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썸네일형 리스트형 꿈이 있더냐(2회) - 벅차오르는 희망, 동학의 뜻은 넓게 넓게 퍼져라(2) 김은경이 해월 선생을 만난 것은 신사년(1881년 8월)이었다. 양반으로 태어나 오랜 시간 서책에 매달려 살아왔건만 학문의 울림은 없었다. 아니 유학으로 일가를 이룬 사람들이 이끌어 가는 나라가 유학이 가르치는 도리는 너무 멀어지기만 하는 데에 지긋지긋했다. 돈을 주고 관직을 사고 싶지도 않았다. 백성들은 굶어죽고 병들어 죽고 매맞아 죽어 나가기를 아침저녁 가리지 않는데, 조선의 유학자들은 서원에 모여 사대부 타령이나 하는 것이 신물이 날 지경이었다. 김은경은 풍문으로 동학이 주장하는 바를 전해 듣고 귀가 번쩍 뜨였다. 천지가 개벽하는 것만 같았다. 이 조선 땅부터 지상신선의 나라를 만들자는 것이 놀라웠고, 적서의 차별을 없애는 것은 물론이고, 양반과 평민과 천민들까지 평등하게 대한다는 말에 가슴이 열렸.. 더보기 깊은 강은 소리 없이 흐르고(1회) - 갑오년의 아침 이인한은 마을 앞 연못에 서서 길게 심호흡을 했다. 1894년, 갑오년의 새해가 밝아오고 있었다. 들판 너머로 짙푸른 바다가 펼쳐지고 차가운 갯바람이 불어왔다. 그의 두루마기 자락이 펄럭였다. 그는 하늘님께 심고를 드리고 두 손으로 목검을 잡고 재빠르게 허공을 가르며 내리쳤다. 챙하는 소리가 연못을 흔들었다. 느티나무 고목의 잔가지들이 연못 속에서 미세하게 떨었다. 잔바람에 물살이 파르르 밀렸다. 이태 전에 이웃마을 송촌리 이순홍(李順洪) 도인에게 입도식을 한 후로 그는 날마다 연못 가에서 수련을 했다. 그는 두 입술을 꼭 다물고 날카로운 눈으로 들판 너머 바다를 바라보았다. 이미 입도한 도인들의 발걸음이 저 바다 너머 섬마을의 골목골목을 채우고 있었다. 그는 오늘도 썰물이 되면 바다가 열리는 덕도에 갈.. 더보기 깊은 강은 소리 없이 흐르고 - 연재를 시작하며 (사진 : 장흥의 동학군 대접주 이방언 장군 판결문) 깊은 강은 소리 없이 흐르고 - 연재를 시작하며 봄햇살이 동백나무 잎새에 반지르하게 미끄럼을 타던 날, 평소 올곧은 역사교육을 위해 고향의 골목골목을 돌며 아이들에게 선조들의 자취를 찾아 혼을 불어 넣어주던 박병섭선생님께서 장흥으로 나들이를 주선해 주었다. 고은광순 선생님과 박맹수 교수님을 만나고 동학소설을 쓰겠다고 의지를 밝혔더니 늘 한결같이 국어교육에 대한 열망을 품어내는 동료 배선미샘도 동행해 주었다. 초등학교 근처에서 구두를 닦던 노인으로부터 장흥동학운동을 주도했던 증조할아버지인 이방언어른의 목소리가 얼마나 크고 우람했는지 전해 듣고 증조할아버지의 흔적을 찾아 평생을 장흥동학농민혁명회를 이끌어온 후손 이종찬 어른댁을 방문하고서 고개가 절로 숙여.. 더보기 은월이 - 줄거리 은월이 -자주의 깃발은 함성이 되어 작품 줄거리 은월은 어릴적 은진현에서 난을 일으켰던 윤희옥에게 노랑 나비 수가 새겨진 자주 댕기와 동경대전을 받는다. 가슴속에 라는 말을 새기며 성장한다. 은월은 금객주와 강경포에서 무역을 하면서 동학 후견인 역할을 하는 기생 출신 40대 여성이다. 은월은 무장기포를 접하며 개벽을 예견하고, 연산을 중심으로 동학농민혁명을 준비해 나간다. 하지만, 연산접내에서 박영채 접주와 노선에 갈등을 빚는다. 영옥은 은월을 존경하며, 동학을 위해 머리를 내린 기생 자향이다. 기생 자향은 영옥으로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어릴 적부터 마음에 품은 김석진에 대한 애정을 포기하지 못한다. 김석진도 이미 혼인을 했지만, 영옥에 대한 마음은 점점 더 커져만 갔다. 은월은 영옥과 김석진과 함께 .. 더보기 은월이 - 연재를 시작하며 은월이 연재를 시작하며 의로운 세상을 세우는 길에는 패배란 없다... 소설 속에 노랑 나비수가 새겨진 자주 댕기는 개벽이 계속된다는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다. 노랑나비는 희망을 자주는 운명을 개척하며 계속전진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갑오년 동학혁명은 비록 실패했지만, 의로운 세상을 세우기 위한 사람들의 행렬은 끝임 없이 이어지고 있다. 죽음은 새로운 시작이 되는 것처럼 끝이 없다고 패배가 없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결국, 정의가 승리한다는 것을 이 소설을 통해 전달하고 싶었다. 연산전투의 역사적 진실이 세상 밖으로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우금티 전투에서 패배한 후 남하한 동학 민중들은 흐트러짐 없이 다시 연산에 집결하여 대일 항전을 전개한다. 그들은 죽음도 두렵지 않았다. 육체적인 생명보다 더 소.. 