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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한박준혜

은월이(11회) -<소만> 싸움의 절반 후방준비를 다그치며

 

소만 (4월중순, 5.21)

 

보리가마니들이 강경포에 가득했다. 은월은 강경포구를 거닐다가 보리가마니 앞에 섰다. 보리가마니를 세고 있던 상인이 은월이를 보자 반갑게 뛰어왔다.

은월 접장 오셨습니까?”

은월은 미간을 찌푸리면서 보리가마니를 바라봤다. 상인은 걱정스런 말투로 말을 했다.

쬐다 군산으로 갈 것들입니다. 왜놈들 배만 터지게 생겼으니. 답답합니다.”

어쩌겠습니까? 우리 같은 장사치들이야 돈만 벌면 되지 않겠습니까?”

상인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은월한테 바짝 붙었다.

왜놈들이 사재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전쟁이라도 할 심산 아니라면.”

왜놈들이야 워낙 근본이 없어서요. 겉만 사람이지 야수와 같은 것들이지요. 그러니 체면 같은 것이 있을 턱이 있을까 싶습니다.”

속시원하게 말하는 은월을 보며, 상인은 호탕하게 웃었다.

맞습니다.”

금객주가 보낸 상인이 와서, 은월에게 귓속말을 했다. 은월은 보리가마니를 세던 상인에게 인사를 하고, 총총걸음으로 상시장으로 향했다. 장날이다 보니 길은 없어지고, 사람들로 넘쳐났다. 상점들이 빼곡하고 사람들 틈에 끼어 이리저리 물밀듯이 발길을 옮겼다. 밀려가다 은월은 발을 멈췄다. 세책방으로 간신히 들어갔다. 얼마 전 한양에서 유행하던 세책방을 금객주가 차렸다. 실은 반 지하 방을 만들고, 이곳에서 비밀리에 회합을 하기 위해 마련한 것이다. 영옥이가 늘 자리에 있었는데 안 보이자 은월은 미간을 찌푸렸다. 영옥이가 있어야 할 자리에 김석진이 앉았다가 웃으면서 은월을 반기었다.

은월 접장 오셨습니까?”

영옥은 어디 갔나요?”

와 보니 없었습니다. 다들 기다리고 있습니다.”

김석진은 은월을 뒷방으로 안내했다. ‘자로 된 복도를 지나, 허름한 문을 열었다. 뒷방이 나왔다. 둘은 계단으로 내려갔다. 반 지하 방이다. 둥근 탁자와 의자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이미 도인들이 대여섯 모여 있었다. 김석진은 은월이를 소개를 했다.

은월 접장입니다.”

젊은 도인들은 반가운 듯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은월을 바라봤다. 은월은 미소를 지으면서 상냥한 목소리로 말을 했다.

반갑습니다. 제가 여러분을 만나고 싶다고 했습니다. 이 자리에는 글공부를 하는 유생도 있고, 상인도 있습니다. 농사꾼도 있고, 보부상도 있습니다. 주막을 하는 아낙도 있습니다. 대장장이도 있고, 바느질을 잘하는 아낙도 와 있습니다.”

은월은 큰 숨을 들여 마셨다.

지금도 도처에서 도탄에 빠진 나라를 바로 세우고자 피를 흘리면서 싸우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지역을 넘고, 접을 넘어 우리는 함께 힘을 모아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모인 것입니다. 연산이 어떤 곳입니까? 논산평야가 있고, 강경포구를 끼고 있는 물산이 수없이 오가는 근거지가 있는 곳입니다. 그뿐이겠습니까? 감영을 넘어 한양도성으로 가는 길목이기도 하지요. 더 큰 판이 벌어지면, 이곳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들의 눈빛은 반짝였다. 앞치마를 두른 주막 아낙이 나섰다.

무엇을 해야 할지 말만 하십시오.”

각자 생활하시는 곳에서 최대한 다양한 정보를 수집해야 합니다. 정보가 모이는 곳이 바로 장입니다. 상인과 주막, 보부상이 그래서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보부상들과 유림들의 동태뿐 아니라, 한양에서 내려온 상인들을 통해 대원군의 움직임과 일본이나 서양 세력이 움직임도 놓치지 말아야겠습니다. 특히 민심을 살펴야 합니다. 그리고 동학이 보국안민의 뜻을 높여 나라를 바로 세우겠다고 나섰다는 이야기를 퍼뜨려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왜놈들이 우리 연산만큼은 곡식을 약탈하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최대한 곳곳에 창고에 쌓아 두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상인들과 농사꾼들이 손발을 잘 맞춰야겠습니다.”

