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강은 소리 없이 흐르고(7회) - 동백숲에 흐르는 도인의 꿈(4) 솔섬에는 봄이 오고 있었다. 며칠간 망을 보느라 바위 굴에 숨어 있었던 이소사와 남편은 바다에서 별 기척이 없자 아침 저녁으로 슬슬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주변의 바다에 배가 한 척도 뜨지 않는 날이 되면 두 사람은 양지바른 곳을 찾아 오래도록 심고를 드렸다. 바위틈으로 비쭉이 쑥이 새싹을 내밀고 바람도 매운 기색이 가시고 살갗에 닿는 감촉이 좋았다. “어디 멀리 떠나야 하지 않겠소? 관졸들이 우릴 잡으려고 한다면 이곳이야 금방 눈에 띄는 곳이오. 마을 사람들이 알려주기만 하면 우리는 그냥 발각이 되고 말 것이오.” 김양문은 이소사에게 걱정스레 물었다. 벌써 며칠째 같은 질문을 해대도 이소사는 쉽게 대답을 하지 않았다. 단정하게 쪽을 진 머리에 형형한 눈빛을 빛내며 꼭 닫힌 입술로 생각에 젖어 있기만 .. 더보기 여성동학다큐소설 주간 매거진 #04 여성동학다큐소설 주간 매거진 더보기 경상도 동학(3회) -성난 농민들, 부사는 도망가고 협상 나온 관리는 뺀질거리고 (생존을 위협받는 농민들은 돌멩이를 들고 일어서지만...) 3. 타오르는 불 드디어 다음 장날이 되었다. 감나무 아래로 모여든 농민의 수는 백여 명이나 되었다. 그들은 한결같이 분노에 찬 표정으로 불만을 토로했다. 정나구는 징을 치며 사람들을 모았다. 징소리는 봄날 장터를 울리며 긴 여운으로 사람들이 가슴 속으로 퍼져 나갔다. 감나무 여린 새싹이 한들거리며 바람에 날리고 하늘은 파랬다. 정나구가 치는 징소리는 이제 막 나온 약초들을 들고 혹은 봄나물을 들고, 갓 자란 채소들을 들고 나온 장꾼들을 울렁거리게 했다.지이잉 지이잉 징소리가 퍼져 나가자 여기저기에서 사람들이 구름떼처럼 몰려들었다. “관아로 갑시대이. 세금 때문에 살 수가 없으니 관아로 가서 부사를 만나가지고 조정을 하도록 합시대이.” 누군가 걸.. 더보기 이전 1 ··· 28 29 30 31 32 33 34 ··· 6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