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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은월이(7회) -<경칩> 제삿날 윤지영은 살을 깎겠다고 난리를 피우고... 경칩 (음2.8/양3.5) 언땅을 비집고 온갖 살아 있는 것들이 싹을 틔웠다. 그들의 생명력으로, 날이 따뜻해지고 봄기운이 돌기 시작했다. 먹이를 찾아 나서는 산짐승들도 완연 생기가 돌았다. 어느새 겨울잠을 끝낸 동물들도 하나둘 모습을 나타냈다. 은월당도 분주해졌다. 봄볕이 따사롭게 마당을 내리쬐었다. 대청마루에는 붉은 천이 곱게 펼쳐져 있었다. 영옥은 붉은 천에 금색실로 수를 놓고 있었다. 은월이는 마당을 항상 종종 걸음으로 분주하게 움직이던 전주댁을 눈으로 찾았다. “영옥아. 어머니가 보이 않는구나. 어디 아픈 거냐?” “볼일이 있다며 일찍 나가셨습니다.” “무슨 일?” “글쎄요….” 영옥은 건성으로 대답하고는 자주색 깃발을 들며, 들뜬 목소리로 말을 했다. “은월 접장! 이 깃발에 수놓은 것 어때요.. 더보기
내포에 부는 바람(5회) - 박이용운 3 순섬이는 집안일을 끝낸 후 방으로 들어왔다. 날이 저물고 있었다. 땀을 식힐까 하여 뒤꼍으로 난 문을 열어 놓고 곰방대에 불을 붙였다. 곰방대는 대나무로 만든 것으로 혼사가 깨지고 나서 외로움을 달래라며 아버지가 주신 선물이었다. 장독대에는 진한 진분홍빛 맨드라미가 한창이었다. 꽃 모양새가 영락없이 닭 벼슬이다. 죽는 순간까지도 임금을 지켜낸 장군의 영혼이 환생한 꽃이라고 아버지가 말했었다. 그 옆에는 백일간이나 피어 있다가 진다는 백일홍이 연분홍 낯을 한창 드러내고 있었다. 매미 역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려 줄기차게 울어댔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몇 년이 흘렀건만 곰방대를 입술에 갔다 댈 때마다 아버지가 생각났다. 갑자기 순섬이의 눈에서 굵은 눈물이 떨어졌다. 눈물을 따라 순섬이가 흐느끼기 시작했.. 더보기
꿈이 있더냐(4회) - 벅차오르는 희망, 동학의 뜻은 넓게 넓게 퍼져라(4) 작은 초가집은 저녁시간이 다 지났는데도 굴뚝에서 연기가 난 흔적이 없었다. 방에는 유선이 어머니가 한여름도 아닌데 땀을 뻘뻘 흘리며 누워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 둘은 바늘쌈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돌을 지난 막내는 명주 쪼가리 천을 입에 물고 침을 흘리며 천진한 눈으로 상현이를 바라본다. “이 녀석이 또, 바늘은 위험하다고 했잖아!” 유선이가 바늘쌈을 얼른 빼앗았다. 동생들은 울음을 터뜨렸다. “유선이 어머니. 어디가 어떻게 아프신지요?” 상현이가 유선이 어머니 옆에서 상태를 가늠했다. 곧 숨이 넘어갈 듯 말을 하지 못했다. 아이들은 계속 울어댔다. “유선아, 안되겠다. 너는 어서 삼거리 칠성이 아저씨를 찾아가서 상황을 말씀드리고, 오는 길에 내 어머니를 모시고 오너라.” 상현이가 아이 둘을 달래.. 더보기
동백 숲에 흐르는 도인의 꿈2 더보기
깊은 강은 소리 없이 흐르고(5회) - 동백 숲에 흐르는 도인의 꿈(2) “어서 오시오. 접주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윤범식이 이인한의 짐보따리를 받아 들며 반가운 기색을 했다. 그의 곁에는 눈썹이 까만 소년이 부리부리한 눈으로 이인한을 바라보고 있었다. 윤범식이 소년에게 손짓을 했다. 소년이 나루터에서 큰 절을 올렸다. “성도라고 합니다. 멀리서 어르신을 자주 보았습니다.” “몇 살이냐?” “설을 쇠었으니 이제 열여섯이옵니다.” 이인한은 볼에 발그레한 빛이 흐르는 소년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아버지의 강한 눈빛이 소년에게도 담겨 있었다. “집으로 드시지요. 드릴 말씀이 많습니다.” 윤범식이 이인한을 안내하며 총총히 마을 길로 들어갔다. 포구에는 풍어제를 준비하는 뱃전에 깃발들이 펄럭이고 있었다. 정월 대보름은 바닷가 사람들에게는 아주 중요한 시기였다. 슬슬 날이 풀리기 시.. 더보기