상인과 농사꾼은 고개를 끄덕였다

연일 곳곳에서 일어나는 기포로 부패한 조정에서는 감당이 안 될 것입니다. , 청나라에게 손을 내밀 겁니다. 청나라 군대는 서해안을 통해 득달같이 우리에게 달려들 수도 있습니다. 신식 무기는 우리가 해결할 수 없지만 최대한 총을 개량해서 무장해야 합니다. 대장장이 어른이 큰 역할 부탁드립니다.”

이 나이든 늙은이에게 주어진 일이라면 뭐든 해 보겠소. 내가 비슷하게 만들어 보겠소.”

은월이는 환히 웃었다.

고맙습니다. 우리가 거리에 나선 것이 바로 밥 한 그릇 제대로 먹어보겠다고 한 것이 아닙니까? 아무리 좋은 무기가 있고 사람이 많다 하지만 먹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못하지요. 먹을 준비를 잘하도록 아낙들을 도와야 합니다. 상인회와 객주회가 비밀리에 조직되어 있으니, 이를 잘 활용하면 물량은 원활하게 공급이 될 것입니다. 공급은 곧 어미 탯줄과 같으니 상인과 보부상 여러분도 고생해 주십시오.”

의로운 일에 함께 할 수 있어 오히려 저희가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상인과 보부상은 머리를 숙였다. 은월은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굽혀 예의 있게 인사를 했다.

다들 부패한 관리들에게 가족을 잃거나 재산을 빼앗긴 구구절절한 사연들이 산을 이룰 겁니다. 하지만 낙담하지 않고, 이리 나서 주니 너무나 감사합니다. 개벽이 오는 동트는 새 세상에서 그 한을 풀었으면 합니다.”

둥글게 앉아 있던 사람들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은월이가 주먹을 쥐고 하늘을 향해 외쳤다.

그날을 위하여!”

함께 있던 사람들은 서로 강렬한 눈빛으로 마음을 나눴다. 은월은 주먹을 불끈 쥐고 하늘로 쭉 뻗으면서 외쳤다.

그날을 위하여!”

그날을 위하여!”

사람들이 세책방을 막 나서려는데, 금객주가 숨을 헐떡이며 세책방으로 뛰어왔다.

은월이!”

금객주, 무슨 일입니까?”

어서, 어서 포구로 나가야겠습니다.”

무슨 일입니까?”

가면서 얘기합시다!”

금객주는 은월이 손을 잡고 뛰었다. 김석진도 함께 뒤를 따랐다. 포구에는 배로 가득했다. 포구에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무슨 대단한 구경이라도 하는 것처럼 구름떼처럼 몰려있었다. 전주댁과 영옥이가 강물에서 서로 뒤엉켜서 강물 깊은 곳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포구로 가까이 가자 전주댁 목소리가 카랑카랑 들렸다.

오늘 그냥 다 죽어 버리자! 죽자, 죽어! 꼴을 보니 정말! 그래, 어미 말대로 할 겨 안 할겨!”

전주댁은 영옥의 저고리를 한손에 휘어잡고 강물로 점점 들어가고 있었다. 영옥은 울먹이면서 전주댁을 말리고 있었다.

어매, 어매. 제발. 이번만 봐 주라 응?”

이년이 아직까지, 그래, 니 맘대로 해! 난 죽어야겠다. 그래야 니년이 정신 차리지!”

전주댁은 잡고 있던 저고리를 놓아 버리고, 강물 속으로 성큼성큼 들어갔다. 깜짝 놀란 영옥은 전주댁을 뒤쫒아갔다.

어매! 어매!”

둘을 쳐다보던 김석진은 강물로 뛰어갔다. 은월도 뛰어갔다. 이를 바라본 금객주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이러다, 큰일이 나겠구나.”

금객주도 뛰어갔다. 은월은 강가로 뛰어가면서 저고리와 치마를 벗어 던졌다. 김석진과 금객주는 전주댁을 은월은 영옥을 간신히 강물에서 빼냈다. 전주댁은 물을 많이 먹었는지 코와 입에서 물이 쏟아졌다. 이때, 지나가던 양반이 사람을 헤치고 나섰다.

이러다 사람 죽겠소.”

그 양반은 전주댁의 허리를 손으로 감싸더니 얼굴을 거꾸로 해놓고 토해내게 허리를 잡고 흔들었다. 전주댁 입에서 물이 쏟아졌다. 양반은 봇짐에서 마고자를 꺼내 전주댁을 덮었다.

폐에 물이 얼마나 찼는지 모르겠소. 구급 처방은 했으니 얼른 따뜻한 곳으로 옮겨야겠습니다. 어서요.”

