. 그날따라 석훈은 유독 반가워하며 계환의 손을 잡아 방으로 끌었다. 방에는 낯모르는 젊은이가 있었다. 젊은이는 단단해 보였다. 계환이 들어서자마자 눈을 빛내며 수인사를 건넸다. “반갑소. 지는 조두환이요.” 엉겁결에 수인사를 받으면서 양계환도 얼른 고개를 숙였다. 그러고는 석훈 쪽을 살폈다. 눈길이 마주친 석훈은 웃으면서 청년을 소개했다. “계환이, 이 친구는 여그 봉강 사는 조두환이구마. 좋은 친군게 잘 사귀어 보소.” 그때서야 계환이도 얼굴 표정이 누그러지며 말을.. 더보기 섬진강은 흐른다(3회) - 1장 의형제 제1장 의형제 경덕사 스님은 오늘 산 아래 구동마을로 탁발을 나가려고 마음먹었다. 듣자 하니 아랫마을에 양부자가 인색하고 고약하기로 소문이 났다고 하였다. 며칠 전에 들른 구동댁 이야기다. 양부잣집에서 논을 몇 마지기 얻어 농사를 지은 지 몇 해가 넘었건만 갈수록 살 길이 막막하다고 하소연이었다. 일 년 내내 갖은 애를 쓰고 농사를 지어 놓으면 가을걷이를 하기가 바쁘게 나락수로 다 뜯어가 버려 겨울에는 자식을 굶기게 생겼다고 하였다. 견디다 못해 몇 마디 말을 내어 인정을 좀 보여주십사고 양부자에게 청을 하면 양부자란 사람은 농부들의 사정쯤에는 눈도 깜박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오히려 자기 눈에 조금만 거슬려도 부쳐 먹는 땅을 바로 뺏어가 버리는 통에 살기가 무섭다고 하였다. 스님은 오늘 그 양반 버릇 한.. 더보기 섬진강은 흐른다(1회) - 유이혜경 광양의 엄마 집으로 돌아온 숙정은 며칠간 아무 일도 안 하고 잠만 잤다. 엄마는 숙정의 몸이 안 좋아 보인다고 날마다 특별한 건강식을 만들어 먹이려고 하셨다. 집에 더 있자 해도 엄마에게 못할 일이었다. 한국에 아는 친구들은 몇 없고 그나마 그 친구들도 다 가정을 꾸리고 있어 마땅히 기댈 언덕도 없었다. 그러던 중에 한 친구가 숙정에게 권했다. “한겨레 휴센터라는 게 생겼는데, 거기 프로그램이 좋아. 이번 여름에는 공주 마곡사에서 한다더라. 프로그램에 참가해 본 사람들이 좋다고 추천하던데 거기 한번 가 봐. 말 그대로 힐링이 된다던데….” 2013년 8월 초 가장 무더운 여름날 숙정은 3박 4일을 마곡사에 있었다. 그리고 명상 프로그램을 따라 하면서 가슴 답답함이 조금 가시는 듯하였다. 도인 체조도 좋았.. 더보기 섬진강은 흐른다 - 줄거리 줄거리 광양 봉강에 사는 유석훈이 외가인 월포 앞 강물에서 재첩을 잡다가 물에 빠져 허우적거린다. 이것을 본 구동 젊은이 양계환이 물로 뛰어 들어가 구해준다. 그 자리에서 두 사람은 의형제를 맺고 징표로 서로의 은장도를 교환한다. 양계환은 친구 집인 봉강에 들렀다가 광양 민란으로 곤란에 처한 아저씨를 구례로 피신시켜 드린다. 그 후 구례로 오가다가 우연히 먼발치에서 임서엽 처자를 보고 한눈에 반한다. 임서엽의 집으로 청혼을 넣었으나 처첩을 거느린 아버지의 단정치 못한 행실로 인해 거절당한다. 양계환이 마음앓이를 하는 중에 동학 공부 하자고 친구들이 이끌어서 간 집이 구례 임서엽의 집이어서 깜짝 놀란다. 얄궂은 운명인지 유석훈도 임서엽을 좋아하여 두 사람은 사랑의 눈빛을 교환하더니 나중에는 결혼까지 하게 .. 더보기 섬진강은 흐른다 - 연재를 시작하며 지리산과 섬진강에 흐르는 동학의 꿈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제 고향 광양에서도 동학으로 일어났다가 돌아가신 분들이 많았어요. 전 그걸 하나도 모르고 나이를 먹었어요. 우연히 인연이 닿아 동학 공부 모임에 갔어요. 그저 동학이 뭔지 좀 알아보고 싶었어요. 보는 책과 자료가 쌓이자 이 일을 우리 지역 사람들에게도 알려야 한다는 의무감이 생기대요. 동학혁명이 무엇이길래 한 집안 전체가 뛰어들어 부모 자식이 한꺼번에 죽은 것을 어느 집안 족보에서 확인했어요. 또 어떤 이는 군지에는 기록이 남아 있는데 족보에는 이름이 없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그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팠어요.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영남과 호남을 구분 짓는 섬진강에서, 백운산에서, 광양 읍내에서, 진상 섬거에서, 하동에서, 수곡당산에서 그리고 진주 .. 더보기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