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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유이혜경

섬진강은 흐른다 - 연재를 시작하며



지리산섬진강에 흐르는 동학의 꿈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제 고향 광양에서도 동학으로 일어났다가 돌아가신 분들이 많았어요. 

전 그걸 하나도 모르고 나이를 먹었어요.

우연히 인연이 닿아 동학 공부 모임에 갔어요.

그저 동학이 뭔지 좀 알아보고 싶었어요.


보는 책과 자료가 쌓이자 

이 일을 우리 지역 사람들에게도 알려야 한다는 의무감이 생기대요.


동학혁명이 무엇이길래 한 집안 전체가 뛰어들어 

부모 자식이 한꺼번에 죽은 것을 어느 집안 족보에서 확인했어요.

또 어떤 이는 군지에는 기록이 남아 있는데 

족보에는 이름이 없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그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팠어요.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영남과 호남을 구분 짓는 섬진강에서, 

백운산에서, 광양 읍내에서, 진상 섬거에서, 하동에서, 

수곡당산에서 그리고 진주 일원에서 죽어갔어요.


나는 그분들의 맘 자리가 궁금했어요.

그래서 소설은커녕 제대로 된 꽁트 한 편도 써보지 않았는데 

그냥 써보기로 했어요.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내게 딱 어울리는 말이지요.

 

 

 

섬진강은 흐른다에 담긴 내용  


갑오년 가을, 동학농민혁명군은 일본군과 관군에 대항하여 전국에서 일어났어요. 이미 그때부터 일본은 우리 조선을 먹으려고 철저하게 준비하고 왔어요.

 이 소설은 일본군의 진로를 막고 경상도와 전라도가 하나 되어 개벽 세상을 열어보려 한 영호대도소 사람들을 다시 세워보고 싶었어요.

 

그러한 의도가 있었기에 광양의 주인공 양계환과 유석훈이 동학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부터 전라좌도대도소 김개남 대접주와의 연결을 중요하게 보았어요. 김개남 대접주와 연결된 젊은 대접주 김인배는 영호대도소 동학군들을 이끌고 하동을 거쳐 진주로 진출했지요.

 

그들은 일본으로 대표되는 외세가 물러간 세상에서 사람이면 누구나 평등하게 대접받는 개벽 세상을 열어보려 했어요. 그들의 간절한 염원은 이 땅을 붉은 피로 물들였지만 끝내 이루지 못했지요.

하지만 갑오년에 이루지 못한 그들의 바람은 결코 시들지 않았어요. 살아남은 사람들은 중단 없는 항일투쟁에 뛰어들었지요.

 

저는 그들의 동학하는 삶과 꿈을, 그리고 의로운 항일 투쟁을 소설 속에 담고 싶었어요. 갑오년에 동학에 뛰어들었던 이들은 사람이면 누구나 차별 없이 한울로 귀히 여기고 온 생명을 한울로 받들어 모시는 사람들이었어요. 저는 그들을 배우고 표현하면서 그들을 닮고 싶었어요.

 

 

 

 

소설을 연재하려고 하면서 제 꿈도 들여다봤어요.

 

저는 고등학교 국어 교사입니다. 그리고 예쁜 두 딸의 엄마이기도 합니다.

저는 일은 조금만 하고 고구마 구워 먹고 좋은 사람들이랑 해작거리고 베짱이처럼 놀기를 참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제 소원은 다른 사람들도 베짱이처럼 살아 같이 노는 사람들이 많은 것입니다. 특히 두 딸과 학교에서 만난 수많은 제자들이 다들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즐겁게 일하고 쉴 때는 가족, 친구, 이웃들과 함께 깔깔거리며 웃는 날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이것은 제가 처음 교단에 섰을 때부터 교직 생활 25년이 지난 지금까지 늘 저의 첫 번째 소망입니다.

 

요즘 드는 생각은 우리 젊은이들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려면 최저임금이 시간당 1만 원은 되어야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하루 8시간씩 주 5일 일한다고 했을 때 한 달 급여가 최저 160만 원은 됩니다. 우리 젊은이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한 달에 160만 원 이상 벌 수 있다면 소박하고 소소한 일상의 기쁨을 누리며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교실에서 만나는 우리 학생들의 밝은 미래만 그리고 싶었습니다만 현실은 마음이 아플 때가 많았습니다. 공부를 즐겁게 하다보면 미래가 보장된다는 말을 쉽게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면서도 공부하자고 말하는 제 자신이 싫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런 고민이 때로는 얼른 교단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으로 번지기도 했습니다.

저는 우리 학생들이 새로운 길을 찾아 도전하기를 바라기에 어떻게 하면 도전 정신을 심어줄까, 호기심으로 반짝이는 눈빛을 갖게 할까를 자주 생각합니다. 학생들이 각자 좋아하는 일을 찾아 도전할 수 있도록 진로지도를 하려고 애씁니다만 오늘날의 경제 현실은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일을 향해 발을 뻗으려는 첫걸음부터 돌려놓습니다. 그래서 학생들이 그저 취업이 잘 되는 직종으로 갈 수 있는 학과로 원서를 넣는 것을 말리지 못합니다.

학생들은 대학에 진학하기도 전에 오랜 기간 꿈꾸어 왔던 일을 포기한 아픔을 가지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대학 생활을 하고 자신의 일과 학업에 대한 열정을 취업 스펙을 쌓는 데로 돌립니다. 그러다보니 대학 생활도 이후의 직장 생활도 즐겁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참 안타깝습니다.

우리 젊은이들이 비록 알바를 하더라도 최소한의 알바시급(시간당 만 원)이 보장된다면 오로지 취업이 잘 되는 곳으로만 몰려가지는 않을 것입니다. 어서 빨리 현재 기준으로 최저시급이 만 원 이상으로 올라 젊은이들이 자신들이 좋아하는 다양한 일터로 눈을 돌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하여 저와 모든 이웃들이 하고 싶은 일, 잘 하는 일을 찾아 할 수 있고 신바람 나게 일해서 우리나라의 노동생산성이 높아지고 행복지수도 높아지면 좋겠습니다.

요즘 공무원 연금 개혁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습니다. 저는 이것도 같은 맥락으로 봅니다. 젊은 공무원들이 신바람 나게 일 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소득이 됐건 자산이 됐건 위아래가 너무 차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능력과 노력에 비해 너무나 차이나는 부의 불평등은 현실성도 없을뿐더러 많은 젊은이들을 좌절하게 합니다.

 

저는 갑오년에 동학했던 사람들이 나누었던 유무상자 전통이 오늘에도 이어져서 두루두루 평안하고 다 같이 잘살 수 있는 세상이 우리 곁으로 서서히 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금 더 빨리 오게 하려면 그 길의 주역이 될 우리 젊은이들의 손을 잡고 함께 걸어가야겠습니다.

 


소설 이야기하다가 뜬금없이 최저임금을 말하니 그렇지요.

하지만 꼭 말하고 싶었어요.

제 소설 <섬진강은 흐른다>속에 나온 사람들이 오늘날로 살아 돌아와 소원을 말한다면 최저임금도 포함되겠지요.

이제 다음 주부터는 소설 속에서 그분들의 맘을 들여다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