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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은 흐른다(10회) 8장 법헌 최시형 8장 법헌 최시형 법헌 최시형이 김개남 대접주 집에 들른 것은 신묘년(1891년) 유월이었다. 며칠 전에 김개남은 밖으로 나가려다 말고 뭔 생각이 났던지 다시 방안으로 들어와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리고 부엌에 있는 아내를 불렀다. “여보, 이번에는 법헌 어른께서 우리 집에서 묵어 가실지도 모르것소.” “예? 그분께서 우리집에 묵다니요?” “이번에는 내가 이 지역의 중요한 일을 맡아야 할 성 싶소. 그리 되면 여러 일을 짚어 주시려고 우리 집으로 오실 게요.” “그러면 어찌 준비를 해야 할까요? 음석이랑, 옷이랑 ...... 아주 바쁘겄네요. 석이네랑, 염이네랑 부지런히 해야겄구만요.” “당신이 내 옆에서 잘 거들어 주니 고맙소. 우선 그 어른 여름 옷이 몇 벌 필요할 게요. 내 해보다 조금 작게 지으면.. 더보기
동이의 꿈(11회) - 개항(2) 이태에 걸쳐 대흉작을 겪은 일본 정부는 조선 농민들에게 고리채 돈을 빌려주고 추수미를 실어갔다. 타들어가는 논밭의 사정은 조선도 마찬가지였다. 흉작으로 들판에 마른 내가 퍼지고 메마른 갈퀴 손으로 흙을 헤집다가 죽어 넘어간 사람의 시체를 개가 뜯어먹고 있더라는 소문이 이곳저곳에서 흔하게 돌아다녔다. 일곱 배가 넘게 쌀값이 오르고 굶어 죽는 백성을 구휼할 쌀도 부족하게 되었다. 그나마 콩이 소출이 있는 편이어서 가느다란 희망줄이었으나 이것도 봄에 미리 선금을 치른 일본인 상인에게 그대로 넘어갈 판이었다. 굶주림에 지친 사람들의 원망스러운 눈길이 일본인 상선에 끊임없이 실어나르는 쌀가마와 콩자루에 머물 무렵이었다. 대책에 골몰하던 조병식에게 귀뜸이 들어왔다. "여섯 해 전에 민영목 나리와 일본공사가 양측의 .. 더보기
피어라 꽃(11회) - 코끝에 스미는 묵향 감목관이 왔다간 지 이레가 지났다. 점심참이 지났을 때였다. 군두가 정신없이 목장으로 올라왔다. 말총이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감목관님이 연통도 없이 들이닥쳤다. 잠시만 앉아 계시라고 주안상 들이밀어 놓고 올라왔은께 금방 오실 것이다. 빨리 빨리 말똥 치우고, 털 솔질해라.”군두가 정신없이 다그치자 목자들도 허둥지둥 마굿간으로 달렸다. 말총이는 슬그머니 빠져나와 사월이 집으로 달렸다. 말총이 말을 들은 사월이는 사색이 되었다. 말총이는 사월이를 앞세워 뒷산으로 달렸다. 허둥지둥 달리느라 사월이는 엎어지고, 자빠지며 짚신짝까지 벗어졌다. 말총이가 짚신짝을 집어 들고 재촉했다. 봄에 둘이 앉았던 자리를 찾아 기어들어 갔다. 그러나 그곳은 오솔길에서 너무 가까웠다. 말총이는 사월이의 손을 잡고 더 깊숙한 .. 더보기
내포에 부는 바람 (11회) - 광화문 복합상소 3이창구는 삼례에서 돌아오자마자 부모님의 승낙을 얻어 순섬이와의 혼례를 조촐하게 치르기 위해 준비를 서둘렀다. 집안 식구들에게 잔칫상에 쓸 음식을 간단하게 준비하라고 일렀다. 간단하게 한다고 하지만 인륜지대사이고 보니 집안 전체가 음식 준비로 분주했다. 도씨 부인은 순섬이가 소실로 들어온다는 생각에 속이 문드러졌다. 사람들 이목도 두려웠다. 문득 음식을 준비하려고 앞마당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자신의 꼴이 볼썽사나워 보였다. 그녀는 일그러지는 표정을 감추기 위해 슬그머니 뒤꼍으로 갔다. 여종 하나가 완자전을 만들기 위해 고기를 다지고 있었다. 그녀는 여종에게서 칼을 빼앗아 들고 본인이 직접 고기를 다졌다. 눈물이 고기를 적셨다. 그녀의 심정을 아는지라 아무도 그녀 곁을 얼씬거리지 않았다. “아이구 마님, .. 더보기
꿈이 있더냐(10회) - 벅차오르는 희망, 동학의 뜻은 넓게넓게 퍼져라 칠성이는 동 터오는 새벽, 벽에 기대 앉아 혼자 어찌 해야 할지 방도를 생각하고 있다. 며칠째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몸은 천근만근이지만 눈빛은 어느 때보다 반짝거렸다. ‘스승님이 계셨다면 어찌 했을까?’ 칠성이는 돌아가신 곽 할배 생각이 났다. 글을 알아야 한다고, 어린 아이들 대여섯을 모아 작은 서당을 열었던 곽 할배가 그의 유일한 스승이었다. 재미난 이야기와, 넉넉하진 않았지만 틈만 나면 주먹밥이며 군것질 거리를 챙겨주던 스승님. 칠성이는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곽 할배가 생각나곤 했다. “칠성아, 너는 아주 큰 힘을 가지고 태어났단다.” “예 스승님, 모두 저보고 장군이 될 거래요. 아버지 닮아서 힘도 세고, 키도 크고요.” “그래, 칠성이는 장군이 될 게야. 갑옷을 입고 칼을 들어 외적에 맞서 .. 더보기