금객주는 큰소리로 상인들을 불렀다. 상인들은 달구지를 가져왔다. 전주댁을 급히 의원으로 옮겼다. 영옥은 정신이 나가 한쪽에 누워있었다. 김석진은 영옥을 일으켜 세웠다. 안쓰러운지 영옥 얼굴에 물을 손으로 닦아주었다. 금객주가 달구지를 가져왔다. 김석진은 양팔로 쓰러져있는 영옥이를 번쩍 들어 달구지에 옮겼다. 은월은 하얀 속옷차림으로 물에 흠뻑 젖은 채로 전주댁과 영옥을 살폈다. 이때, 젊은 도령이 은월이 어깨를 감싸며 연분홍색 마고자를 입혀주었다. 은월은 뒤를 돌아봤다. 낯선 젊은 도령이었다.

놀라게 해서 죄송하오. 봄이라지만 물에 젖어 혹여 몸이라도 상할까 싶어.”

호리한 몸에 얼굴은 우유 빛깔이 나는 것이 어느 부잣집 도령냄새가 물씬 풍겼다. 은월은 살짝 웃었다. 도령은 은월의 미소에 눈빛이 흔들렸다. 도령은 은월의 미소에 넋이 나간 채 은월이 얼굴에서 물을 닦고자 바짝 다가섰다.

도령님, 현감님이 찾습니다. 얼른 말에 타셔야겠습니다.”

도령을 데리러온 하인이 손가락질을 하며 말을 했다. 은월은 하인의 손짓하는 곳을 쳐다봤다. 전주댁을 도와준 그 양반이 말을 타고 있었다. 도령은 은월 어깨에 마고자 섶을 잘 여며주며 말을 했다.

이제, 가봐야겠소. 이것도 인연인데 이름이 뭔지 물어봐도 괜찮겠소?”

은월은 살짝 눈웃음을 지으면서 대답을 했다.

인연이 있으면 다시 보겠지요. 그리고, 아버님께 고맙다고 전해주십시오.”

하인은 도령의 소매를 잡아 댕기며 재촉했다. 도령은 아쉬움 표정을 하면서, 뛰어갔다. 은월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연산 현감이라.”

금객주가 말을 가져왔다.

은월 접장, 춥습니다.”

김 접장은 어디에 있습니까?”

영옥이와 함께 은월정으로 갔습니다.”

은월은 말고삐를 잡아 당겼다. 어깨에 걸쳐진 연분홍 마고자 섶을 만지며 웃음을 지었다.

 

은월정 사랑방에 영옥은 정신없이 잠에 빠졌다. 가끔 신음 소리를 할 뿐 일어날 기미가 없었다. 김석진은 영옥이가 신음을 하자 손을 잡아 주었다. 김석진은 은월이가 사랑방에 들어 온 것도 모른 채 영옥이를 하염없이 바라봤다.

영옥이는 괜찮습니까?”

, 은월 접장 오셨습니까?”

김석진은 얼른 영옥이 손을 놓았다.

영옥이가 잠을 깊이 잠든 모양입니다. 의원 말로는 하루 이틀은 기진해 자다 깨다 할 거라고 합니다.”

궁금하지 않습니까? 모녀가 그 난리를 부린 이유가.”

김석진은 영옥이를 안쓰럽게 바라만 봤을 뿐 아무 말 하지 않았다.

김 접장, 괴롭습니까?”

잘 모르겠습니다. 무엇이 옳은 일인.”

마음이 끌리는 대로 가는 것이 맞는 겁니다.”

은월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전주댁한테 가봐야겠어요. 두 사람이 깨어나서 어떤 선택을 할지.”

김석진은 괴로운 감정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났다. 김석진은 은월을 따라 대청마루까지 나왔다.

, 김 접장 아까 난리통에 말을 못한 것이 있습니다.”

.”

은월은 김석진에게 바짝 다가섰다. 김석진 귓가에 은월은 손을 대고 소곤거렸다.

윤지영이 신식 군대에 들어갔다는데 알아봐주시고, 건장하고 날쌘 젊은 도인들을 십여 명씩 묶어, 선발대를 만들어야겠습니다.”

?”

소규모로 움직일 수 있는 기동성이 빠른 부대를 만들어야겠습니다. 필요한 물건은 준비할 테니 최대한 빠르게 준비를 부탁드립니다. 신식 군대나 왜나라 군대에 맞서려면 우리도 그만큼 준비를 해야 합니다.”

. 알겠습니다. 은월 접장!”

사람 사이에서 생기는 일은 일이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또한 일입니다. 사사로운 일로 의로운 일이 흔들려야 되겠습니까? 그냥 저기 흐르는 강물처럼 흔들림 없이 가야합니다.”

대문밖에는 금객주가 은월의 애마 백설이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있었다.

타시겠습니까?”

아닙니다. 그냥 걷고 싶습니다.”

금객주와 은월은 저잣거리를 걸어갔다.

