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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꿈이 있더냐(10회) - 벅차오르는 희망, 동학의 뜻은 넓게넓게 퍼져라 칠성이는 동 터오는 새벽, 벽에 기대 앉아 혼자 어찌 해야 할지 방도를 생각하고 있다. 며칠째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몸은 천근만근이지만 눈빛은 어느 때보다 반짝거렸다. ‘스승님이 계셨다면 어찌 했을까?’ 칠성이는 돌아가신 곽 할배 생각이 났다. 글을 알아야 한다고, 어린 아이들 대여섯을 모아 작은 서당을 열었던 곽 할배가 그의 유일한 스승이었다. 재미난 이야기와, 넉넉하진 않았지만 틈만 나면 주먹밥이며 군것질 거리를 챙겨주던 스승님. 칠성이는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곽 할배가 생각나곤 했다. “칠성아, 너는 아주 큰 힘을 가지고 태어났단다.” “예 스승님, 모두 저보고 장군이 될 거래요. 아버지 닮아서 힘도 세고, 키도 크고요.” “그래, 칠성이는 장군이 될 게야. 갑옷을 입고 칼을 들어 외적에 맞서 .. 더보기
깊은 강은 소리 없이 흐르고 11회 이인한 기포령을 올리다(2) 남원집회 이후 전라도 남서부 일대에는 요소요소에 동학농민군 부대들이 혹은 운집하고 혹은 이동하며 고을고을을 휩쓸고 있었다. 그러나 전라도 전역을 통틀어서, 아니 어쩌면 전국을 통틀어서 동학농민군에게 목에 가시 같은 나주성이 인근에 있어서 이를 믿고 항거하는 몇몇 양반 중심의 민보군 부대도 만만찮게 세를 규합해 가고 있었다. 더욱이 이들은 일본군과 관군이 곳곳에서 동학군을 대패시키며 남하해 온다는 소식을 듣고 대대적인 반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웅치면에 모인 수천 명의 동학군들은 머리에 황건을 쓰고 깃발을 흔들며 함성을 질렀다. 이미 전주성을 함락하고 내려온 외부의 동학군들도 함께 참석을 했고, 인근이 보성과 강진에서 들어온 도인들도 합세를 했다. 장흥부사 박헌영은 수많은 동학농민군들이 웅치면에 웅거해 있다.. 더보기
경상도편(6회)-정나구의 아들 도치를 만나다 (임술민란 때 상주에서 농민들을 조직하여 저항했던 정나구는 참수되었다. 정나구는 거사 전 처자식에도 화가 미칠 것을 염려하여 아내와 아들 도치를 멀리 산 속으로 떠나 보냈는데...) (해월과 최맹순, 해월과 도치의 만남이 이어지고...) 1871년 영양에서 자칭 수운의 제자라고 하는 이필재의 거사가 있었다. 이필재는 끈질긴 설득으로 해월을 움직여 그의 동학조직을 이용해 부패한 영양군수를 처치했지만 문경에서 다음 거사를 준비하다가 잡혀 처형되었다. 해월은 발 빠르게 도피했지만 양아들 준이와 동생의 남편인 임익서는 잡혀 처형되고 말았다. 손 씨 부인과 딸들은 어디로 갔는지 행방을 알 수 없었다. 이필재 거사 이후 해월을 찾는 관아의 눈길은 집요했다. 해월은 강원도 깊은 산속에 숨어 살았다. 수많은 도인들이 .. 더보기
겨울이 깊을수록 봄빛은 찬란하다(10회) - 농민반란의 서막 1894년 1월 10일, 마침내 큰 물결 하나가 밀어 닥쳤다. 고부에서 백성들이 들고 일어난 것이다. 고부군수 조병갑의, 너무 많아 기록조차 할 수 없는 온갖 치부와 수탈 행위들, 전운사 조필영의 세미의 이중 징수, 부당한 운송비용 부과를 바로 잡고자 일어섰다 하였다. 그들은 파죽지세로 올라가 전주성을 거쳐 서울로 올라간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고부성 점령은 고부의 동학 도인들과 농민들만으로도 충분한 일이었다. 전봉준 등은 고부성을 격파하고 군수 조병갑을 효수할 것, 군기창과 화약고를 점령할 것, 군수에게 아첨하고 인민을 침탈한 이속을 징계할 것, 전주 감영을 함락하고 서울로 향할 것 등을 결의하였다. 고부에서의 봉기는 절반의 성공이었다. 고부 지역 동학도와 농민들의 결합은 순조로웠다. 잠재된 농민들의 역.. 더보기
작품 [님, 모심] -11회 해월, 다시 일어서다(김현옥) 해월, 다시 일어서다 봄기운이 완연한 어느 날 다시 용담으로 갔다. 그러나 지난해 겨울 스승님은 행선지를 밝히지 않고 먼 길을 떠나 용담은 인적이 끊겨 있었다. 언제 귀환할지도 알 수 없다고 했다. 관의 지목이 들끓고, 가정리 일대 최씨 문중과 수운 스승님의 부친인 근암공의 제자들이 수운의 주변에 몰려드는 사람들을 보며 질색을 하는 바람에 기약 없이 용담을 떠난 것이라 했다. 금등골로 돌아온 해월은 다시 일상적인 삶과 수련을 병행하며 공부하는 생활로 돌아갔다. 7월 어느 날 묵상에 잠겼다가 스승을 생각하자, 경주 서면 박대여(朴大汝) 집이 눈앞에 환히 보였다. 급히 행장을 꾸려 집을 나섰다. 과연 그곳에 수운 스승님이 와 계셨다. 전라도 남원 땅에서 겨울을 지내고 여름이 되어서야 경주로 돌아왔다고 했다... 더보기
