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썸네일형 리스트형 12회 피어라 꽃 <해남진도제주> 이랴, 개벽 세상으로 가자 화원에 도착해서 말을 목장에 넣고 말총이는 감목관 거처부터 알아보았다. 관마청은 목장에서 5리 정도 떨어져 있었다. 말총이는 군두의 지시대로 말에게 풀을 먹이고 우물가에 있는 말똥을 치웠다. 한양으로 뽑혀 가는 말들이라 그 사이에 몸이 축나거나 병이 들까봐 군두는 말 관리를 철저하게 시켰다. 저녁 일을 마친 후 말총이는 목자들 몰래 군부를 찾아갔다. 그는 아버지가 준비해 준 말린 생선포와 술을 싼 보자기부터 내밀었다. “뭣이여? 이것이?” 군부의 입이 헤 벌어지는 것을 놓치지 않고 말총이가 입을 열었다. “옆집 사월이가 시방 관마청에서 대감마님 수종 들고 있는디라우. 사월이 어매가 지한테 눈물 바람을 함서 이 옷을 꼭 사월이한테 잔 갖다 주락 하요.” 말총이는 옷보따리를 보여주었다. “에미라고 딸을 시집.. 더보기 꿈이 있더냐(11회) - 3장 탄생, 비밀과 기쁨 “어쩌겠습니까. 다 이게 지가 무식해, 못나서 이 사단이 벌어진 걸. 저…. 윤지, 그놈들에게 보내기로 했습니다.”윤지 아버지가 힘없이 얘기했다.“아니 되네. 내 자식 살리자고 윤지를 왜놈들에게 보낼 순 없네. 절대 안 되네. 칠성이가 이 사실을 알면, 가만있지 않을 걸세. 자네는 평생 딸년 팔아먹은 아비가 되는 것이고, 나는 제 자식 살리자고 남의 귀한 딸 죽인 죄인이 되는 것이네. 칠성이와 연지는 어쩌라고 이런 말을 하는 겐가. 다른 방도를 찾아야 하네. 지금 이희인 어른과 접장님들이 백방으로 알아보고 있으니, 무슨 수가 나올 걸세.”원씨가 윤지 아비의 팔을 잡고 애걸하듯 말했다. 울상을 짓고 탁배기를 들이키는 윤지 아버지의 탁배기가 사발 밖으로 흘러 넘쳤다.“올해 오가놈에게서 논을 사고 형편이 나아.. 더보기 겨울이 깊을수록 봄빛은 찬란하다(11회) - 청일전쟁과 남북접 봉기 전봉준이 무장에서 봉기하였을 때 해월 선생은 충청도 청산 문암리(문바윗골)에 있었다. 전봉준의 봉기 소식을 듣고 해월 선생에게는 충청도 서부와 경상도, 경기도와 강원도 각지에서 연일 어찌할 것인지를 묻는 연통이 들어왔다. 한편에서는 많은 동학 도인들은 전면적인 봉기를 우려하였고, 다른 한편에서는 이 기회에 전국적으로 동학 조직이 한꺼번에 움직여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쳤다. 해월 선생은 전봉준에게 연락을 취하여 신중히 처신할 것을 요구는 한편, 사태의 흐름과 관의 동태와 추이를 살피면서 전 동학 도인들에게 조직의 상황을 점검하고 준비태세를 갖추도록 지시하였다.동학군이 전주성에 입성한 4월 말, 서울에서 한 노인이 말을 타고 해월 선생을 찾아왔다. 키가 구부정하고 누구 하나 경계심을 자아낼 여지가 없는 상노인.. 더보기 작품 [님, 모심] -12회 영월로 돌아가다 (김현옥) 영월로 돌아가다 “주인장, 안에 계십니까? 계십니까?” 한밤중 외딴 산골 집 밖에서 소리 죽여 부르는 소리에 장봉애(張奉愛)는 깜짝 놀라 잠에서 깨었다. “여보, 누가 왔어요. 