며칠 새에 윤도인이 부쩍 전주댁과 만나길래 둘 관계를 의심했는데. 영옥이와 박 접장과 혼사 문제로 만났던 모양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윤도인이 집안에서 결정한 사항이니 따르라 하더군요.”

허허. 그래, 전주댁이 그리하겠다고 했다면서요.”

아마도, 영옥이가 자신 같은 처지가 될까 두려웠던 모양입니다.”

어떤 처지요?”

은월은 발을 멈췄다.

저도 모릅니다. 불안해하는 전주댁을 보자니 마음이 답답합니다.”

어쩌실 겁니까?”

사람의 인연이 하늘이 다 만들어 주는 거 아닙니까? 두 사람이 깨어나면 어떤 선택을 할지는 두 사람한테 맡겨야지요.”

금객주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은월이 팔을 잡았다.

영옥이를 박 접장한테 보내실려구요?”

금객주가 왜 발끈합니까? 영옥에게 마음이라도 품었습니까?”

아니, 그게 아니라. 무슨 농을 그리 하는 겁니까?”

질투 나서 그러지요.”

은월은 큰소리를 내어 웃지만 마음이 불안했다.

 

전주댁을 은월정 사랑방으로 옮겼다. 영옥은 닷새가 넘도록 깨어나지 못하는 전주댁 옆에서 꼼짝하지 않고 지키고 있었다. 전주댁은 닷새째가 되던 날 오후 늦게야 겨우 눈을 떴다.

어매! 어매!”

전주댁은 사방을 둘러보았다.

영옥아.”

영옥은 전주댁 가슴에 얼굴을 품으면서 흐느꼈다.

영옥아, 이번만 딱 한 번만 어미 말을 따라다오. 부탁이다.”

영옥은 가슴에 얼굴을 품으면서 아무 말 없이 눈물만 흘렸다. 윤도인이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마침 깨어났구려.”

윤도인은 전주댁 머리맡에 약재꾸러미를 놓으며 말했다.

박 접장이 보낸다네. 정말 구하기 힘든 약재만을 구해서 정성껏 만든 걸세.”

윤도인은 주섬주섬 섶에서 서찰을 꺼내면서 영옥에게 건냈다.

이게 뭡니까?”

영옥이 글 읽을 줄 알지? 함 보게.”

영옥은 서찰을 펼쳐 찬찬히 살폈다.

어매랑 혼례를 결정했다. 알고 있지? 다가오는 하지와 소서 적당한 날에 혼례를 하려고 하니 그리 알고 준비하거라.”

영옥은 말끝을 흐렸다.

어매, 한 달 뒤에 혼례를 한다고 약조했습니까?”

약조를 이리 문서로 남기지 않았느냐? 경첩 땐가 와서 약조했는데 니 어매가 이미 한 것을 모른다 말이야?”

전주댁은 몸을 돌아누웠다. 윤도인은 웃으면서 말을 했다.

영옥아. 너무 어려워 할 것 없다. 혼례야 집안 어른들이 다 하는 법 아니더냐. 더욱이 도인으로서 접주를 모시는 일이 얼마나 영광이더냐. 안 그러냐? 아무튼, 혼례 준비를 잘 하자. 박접장이 기대가 크다.”

윤도인은 큰소리로 웃으면서 나갔다. 영옥은 서찰을 구기면서 어이가 없었다.

어매, 이건 아니잖아. 어매가 박 접장과 혼인 하라고 할 때 싫다는 말 한마디에 그리 난리칠 때 뭔가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했더니. 이거 때문이었어!”

그만해라. 다 니 잘 되라고 한 거 아니여! 기생년이 어디 양반 조강지처 자리를 넘보냐고. 그런 자리 어디가 있다고.”

전주댁은 휙 영옥이 쪽으로 돌아누웠다.

동학하는 사람하고 하고 혼인하고 싶다며. 접주 안사람이 되는겨. 얼마나 좋으냐...”

영옥은 아무 말 하지 않았다.

니가 뭐라든 니 머리 휘어잡고, 혼례시킬 거니깐 그리 알아. 아님 혀 깨물고 확 죽어 버릴겨.”

어매!”

영옥은 가슴이 조여 왔다.

어매. 정말 내 어매가 맞아?”

영옥은 자리를 박차고, 뛰나갔다. 은월은 멀리서 영옥이를 바라만 봤다. 옥녀봉으로 힘껏 내달렸다. 달빛 아래 옥녀봉에 선 영옥은 강물을 바라보며 소리를 쳤다.

----!”

그날 이후, 두 모녀는 아무 말 없이 지냈다. 전주댁은 혼례를 준비한다며 바삐 나다녔고, 영옥은 전주댁이 무엇을 하든 관심이 없어 보였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다.

 

 

2015/06/22 - [소설/한박준혜] - 은월이(10회) - 금산기포로 김석진이 궁지에 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