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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은 흐른다(11회) 9장 동학의 꿈 9장 동학의 꿈 광양 도인들은 원평 너른 들판을 관통하는 원평천 왼편으로 자리를 잡았다. 원평장터에 마련된 도소에서는 좀 떨어져 있지만 물가 언덕 쪽으로 돌담을 쌓고 임시 거처를 마련하고 지내고 있었다. 인산인해를 이룬 보은 장내리를 보고 온 유석훈과 양계환도 저녁밥을 먹은 후 사람들에게 보은 다녀온 이야기를 하느라고 소란스러웠다. 그때 김개남 대접주가 들어왔다. “유석훈 접주, 양계환 접주, 우리 이야기 좀 나눌께라?” “예. 뭔 일이시당가요?” “별일이 있는 것은 아니고 짬 날 때 광양 접주님들이랑 동학 이야기를 좀 하고 잡소.” 유석훈은 놀란 얼굴을 펴면서 대답했다. “김개남 대접주를 뵙는 것만 해도 영광인디 동학 말씀을 나누어 주신다먼 참말로 좋지다.” 유석훈은 김개남 대접주를 처음 보았을 때부터.. 더보기
동이의 꿈(12회) - 개항(3) 호기롭게 나섰지만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아 준기는 슬슬 걱정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상처를 차근차근 살피면 살필수록 상태가 심상치 않았다. 무엇보다 환자의 마음이 문제였다. 병이 나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은커녕 얼른 죽게 놔두라며 걸핏하면 욕설을 내뱉었다. 세상에 대한 원망으로 몸도 마음도 거칠어진 상태였다. 준기는 그것을 살려달라는 비명으로 알아들었다. 자신 없어지는 마음을 다잡으며 환자의 몸보다 마음을 더 살폈다. 연화가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 이를 악물고 견뎌야 했다. 쉽게 호전되지는 않았으나 환자의 얼굴이며 몸이 하루가 다르게 깨끗해졌다. 준기와 연화가 한결같이 정성을 기울이자 환자는 서서히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원망의 마음을 누그러뜨리고 두 사람의 손길에 온전히 몸을 내맡기자 병세가 나아지는 듯했다... 더보기
깊은 강은 소리 없이 흐르고 12회 - 비와 구름을 몰고 온 여인 “꽝! 꽈아아앙!” 흐린 하늘로 포 소리가 울려 퍼진다. 탐진강가에서 장녕성을 향해 서 있던 도인들이 함성을 지른다. 이미 전날 벽사역에서 승리를 맛본 도인들의 기세는 하늘을 찌를 듯 높았다. 하룻밤 사이에 여름 장맛비처럼 불어난 도인들의 숫자를 눈으로 헤아려 보며 이소사는 말고삐를 단단히 잡았다. 최신동이 행렬의 맨 앞에서 나팔을 불었다. 나팔소리가 고요하던 장안으로 울려 퍼지며 성 주변의 사람들을 깨웠다. 도인들은 일제히 장녕성을 향해 전진했다. 가파른 산자락을 타고 올라야 하는 남문 공략은 이방언 대접주가 맡았고, 탐진강 줄기에서 올라오는 동문을 향하는 동학군은 이인한 대접주가 지휘하고 있었다. 삼단 같은 검은 머리에 홍조를 띤 볼, 형형한 눈빛의 젊은 여인, 이소사가 이끄는 농민군은 북문을 치기로.. 더보기
12회 피어라 꽃 <해남진도제주> 이랴, 개벽 세상으로 가자 화원에 도착해서 말을 목장에 넣고 말총이는 감목관 거처부터 알아보았다. 관마청은 목장에서 5리 정도 떨어져 있었다. 말총이는 군두의 지시대로 말에게 풀을 먹이고 우물가에 있는 말똥을 치웠다. 한양으로 뽑혀 가는 말들이라 그 사이에 몸이 축나거나 병이 들까봐 군두는 말 관리를 철저하게 시켰다. 저녁 일을 마친 후 말총이는 목자들 몰래 군부를 찾아갔다. 그는 아버지가 준비해 준 말린 생선포와 술을 싼 보자기부터 내밀었다. “뭣이여? 이것이?” 군부의 입이 헤 벌어지는 것을 놓치지 않고 말총이가 입을 열었다. “옆집 사월이가 시방 관마청에서 대감마님 수종 들고 있는디라우. 사월이 어매가 지한테 눈물 바람을 함서 이 옷을 꼭 사월이한테 잔 갖다 주락 하요.” 말총이는 옷보따리를 보여주었다. “에미라고 딸을 시집.. 더보기
꿈이 있더냐(11회) - 3장 탄생, 비밀과 기쁨 “어쩌겠습니까. 다 이게 지가 무식해, 못나서 이 사단이 벌어진 걸. 저…. 윤지, 그놈들에게 보내기로 했습니다.”윤지 아버지가 힘없이 얘기했다.“아니 되네. 내 자식 살리자고 윤지를 왜놈들에게 보낼 순 없네. 절대 안 되네. 칠성이가 이 사실을 알면, 가만있지 않을 걸세. 자네는 평생 딸년 팔아먹은 아비가 되는 것이고, 나는 제 자식 살리자고 남의 귀한 딸 죽인 죄인이 되는 것이네. 칠성이와 연지는 어쩌라고 이런 말을 하는 겐가. 다른 방도를 찾아야 하네. 지금 이희인 어른과 접장님들이 백방으로 알아보고 있으니, 무슨 수가 나올 걸세.”원씨가 윤지 아비의 팔을 잡고 애걸하듯 말했다. 울상을 짓고 탁배기를 들이키는 윤지 아버지의 탁배기가 사발 밖으로 흘러 넘쳤다.“올해 오가놈에게서 논을 사고 형편이 나아.. 더보기
