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썸네일형 리스트형 은월이(6회) - <우수> 자주의 깃발은 함성이 되어(6) 우수 (음1.14/양2.19) 겨울이 지나고 눈은 비가 되어 내리고, 얼음은 녹아서 물이 된다는 우수가 왔지만 아직 쌀쌀한 바람 끝자락마다 얼음바늘이 꽂혀 있었다. 은월당 마당에 아낙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일찌감치 김석진과 젊은 도인들이 후방을 책임질 아낙들 잔치를 거들고 있었다. 김석진은 묵묵히 화로에 불을 피우고 있었다. 가마를 걸어야할 아궁이도 마당에 여러 개 만들었다. 영옥은 은월이 옆으로 다가 자신 있게 말을 했다. “연습 삼아 노상에 부엌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이거 보세요, 무거운 가마솥 대신 쇠가죽으로 했습니다.” “잘했구나.” “지난 취회 때,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마당에 펼쳐진 노상부엌을 보며, 은월은 흐뭇하게 웃음을 지었다. 금객주는 달구지에 잔뜩 음식을 실고 왔다... 더보기 동이의 꿈(4회) - 홍경래의 난(1) 두문불출하고 꼼짝도 하지 않고 누워 지내던 준기는 열흘이 지나고서야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옆에 놓인 종이에 동이가 그린 그림을 들여다보니 막대기를 든 사람이 이리저리 움직이는 형상이 그려져 있었다. 준기는 아직도 부기가 빠지지 않은 부숭한 얼굴을 하고 동이에게 물었다. “동이야, 도대체 이 그림들이 다 무어냐?” “우리 선생님이 추는 칼춤인데 원래 큰 스승님이 추셨던 춤이라 하던데요.” “칼춤을 추는 선생님이 다 있단 말이냐?” “예, 우리에게 글 읽는 것과 글씨 쓰는 것을 가르쳐 주시는데, 그것 말고도 좋은 말씀을 많이 해 주세요.” “그게 무엇이더냐?” “움직이는 것이나 움직이지 않은 것이나, 보이는 것이나 보이지 않는 것이나 이 세상에 있는 것들은 모두 귀한 존재래요.” “그래? 동이는 선생님이 .. 더보기 섬진강은 흐른다(3회) - 1장 의형제 제1장 의형제 경덕사 스님은 오늘 산 아래 구동마을로 탁발을 나가려고 마음먹었다. 듣자 하니 아랫마을에 양부자가 인색하고 고약하기로 소문이 났다고 하였다. 며칠 전에 들른 구동댁 이야기다. 양부잣집에서 논을 몇 마지기 얻어 농사를 지은 지 몇 해가 넘었건만 갈수록 살 길이 막막하다고 하소연이었다. 일 년 내내 갖은 애를 쓰고 농사를 지어 놓으면 가을걷이를 하기가 바쁘게 나락수로 다 뜯어가 버려 겨울에는 자식을 굶기게 생겼다고 하였다. 견디다 못해 몇 마디 말을 내어 인정을 좀 보여주십사고 양부자에게 청을 하면 양부자란 사람은 농부들의 사정쯤에는 눈도 깜박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오히려 자기 눈에 조금만 거슬려도 부쳐 먹는 땅을 바로 뺏어가 버리는 통에 살기가 무섭다고 하였다. 스님은 오늘 그 양반 버릇 한.. 더보기 은월이(5회) - 자주의 깃발은 함성이 되어(5) 은월은 연산회합을 다녀 온 후 더욱 분주해졌다. 늘 그랬듯이 금객주를 먼저 찾았다. 영옥은 금객주와 은월당으로 들어왔다. 은월이 앉은 채 두 사람을 맞았다. “영옥이가 옆에 있어 든든하겠습니다.” 금객주는 은월 옆에 언젠가부터 늘 함께 있는 영옥을 바라보며 말했다. “예, 우리의 뜻을 펴 나가는 데 꼭 필요한 것이 사람입니다. 그것이 보따리를 싸들고 삼십년 동안 만들려고 했던 해월 선생의 뜻이기도 할 것입니다.” 금객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일로 보자고 했습니까?” 은월은 방긋 웃었다. “예, 마음에 맞는 객주와 상인들을 따로이 규합해야 할 것 같습니다. 특히 왜놈들 횡포에 큰 피해를 입은 자들, 관 것들에게 치를 떠는 사람들로…” “규모는 어떻게 할까요?” “대여섯 명씩 여러 개로 조직해 주십시오.. 더보기 피어라꽃(4회) - 진도 하조도에도 동학이 싹트고 다음 날 박중진과 손행권은 썰물에 맞추어 진도를 향해 출발했다. 손행권이 박중진을 보며 말했다. “나도 동학에 입도할라네. 내 펭생 이런 말은 들어본 적도 없고, 인자사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여.” 그들은 나봉익을 찾아가 만나보기로 했다. 며칠 후 박중진이 손행권과 함께 의신면 만길리 포구에 배를 대고 사람들에게 물어 나봉익의 집을 찾아갔다. 