비구름을 삼킨 하늘(10회)-2장 1892 공주 2장 1892년 공주 (전회에 이어서) 동이는 배씨 부인이 자신의 혼란스런 마음을 눈치 챌까 겁이 났다. “어머니 집에 오기 전에 죽으려는 저를 살려 주었던 그 선비님이오.” “어머나, 그래? 어디서?” 의령이 과거의 일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지만 저수지에서 자신을 구해 주었던 선비에 대해서는 털어놓았다.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지도 않은 듯 배씨 부인의 눈이 놀라움으로 커졌다. “어제 감영에서요. 차림새로 보아하니 행세께나 하는 양반인가 봐요.” 기대에 부풀었던 배씨 부인의 얼굴이 양반이라는 말에 한순간 걱정으로 변했다. 의식을 잃고 쓰러졌을 때 덮어 주었던 도포로 지체 높은 양반이라고 짐작은 했지만 금영을 드나드는 사람이라는 말에 지레 걱정이 되었다. 현재 금영에서의 잔혹한 수탈과 횡포는 위.. 더보기
청산편)해월의 딸 용담할미(10회)-청춘은 꽃피는데(청년 김구와 만나다) (17세의 윤과 19세의 김구가 청산에서 운명적으로 만나지만...) -청춘은 꽃피는데(청년 김구 청산에 오다) 갑오년(1894)의 새로 떠오른 해가 청산 문바윗골을 비추었다. 세상 구석구석, 하루도 빼지 않고 따듯한 빛을 비추어 뭍 생명을 존재하게 하는 참으로 고마운 해다. 도인들이 계속 문바윗골로 찾아들었다. 공주와 삼례, 그리고 광화문에서의 상소에 이어 보은의 큰 집회에 이르기까지 지속된 신원 운동에도 조정은 식언을 반복하며 눈앞의 동학도들을 흩어 버리기에 급급했다. 더 큰 힘으로 더 세게 조정을 압박하자는 제안을 하는 도인들이 생겨났다. 전라도에서는 지난해 보은 집회 이후 유태홍, 김개남, 손화중, 전봉준 접주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듯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전라도 지역에서 관의 읍폐는 그 어느 지역보.. 더보기
섬진강은 흐른다(9회) - 7장 보은 원평 취회(1893년) 7장 보은 원평 취회(1893년) 석평 마을을 감싸고 있는 뒷산에는 산죽이 빽빽이 들어차 있다. 봄날의 기운은 산죽 색깔을 어느새 싱그러운 초록으로 다 바꿔 놓았다. 빽빽하다 못해 무성하다는 느낌을 주는 산죽 사이로 띄엄띄엄 소나무들이 서 있다. 검게 갈라진 등걸을 휘어 올려 우뚝 선 소나무가 장관이다. 연하디 연한 잎사귀를 달고 봄바람에 한들거리는 대나무들 보란듯이 소나무는 진한 검초록의 뾰족한 솔 잎새를 대나무 군락을 훨씬 넘긴 높이에 펼치고 있다. 마치 대장 군사가 병졸들을 훈련시키고 있는 모양마냥 기운도 당당하게 우뚝 서 마을을 내려다보고 섰다. 그 앞에 석평 마을 집들이 자리를 잡았다. 유석훈 접주 집은 석평뜰에서 바라보면 높고 그들먹한 터에 자리를 잡았다. 사랑방에는 동네 청년들이 다 모였다... 더보기
동이의 꿈(10회) - 개항(1) 4장 개항 조지서 일을 하는 동이 아버지 한순구는 구월산 자락 아래에서 평생 종이를 만들며 보냈다. 종이 만드는 일은 워낙 품이 많이 들고 힘이 드는 일이었다. 산에서 초군들이 닥나무를 캐 가지고 오면 그 다음 일은 조지서 일꾼들 차지였다. “아흔아홉 번의 손길이 가야하는 거여, 정성이 부족하면 좋은 종이가 안 나온다.” 귀에 더깨가 앉도록 들은 말이었다. 조지서에서 만든 종이는 중국에 보내는 진상품이었고 그들도 조선의 종이를 제일로 여겨 황제와 벼슬아치들만 쓰는 귀한 물건으로 알았다. 보얗게 마름질된 책 한권을 묶기 위해 조지서 일꾼들의 몸은 휘어지고 손바닥은 갈라져 거칠어졌다. 한순구는 아들을 조지서에 얼씬도 못하게 했다. 종이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책을 보는 사람으로 키우고 싶은 것이 그의 꿈이었다.. 더보기
피어라 꽃(10회) - 의신면 만길리 나치현에게 가다 사월이는 입은 옷 그대로 밖으로 나섰다. 군두를 따라가며 어그적거리고 걷느라 자꾸 처졌다. 군두는 애가 타서 뒤를 돌아보다가도 사월이가 아랫배를 누르며 찡그리는 것을 보고는 기다려 주었다. 동네와 좀 떨어져 언덕 위에 서 있는 관마청까지 왔다. 대문을 들어서자 부엌 쪽이 부산했다. 군두는 사월이를 이끌어 중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갑자기 고즈넉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사월이는 가슴이 옥죄이는 것 같았다. 좁은 마당 가운데에 아담한 정원이 있고, 댓돌 위에 갖신이 한 켤레 있었다. 감목관의 신발인 듯하였다. 군두가 목을 가다듬더니 아뢰었다. 감목관이 안에서 앉은 채 문을 열었다. “수고했네. 그럼 가 보시게.” “그런데 이 아이가 달거리 중이라고 합니다. 어떻게 할깝시오?” 감목관이 못마땅한 듯 헛기침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