여성동학다큐소설 주간 매거진 #07 여성동학다큐소설 주간 매거진 Open in your browser 2015년 07월 20일(월) “동학혁명 의로운 정신, 오늘에 되살리고 싶어” - 광양뉴스에 소개된 유이혜경 작가와 여성동학다큐소설 광양 지역 신문인 광양뉴스에 광양 지역 동학농민혁명을 배경으로 소설을 쓰고 있는 유이혜경 작가에 대한 기사가 실렸습니다. 교사로 일하며 동학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 소설을 쓰게 된 계기에 대한 이야기가 실렸습니다. 지역에서의 조그만 관심이 모여 커다란 물결이 되길 기대합니다. 오래 전 그때처럼 말이죠. >> 기사 전문 보기 소설 만나기 2015년 7월 13일(월) ~ 7월 19일(일) 사이 일주일 동안 업데이트된 소설들을 알려드립니다. 깊은 강은 소리 없이 흐르고 11회 / 명금혜정 꿈이 있더냐 10회 / 변.. 더보기
겨울이 깊을수록 봄빛은 찬란하다(11회) - 청일전쟁과 남북접 봉기 전봉준이 무장에서 봉기하였을 때 해월 선생은 충청도 청산 문암리(문바윗골)에 있었다. 전봉준의 봉기 소식을 듣고 해월 선생에게는 충청도 서부와 경상도, 경기도와 강원도 각지에서 연일 어찌할 것인지를 묻는 연통이 들어왔다. 한편에서는 많은 동학 도인들은 전면적인 봉기를 우려하였고, 다른 한편에서는 이 기회에 전국적으로 동학 조직이 한꺼번에 움직여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쳤다. 해월 선생은 전봉준에게 연락을 취하여 신중히 처신할 것을 요구는 한편, 사태의 흐름과 관의 동태와 추이를 살피면서 전 동학 도인들에게 조직의 상황을 점검하고 준비태세를 갖추도록 지시하였다.동학군이 전주성에 입성한 4월 말, 서울에서 한 노인이 말을 타고 해월 선생을 찾아왔다. 키가 구부정하고 누구 하나 경계심을 자아낼 여지가 없는 상노인.. 더보기
작품 [님, 모심] -12회 영월로 돌아가다 (김현옥) 영월로 돌아가다 “주인장, 안에 계십니까? 계십니까?” 한밤중 외딴 산골 집 밖에서 소리 죽여 부르는 소리에 장봉애(張奉愛)는 깜짝 놀라 잠에서 깨었다. “여보, 누가 왔어요. 어서 일어나시오.” 남편 박용걸을 깨웠다. 박용걸은 놀라서 벌떡 일어났다. 주섬주섬 옷을 걸쳐 입고 밖으로 나가더니 인사하는 소리가 두런두런 들렸다. 장봉애는 재빨리 옷을 갖춰 입었다. 이불 갤 틈도 없이 손님 두 사람을 방 안으로 데려왔다. 보름 전인가 들렀던 사람들이었다. 그동안 얼마나 고생했는지 볼은 홀쭉해지고 광대뼈만 튀어나왔다. 그러나 쑥 들어간 두 눈에서 범접할 수 없는 기운이 품어져 나왔다. 해월과 강수의 무명 저고리와 바지가 얇아서 몹시 추워 보였다. 그동안 제대로 간수하지 못한 상투는 헝클어졌고, 옷은 찌든 때에 .. 더보기
비구름을 삼킨 하늘(11회)-2장 1892년 공주 2장 1892년 공주 (전회에 이어서) 의령은 잠시 눈을 감고 숨을 고른 후 장을 열어 깊숙이 넣어 두었던 보자기를 꺼냈다. 일 년 전 저수지에 몸을 던졌을 때 구해 준 선비가 벗어 자기 몸에 덮어 주었던 도포였다. 도포의 사연을 알고 배씨 부인이 빨아서 정성껏 손질한 후에 의령에게 전해주며 혹시나 살아가면서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도포에 담긴 선비의 고마움을 잊지 말라는 말을 덧붙였다. 의령은 도포를 손끝으로 가만히 쓸어 보았다. 선비를 만났으니 도포는 당연히 선비에게 돌려줘야 했다. 도포를 돌려줄 때는 장날에 옷감을 사서 손수 중치막을 지어 고맙고 미안한 마음을 전하고 과거를 끊어 내리라 생각했다. 의령은 더 이상 지난날의 후회와 고통 속에서 살고 싶지 않았다. 그 며칠 후 장날, 두 사람은 거짓말처럼.. 더보기
해월의 딸 용담할미(11회) -혁명이 시작되다! (덕기 오빠에 이어 연화언니도 떠나고 상황은 급박해지기 시작한다. 피비린내가 온 강산을 뒤덮게...)(연화언니도 떠나고)청산의 거포리 거흠에 거처를 정한 뒤 문바위와 보은을 오가며 묵묵히 장정 이상의 몫을 톡톡 해 내던 연화가 윤과 영동 심천의 장동리에 심부름을 가던 중 갑자기 아랫배를 움켜쥐며 얼굴을 찡그렸다. 윤이 급히 가까운 의원을 물어 찾아갔다. 그새 연화의 얼굴은 백짓장처럼 하얗게 되었다.“언니, 이게 웬일이우?”“고르게 있던 달거리가 이번 달엔 한참 없기에 혹시 수태했나 생각했지. 그런데 새벽부터 하혈이 있으면서 아프기 시작했어. 참아보려고 했지만….”맥을 짚어보던 의원이 말했다. “수태가 맞습니다만…. 이걸 어쩌누…. 뭔가 잘못된 것 같구료.”연화를 딱하게 바라보던 의원은 주섬주섬 침 도구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