어서 일어나시오.” 남편 박용걸을 깨웠다. 박용걸은 놀라서 벌떡 일어났다. 주섬주섬 옷을 걸쳐 입고 밖으로 나가더니 인사하는 소리가 두런두런 들렸다. 장봉애는 재빨리 옷을 갖춰 입었다. 이불 갤 틈도 없이 손님 두 사람을 방 안으로 데려왔다. 보름 전인가 들렀던 사람들이었다. 그동안 얼마나 고생했는지 볼은 홀쭉해지고 광대뼈만 튀어나왔다. 그러나 쑥 들어간 두 눈에서 범접할 수 없는 기운이 품어져 나왔다. 해월과 강수의 무명 저고리와 바지가 얇아서 몹시 추워 보였다. 그동안 제대로 간수하지 못한 상투는 헝클어졌고, 옷은 찌든 때에 .. 더보기 비구름을 삼킨 하늘(11회)-2장 1892년 공주 2장 1892년 공주 (전회에 이어서) 의령은 잠시 눈을 감고 숨을 고른 후 장을 열어 깊숙이 넣어 두었던 보자기를 꺼냈다. 일 년 전 저수지에 몸을 던졌을 때 구해 준 선비가 벗어 자기 몸에 덮어 주었던 도포였다. 도포의 사연을 알고 배씨 부인이 빨아서 정성껏 손질한 후에 의령에게 전해주며 혹시나 살아가면서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도포에 담긴 선비의 고마움을 잊지 말라는 말을 덧붙였다. 의령은 도포를 손끝으로 가만히 쓸어 보았다. 선비를 만났으니 도포는 당연히 선비에게 돌려줘야 했다. 도포를 돌려줄 때는 장날에 옷감을 사서 손수 중치막을 지어 고맙고 미안한 마음을 전하고 과거를 끊어 내리라 생각했다. 의령은 더 이상 지난날의 후회와 고통 속에서 살고 싶지 않았다. 그 며칠 후 장날, 두 사람은 거짓말처럼.. 더보기 해월의 딸 용담할미(11회) -혁명이 시작되다! (덕기 오빠에 이어 연화언니도 떠나고 상황은 급박해지기 시작한다. 피비린내가 온 강산을 뒤덮게...)(연화언니도 떠나고)청산의 거포리 거흠에 거처를 정한 뒤 문바위와 보은을 오가며 묵묵히 장정 이상의 몫을 톡톡 해 내던 연화가 윤과 영동 심천의 장동리에 심부름을 가던 중 갑자기 아랫배를 움켜쥐며 얼굴을 찡그렸다. 윤이 급히 가까운 의원을 물어 찾아갔다. 그새 연화의 얼굴은 백짓장처럼 하얗게 되었다.“언니, 이게 웬일이우?”“고르게 있던 달거리가 이번 달엔 한참 없기에 혹시 수태했나 생각했지. 그런데 새벽부터 하혈이 있으면서 아프기 시작했어. 참아보려고 했지만….”맥을 짚어보던 의원이 말했다. “수태가 맞습니다만…. 이걸 어쩌누…. 뭔가 잘못된 것 같구료.”연화를 딱하게 바라보던 의원은 주섬주섬 침 도구들.. 더보기 섬진강은 흐른다(10회) 8장 법헌 최시형 8장 법헌 최시형 법헌 최시형이 김개남 대접주 집에 들른 것은 신묘년(1891년) 유월이었다. 며칠 전에 김개남은 밖으로 나가려다 말고 뭔 생각이 났던지 다시 방안으로 들어와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리고 부엌에 있는 아내를 불렀다. “여보, 이번에는 법헌 어른께서 우리 집에서 묵어 가실지도 모르것소.” “예? 그분께서 우리집에 묵다니요?” “이번에는 내가 이 지역의 중요한 일을 맡아야 할 성 싶소. 그리 되면 여러 일을 짚어 주시려고 우리 집으로 오실 게요.” “그러면 어찌 준비를 해야 할까요? 