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님, 모심] - 6회 장일순, 지학순 주교를 만나다 장일순, 지학순 주교를 만나다 어느 날 장일순의 봉산동 집으로 한 신부가 찾아왔다. 지학순(池學淳) 주교라고 했다. “함께 일할 신도를 찾았더니 누가 ‘저기 빨갱이로 몰려서 농사짓고 있는 사람 있으니 만나 봐라.’ 해서 왔습니다.” 지학순 주교는 장일순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오랜만에 찾아오는 사람의 목소리가 장일순의 가슴에 따뜻하게 스며들었다. “저는 로마 교황청에서 주교로 임명받아 원주로 첫 발령을 받았습니다. 교황님의 뜻을 함께 실천할 사람을 찾고 있습니다.” 주교는 좀 더 진지하게 말했다. “미안하지만, 저는 그럴 만한 사람이 못 됩니다. 저는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장일순은 고개를 저었다. 자신의 꿈은 종교적인 성자가 되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완곡하게 거절했다. “그것이 무엇입니까?” 진지.. 더보기 겨울이 깊을수록 봄빛은 찬란하다(5회) - 상놈으로 태어난 죄 하지만 아내가 잠든 후에도 손병희는 쉬이 잠을 이루지 못하였다. 나라를 구하고 세상을 구하는 대의의 길에 나서는 것으로 자신이 겪은 설움 따위쯤은 떨쳐 낼 수 있었지만, 막상 고향집에서 바라보이는 세상은 아직도 컴컴한 한밤중이었다. 어머니 최씨는 청주목 아전 출신 손의조의 첩실이었고, 따라서 손병희는 서출이었다. 그는 철이 들면서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님을 형님으로 부르지 못하며 벼슬길에 나갈 수도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문중 제사에 자신은 온전히 절도 할 수 없었다. 더욱이 아전은 중인 계급. 성인이 되어 벼슬길에 나선대도 서울에서 내려온 벼슬아치들의 손발이 되어 갖은 치다꺼리를 해야 하는 처지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못할 짓이란 백성의 고혈을 빼먹자고 덤비는 관리들의 앞잡이가 되어 고향.. 더보기 비구름을 삼킨 하늘(5회) - 1장 1891년 공주(3) 1장 1891년 공주 (전회에 이어서) 부인이 이불을 동이의 어깨까지 올려 덮으며 다독였다. “오늘은 뭘 좀 먹었습니까?” 조심스럽게 묻는 주인어른의 목소리가 동이의 등 뒤에서 들렸다. 부인이 깊은 한숨을 내 쉬자 동이의 얼어붙었던 가슴에 조그만 균열이 생겼다. “어서 기운을 차려서 뭘 좀 먹어야 할 텐데.” “곧 일어날 겁니다.” 두 사람의 조심스러운 말소리에 확신이 묻어났다. “손님들은 가셨습니까? 상황이 좋지 않아서 인사도 못 드렸네요.” “안에서 소란스러웠겠군요. 이 아이가 놀라지 않았는지 걱정이네요.” 둘은 한껏 목소리를 낮췄다. “해월 선생께 그리 호되게 꾸지람을 들으셨는데도 아직 미련을 못 버리니…. 영감이 난처 하셨겠어요.” “태인의 접장들이 저렇게 강경하게 나올 줄은 몰랐습니다. 해월 선.. 더보기 이전 1 ··· 35 36 37 38 39 40 41 ··· 6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