깊은 강은 소리 없이 흐르고 11회 이인한 기포령을 올리다(2) 남원집회 이후 전라도 남서부 일대에는 요소요소에 동학농민군 부대들이 혹은 운집하고 혹은 이동하며 고을고을을 휩쓸고 있었다. 그러나 전라도 전역을 통틀어서, 아니 어쩌면 전국을 통틀어서 동학농민군에게 목에 가시 같은 나주성이 인근에 있어서 이를 믿고 항거하는 몇몇 양반 중심의 민보군 부대도 만만찮게 세를 규합해 가고 있었다. 더욱이 이들은 일본군과 관군이 곳곳에서 동학군을 대패시키며 남하해 온다는 소식을 듣고 대대적인 반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웅치면에 모인 수천 명의 동학군들은 머리에 황건을 쓰고 깃발을 흔들며 함성을 질렀다. 이미 전주성을 함락하고 내려온 외부의 동학군들도 함께 참석을 했고, 인근이 보성과 강진에서 들어온 도인들도 합세를 했다. 장흥부사 박헌영은 수많은 동학농민군들이 웅치면에 웅거해 있다.. 더보기
경상도편(6회)-정나구의 아들 도치를 만나다 (임술민란 때 상주에서 농민들을 조직하여 저항했던 정나구는 참수되었다. 정나구는 거사 전 처자식에도 화가 미칠 것을 염려하여 아내와 아들 도치를 멀리 산 속으로 떠나 보냈는데...) (해월과 최맹순, 해월과 도치의 만남이 이어지고...) 1871년 영양에서 자칭 수운의 제자라고 하는 이필재의 거사가 있었다. 이필재는 끈질긴 설득으로 해월을 움직여 그의 동학조직을 이용해 부패한 영양군수를 처치했지만 문경에서 다음 거사를 준비하다가 잡혀 처형되었다. 해월은 발 빠르게 도피했지만 양아들 준이와 동생의 남편인 임익서는 잡혀 처형되고 말았다. 손 씨 부인과 딸들은 어디로 갔는지 행방을 알 수 없었다. 이필재 거사 이후 해월을 찾는 관아의 눈길은 집요했다. 해월은 강원도 깊은 산속에 숨어 살았다. 수많은 도인들이 .. 더보기
겨울이 깊을수록 봄빛은 찬란하다(10회) - 농민반란의 서막 1894년 1월 10일, 마침내 큰 물결 하나가 밀어 닥쳤다. 고부에서 백성들이 들고 일어난 것이다. 고부군수 조병갑의, 너무 많아 기록조차 할 수 없는 온갖 치부와 수탈 행위들, 전운사 조필영의 세미의 이중 징수, 부당한 운송비용 부과를 바로 잡고자 일어섰다 하였다. 그들은 파죽지세로 올라가 전주성을 거쳐 서울로 올라간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고부성 점령은 고부의 동학 도인들과 농민들만으로도 충분한 일이었다. 전봉준 등은 고부성을 격파하고 군수 조병갑을 효수할 것, 군기창과 화약고를 점령할 것, 군수에게 아첨하고 인민을 침탈한 이속을 징계할 것, 전주 감영을 함락하고 서울로 향할 것 등을 결의하였다. 고부에서의 봉기는 절반의 성공이었다. 고부 지역 동학도와 농민들의 결합은 순조로웠다. 잠재된 농민들의 역.. 더보기
작품 [님, 모심] -11회 해월, 다시 일어서다(김현옥) 해월, 다시 일어서다 봄기운이 완연한 어느 날 다시 용담으로 갔다. 그러나 지난해 겨울 스승님은 행선지를 밝히지 않고 먼 길을 떠나 용담은 인적이 끊겨 있었다. 언제 귀환할지도 알 수 없다고 했다. 관의 지목이 들끓고, 가정리 일대 최씨 문중과 수운 스승님의 부친인 근암공의 제자들이 수운의 주변에 몰려드는 사람들을 보며 질색을 하는 바람에 기약 없이 용담을 떠난 것이라 했다. 금등골로 돌아온 해월은 다시 일상적인 삶과 수련을 병행하며 공부하는 생활로 돌아갔다. 7월 어느 날 묵상에 잠겼다가 스승을 생각하자, 경주 서면 박대여(朴大汝) 집이 눈앞에 환히 보였다. 급히 행장을 꾸려 집을 나섰다. 과연 그곳에 수운 스승님이 와 계셨다. 전라도 남원 땅에서 겨울을 지내고 여름이 되어서야 경주로 돌아왔다고 했다... 더보기
비구름을 삼킨 하늘(10회)-2장 1892 공주 2장 1892년 공주 (전회에 이어서) 동이는 배씨 부인이 자신의 혼란스런 마음을 눈치 챌까 겁이 났다. “어머니 집에 오기 전에 죽으려는 저를 살려 주었던 그 선비님이오.” “어머나, 그래? 어디서?” 의령이 과거의 일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지만 저수지에서 자신을 구해 주었던 선비에 대해서는 털어놓았다.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지도 않은 듯 배씨 부인의 눈이 놀라움으로 커졌다. “어제 감영에서요. 차림새로 보아하니 행세께나 하는 양반인가 봐요.” 기대에 부풀었던 배씨 부인의 얼굴이 양반이라는 말에 한순간 걱정으로 변했다. 의식을 잃고 쓰러졌을 때 덮어 주었던 도포로 지체 높은 양반이라고 짐작은 했지만 금영을 드나드는 사람이라는 말에 지레 걱정이 되었다. 현재 금영에서의 잔혹한 수탈과 횡포는 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