음석이랑, 옷이랑 ...... 아주 바쁘겄네요. 석이네랑, 염이네랑 부지런히 해야겄구만요.” “당신이 내 옆에서 잘 거들어 주니 고맙소. 우선 그 어른 여름 옷이 몇 벌 필요할 게요. 내 해보다 조금 작게 지으면.. 더보기 동이의 꿈(11회) - 개항(2) 이태에 걸쳐 대흉작을 겪은 일본 정부는 조선 농민들에게 고리채 돈을 빌려주고 추수미를 실어갔다. 타들어가는 논밭의 사정은 조선도 마찬가지였다. 흉작으로 들판에 마른 내가 퍼지고 메마른 갈퀴 손으로 흙을 헤집다가 죽어 넘어간 사람의 시체를 개가 뜯어먹고 있더라는 소문이 이곳저곳에서 흔하게 돌아다녔다. 일곱 배가 넘게 쌀값이 오르고 굶어 죽는 백성을 구휼할 쌀도 부족하게 되었다. 그나마 콩이 소출이 있는 편이어서 가느다란 희망줄이었으나 이것도 봄에 미리 선금을 치른 일본인 상인에게 그대로 넘어갈 판이었다. 굶주림에 지친 사람들의 원망스러운 눈길이 일본인 상선에 끊임없이 실어나르는 쌀가마와 콩자루에 머물 무렵이었다. 대책에 골몰하던 조병식에게 귀뜸이 들어왔다. "여섯 해 전에 민영목 나리와 일본공사가 양측의 .. 더보기 피어라 꽃(11회) - 코끝에 스미는 묵향 감목관이 왔다간 지 이레가 지났다. 점심참이 지났을 때였다. 군두가 정신없이 목장으로 올라왔다. 말총이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감목관님이 연통도 없이 들이닥쳤다. 잠시만 앉아 계시라고 주안상 들이밀어 놓고 올라왔은께 금방 오실 것이다. 빨리 빨리 말똥 치우고, 털 솔질해라.”군두가 정신없이 다그치자 목자들도 허둥지둥 마굿간으로 달렸다. 말총이는 슬그머니 빠져나와 사월이 집으로 달렸다. 말총이 말을 들은 사월이는 사색이 되었다. 말총이는 사월이를 앞세워 뒷산으로 달렸다. 허둥지둥 달리느라 사월이는 엎어지고, 자빠지며 짚신짝까지 벗어졌다. 말총이가 짚신짝을 집어 들고 재촉했다. 봄에 둘이 앉았던 자리를 찾아 기어들어 갔다. 그러나 그곳은 오솔길에서 너무 가까웠다. 말총이는 사월이의 손을 잡고 더 깊숙한 .. 더보기 내포에 부는 바람 (11회) - 광화문 복합상소 3이창구는 삼례에서 돌아오자마자 부모님의 승낙을 얻어 순섬이와의 혼례를 조촐하게 치르기 위해 준비를 서둘렀다. 집안 식구들에게 잔칫상에 쓸 음식을 간단하게 준비하라고 일렀다. 간단하게 한다고 하지만 인륜지대사이고 보니 집안 전체가 음식 준비로 분주했다. 도씨 부인은 순섬이가 소실로 들어온다는 생각에 속이 문드러졌다. 사람들 이목도 두려웠다. 문득 음식을 준비하려고 앞마당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자신의 꼴이 볼썽사나워 보였다. 그녀는 일그러지는 표정을 감추기 위해 슬그머니 뒤꼍으로 갔다. 여종 하나가 완자전을 만들기 위해 고기를 다지고 있었다. 그녀는 여종에게서 칼을 빼앗아 들고 본인이 직접 고기를 다졌다. 눈물이 고기를 적셨다. 그녀의 심정을 아는지라 아무도 그녀 곁을 얼씬거리지 않았다. “아이구 마님, .. 더보기 이전 1 2 3 4 5 6 ··· 1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