더보기 겨울이 깊을수록 봄빛은 찬란하다(1회) - 임최소현 제1장 무릎에 닿는 봄추위가 뼈 속까지 시리다 날은 화창하고 맑았다. 하지만 입춘을 조금 넘긴 날의 아침 공기는 아직 차갑고 매서웠다. 우마차 여러 대가 동시에 지날 수 있을 만큼 넓은 육조 거리에 우뚝 선 광화문은 마치 칼을 찬 장수처럼 고압적이고 위풍당당하다. 어설픈 잡인들은 결코 이 문을 통과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 날 선 공기를 가로지르며, 흰 두루마기를 갖춰 입고 말총갓을 눌러쓴 헌헌장부 아홉 사람이 (뚜벅뚜벅) 걸어들어 왔다. 그들은 임금이 계시는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 앞쪽을 향해 긴장된 발걸음을 옮겼다. 맨 앞에 선 선비의 손에는 붉은 보자기로 싼, 상소문을 올린 상이 들려 있었다. 광화문 뒤로는 늠름하게 높이 솟은 인왕산이 한눈에 들어왔다. 사헌부 정문 앞과 그 맞은편에는.. 더보기 작품 [님, 모심] - 2회 해월 피체지 답사 해월 피체지 답사 기사는 예상했던 대로 반응이 뜨거웠다. 며칠 뒤에 유청은 기사가 난 신문을 들고 장일순 선생을 찾아갔다. 그 며칠 동안 장일순의 말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취재기자로서가 아니라, 순수한 학구열로 장일순의 말을 들어 보고 싶었다. 새로운 삶에 대한 호기심으로 그녀는 오랜만에 어린애 같은 설렘을 느꼈다. 유청이 찾아가자 장일순은 반갑게 맞아 주었다. 선생의 부모님과 형제가 직접 지었다는 아담한 기와집은 정원이 넓었다. 키 큰 측백나무 옆에는 쥐똥나무와 단풍나무가 울타리를 이루고 있었다. 정원 곳곳에는 산죽나무, 백일홍나무가 서 있었다. 초여름인데도 마당에는 질경이, 민들레, 괭이밥, 토끼풀 등이 납작 엎드린 채 꽃을 피우고 있다가 가끔씩 바람이 불 때마다 흔들렸다. 자갈 틈 사이에 끼.. 더보기 해월의 딸 용담할미 - 작가의 말 작가의 말- 상남자, 상여자가 거기 있었다20세기 중반 넷째 딸로 태어나 살면서 가정과 사회에 만연한 여성 차별의 심각성에 분노했다. 1999년부터 2005년 호주제가 폐지될 때까지 한국의 여성에 대한 차별의식과 열심히 싸웠다. 엄청난 남성들의 저항에 부딪히면서 차별을 당연시하는 한국남성들의 '찌질함'이 일제시대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제 강점 후 많은 국민이 성씨와 족보를 조작하는 등 남성 중심의 '양반 흉내 놀이'를 했기 때문이었다. 그 일을 치르는 동안 내게, 한국/조선의 남자들은 오로지 계몽의 대상일 뿐이었다. 그러던 중 동학을 알게 되고, 동학농민혁명을 만나게 되었다. 일제 강점이라는 큰 산 너머에는 수백만의 입도자가 있었고 수십만의 혁명군이 움직였다는 동학의 물결이 있.. 더보기 해월의 딸 용담할미(1회) - 어마 돌나물이 신기하네 해월의 딸-용담할매1. 어마, 돌나물이 신기하네 여섯 살 윤이겨우내 휘몰아치던 칼바람이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더니 북쪽의 흰봉산과 도솔봉에 더 많은 햇살이 머무르고 높은 하늘에서 새소리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집 뒤의 삿갓봉에서는 다다다다닥 부지런한 딱따구리가 새 집을 장만하는 모양이다.나뭇가지에 물이 올라 연두색으로 변해가고 지난 가을부터 가지 위에 쌀알만 하게 달려있던 눈이 커지기 시작했다. 봉오리의 노랑 빛이 진해지더니 개나리가 피었고 분홍빛이 진해지더니 진달래가 폈다.날씨가 따듯해지자 윤이는 부쩍 밖에 나와 노는 시간이 많아졌는데 김 씨는 마당 한쪽의 흙을 손가락으로 헤치며 윤에게 와서 보라고 했다. 김 씨가 흙을 헤친 곳에는 연두색 싹이 뾰족이 드러났다.“아아...”윤이는 그 뿐. 입을 벌리고는 .. 더보기 섬진강은 흐른다 - 줄거리 줄거리 광양 봉강에 사는 유석훈이 외가인 월포 앞 강물에서 재첩을 잡다가 물에 빠져 허우적거린다. 이것을 본 구동 젊은이 양계환이 물로 뛰어 들어가 구해준다. 그 자리에서 두 사람은 의형제를 맺고 징표로 서로의 은장도를 교환한다. 양계환은 친구 집인 봉강에 들렀다가 광양 민란으로 곤란에 처한 아저씨를 구례로 피신시켜 드린다. 그 후 구례로 오가다가 우연히 먼발치에서 임서엽 처자를 보고 한눈에 반한다. 임서엽의 집으로 청혼을 넣었으나 처첩을 거느린 아버지의 단정치 못한 행실로 인해 거절당한다. 양계환이 마음앓이를 하는 중에 동학 공부 하자고 친구들이 이끌어서 간 집이 구례 임서엽의 집이어서 깜짝 놀란다. 얄궂은 운명인지 유석훈도 임서엽을 좋아하여 두 사람은 사랑의 눈빛을 교환하더니 나중에는 결혼까지 하게 .. 더보기 이전 1 ··· 11 12 13 14 15 16 1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