경상도 동학(1회) - 정다구의 분노 (1장, 는 출판시에 공개됩니다. 경상도편 인터넷 공개는 2장부터~) 2. 씨앗불 삼정의 문란이 극에 달했던 철종 13년, 임술년(1862). 전국에서 흉흉한 소식이 끊이지 않았다. 과도한 세금 부과로 인하여 백성들의 고통은 극에 달해 있었다. 경상도 상주, 곡창을 자랑하던 이 고을에도 민란의 소식은 빠르게 날아왔다. 2월에 일어난 단성과 진주의 농민반란은 상주 사람들에게도 불씨를 안겨 준 셈이었다. 이미 결가가 너무 심하게 징수되어서 분노를 터뜨리며 봄이 와도 농사일을 시작할 마음이 나지 않았던 상주농민들은 새봄과 함께 들려오는 진주 소식에 귀가 번뜩 뜨이었다. “어이, 진주 소식 들었나? 농민들이 진주성을 엎어 치아뿌고 창고를 열어가이고 곡식을 다 나나줬다카네” 상주군 공동면, 첩첩이 산에 둘러싸인 .. 더보기
작품 [님, 모심] - 5회 장일순, 탄압 받다 장일순, 탄압 받다 (1960~1977년) 아인슈타인과 편지를 주고받은 다음, 장일순은 자신의 구상을 실천에 옮겨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때가 스물여섯 살이었다. 먼저 가족의 동의를 얻어 냈다. 그리고 전 재산을 동원하여 장윤(張潤), 김재옥(金在玉)과 함께 성육고등공민학교를 인수한 다음 도산(島山) 안창호(安昌浩)의 맥을 잇는다는 뜻으로 ‘대성학교’로 이름을 지었다. 장일순은 이사장으로 추대되었다. 대성중고등학교 인가 과정은 지난하였다. 공무원들은 장일순의 나이가 어리다고 쉽게 인가를 내주지 않았다. 온갖 꼬투리를 잡아 서류를 반려하기 일쑤였다. 막걸리라도 사 줘야 일이 처리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정치를 통해 바로잡고 싶었다. 그때는 이승만 정권이 장기 집권을 위해 부정부패를 일삼던 시절이었다. 1956.. 더보기
겨울이 깊을수록 봄빛은 찬란하다(4회) - 임최소현 중추절 저녁 한복차림의 최씨는 동네 부인들과 함께 달마중을 하러 망월산에 올랐다. 온 고을의 부인들이란 부인들은 다 모여 산을 올랐다. 그런데 달이 떠오를 자리에서, 붉고 커다란 불덩이 같은 해가 덩실 떠올랐다. 사람들이 혼비백산해서 다 도망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순간 최씨의 발을 잡아끄는 것처럼 발이 저절로 움직이더니 앞으로 자꾸 걸음이 떼어졌다. 붉은 해를 향해 두 팔을 크게 벌리자 해는 최씨를 향해 쏟아지듯 달려들었다. 최씨는 엉겁결에 치마폭을 벌려 그 해를 받아냈다. 그 길로 태기가 있더니, 이듬해 5월 손병희가 태어났다. 상에 귀태가 흐르면서도 기골이 번듯한 것이 천상 대장부 감이었다. 모두들 태몽이 신통하다고 입을 모았다. “자네가 서자만 아니었어도 장원급제는 따 논 당상일 것을···. 이.. 더보기
비구름을 삼킨 하늘(4회) - 1장 1891년 공주(2) 1장 1891년 공주 (전회에 이어서) "우리 의령이와 비슷한 나이 같지요?” 그 순간 동이의 머리를 쓰다듬던 손길에서 미세한 떨림이 전해졌다. “걱정하지 말고 일어나렴. 다 잘될 테니까. 어서 일어나야지.” 불안한 동이의 마음을 들여다 본 것일까? 또다시 가만가만 동이의 머리를 쓰다듬는 다정한 손길이 느껴졌다. 동이는 천근만근 무거운 눈을 뜨고 소리 나는 쪽을 쳐다봤다. “어머, 정신이 돌아오나 봐요. 얘야, 정신이 드니?” 동이는 정신을 가다듬고 가만히 눈을 뜨니, 처음엔 흐릿하던 얼굴이 점점 또렷해졌다. “얘야, 내가 보이느냐?” 낯선 얼굴 둘이 걱정스럽게 자신을 쳐다봤다. 아! 역시 어머니 아버지가 아니다. 다정한 눈빛들이지만 처음 보는 얼굴들이다. 역시 꿈이었구나. 동이는 절망하며 다시 눈을 감.. 더보기
해월의 딸 용담할미(4회) - 속이 깊은 아이 윤 (관의 추적을 피해 떠도는 삶속에서도 성장하는 아이들. 아버지의 첫째 부인을 만나게 되고...) 송두둑은 해월이 입도 후 가장 오래, 가장 평화롭게 살았던 곳이었다. 꺼져 가는 동학의 불꽃을 살려낼 수 있었던 고마운 동네였다. 그러나 수상한 눈길이 잦아진 이상, 이제는 더 이상 미련을 둘 곳이 못 되었다. 해월은 바로 보따리를 챙겨 송두둑의 집을 사위가 된 연국에게 부탁하고 날이 어두워지자 혼자 집을 떠났다. 전라도 익산의 사자암으로 들어간 해월은 수 개월간 암자에 머물며 관가의 경계를 피했다. 초겨울에는 손병희 등과 충청도 공주의 가섭사에서 기도를 하며 이제는 손수 일일이 챙길 수 없게 커져 버린 각처의 도인들을 지도하고 연락 체제에 대해 궁리해 보았다. 송두둑 가족의 피신에 대해서는 얼마 전 제자들에..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