다행히 나봉익은 그물을 손질하느라 집에 있었다. 영광에서 최경선의 소개로 찾아 왔다고 하니 반갑게 맞아 주었다. 나봉익은 그들을 방으로 안내한 후 형님을 모시고 오겠다며 잠시만 기다리라고 했다. 조금 있으니 나봉익이 재종형님이라는 나치현과 함께 들어왔다. 그는 자그마한 키에 수염이 단정했다. 맑은 눈빛이 부드럽고 차분하여 적은 나이는 아닐 것이라 짐작되었다. “.. 더보기 내포에 부는 바람(4회) - 박이용운 내포에 부는 바람(4회) “나으리, 지나간 일이지만 혼사 일로 저를 많이 원망하셨지유?” “삶이 원망스러웠습니다만, 지나간 일입니다.” “이제사 얘기인데 당시 순섬 아씨 아버지에게 나으리의 어머니 신분을 고자질한 사람이 누군지 아시나유?” 월화는 우울한 얼굴로 이창구를 쳐다보았다. “누구면 어떻습니까. 알고 싶지 않습니다.” “덕산 수령이었어유.” “예?” 이창구는 깜짝 놀랐다. 덕산 수령이 대체 내 혼사에 무슨 억하심장이 있단 말인가? “그 당시 혼사를 훼방 놓은 자가 누구인지 사람을 시켜 알아 봤어유. 덕산 수령이더라구유. 관 창고에 쌓여 있는 곡식을 5할의 장리로 빌려주어 이문을 남기려는디 나으리가 2할의 단리를 받고 있으니 방해가 되었던 거지유. 너 좀 당해 봐라 한 거지유.” “장리 문제는 알고.. 더보기 깊은 강은 소리 없이 흐르고(4회) - 동백 숲에 흐르는 도인의 꿈 제2장 동백 숲에 흐르는 도인의 꿈 정월 초사흗날 새벽 당제(堂祭)가 시작되었다. 마을 앞 성황당에는 목욕재계한 제사장이 흰 두루마기에 갓을 쓰고 정중한 자세로 제수를 올리고 있었다. 정초에 제사장(祭司長)으로 지목된 이는 일 년 동안 궂은 곳에 드나들지 않으면 몸을 정결하게 가꾸곤 했다. 천관산 기슭에서 길어온 물로 제수를 새롭게 지었고, 제단(祭壇)에는 잘생긴 말 한 필이 금방이라도 푸른 초원을 달려가려는 듯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그것은 마을 사람들이 돈을 모아서 만든 동상(銅像)이었다. 제주도에서 기른 말이 육지로 들어오는 포구 주변에는 말을 신으로 모시는 당제가 많았다. 대흥면 연지리 성황당에도 마신을 모시는 당제가 진행 중이었다. 제사장의 명령에 따라 함께 참여한 마을 어른들의 재배와 헌주가 .. 더보기 작품 [님, 모심] - 4회 원주와 해월 최시형 원주와 해월 최시형 “선생님, 해월 선생은 원주에서 붙잡힌 다음 어떻게 되셨어요?” “원주에서 문막까지 가서 거기서 뱃길로 여주를 거쳐 서울로 끌려간 다음 압상되어 서소문 감옥에 갇히셨지. 이때 모모한 제자들이 모두 서울로 몰려들었고, 이종훈이란 도인이 일선에서 해월 선생과의 연락을 도맡았는데 서소문 감옥의 간수 두목 김준식을 찾아가 의형제를 맺었다고 하더군.” “보통 분이 아니시군요.” “이종훈은 동학에 입도한 직후에 보은 취회가 있었는데 큰돈을 들여 그 비용을 충당하면서 두각을 나타냈고, 동학혁명 당시에 지혜와 용력을 발휘하여 관군과 담판을 지은 일로 여주 일대에서 동학도들의 명망을 얻었지. 하여 일제강점기인 기미년(1919) 3‧1 운동 때 민족 대표 33인으로서 독립선언서에 서명한 분이기도 하지... 더보기 겨울이 깊을수록 봄빛은 찬란하다(3회) - 임최소현 사진설명: 구중궁궐 창덕궁의 일부 모습 대표들의 낯빛이 바뀌었다. 손병희는 낮에 비몽사몽간에 눈앞에 나타났던 장면이 이렇게 펼쳐지는 게 더욱 놀라웠다. 누군가 괘서를 붙인 후에 쫓기고 있었는데, 손병희 도력으로 무사히 빠져나갔음을 직감하였다.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잠시, 그는 이번 상소문의 대표로 이름을 올린 박광호 등 다른 대표들을 독려하여 서둘러 짐을 싸서 서울을 빠져나가야 했다. 조정에서는 이제까지 혹세무민하는 서학의 요설(妖說)에 싸잡힌 무지몽매한 집단이며 유리걸식하는 비적떼라고만 치부하던 동학도들이 엄정한 위의를 갖추고 정연한 이치를 펴는 것에 내심 놀랐다. 그들은 질서정연하였고, 나라의 문제점을 정확하게 비판하고 걱정하는데다가, 최근에 걷잡을 수 없이 밀어닥치는 외세에 대해서도 날카롭게 비.. 더보기 해월의 딸 용담할미(3회) - 김연국이 사위가 되고... (이필제난 이후 고난을 겪는 해월가족, 둘째 아내를 얻고 김연국을 사위로 맞게 되는데...) 관군의 집요한 추적을 피해 해월은 깊은 절망을 안고 소백산 골짜기를 탔다. 굶주림에 지쳐 죽을 고비를 넘기고, 비몽사몽간에 높은 절벽에 서서 뛰어내릴 생각까지 품었으나, 고비원주(高飛遠走), 높은 뜻을 펼치고 멀리까지 도를 펴라는 스승님의 말씀이 마지막 한 걸음을 멈춰 세웠다. 스승의 인도가 있었던가, 한울님의 감응이 있었던가. 영월 직곡리 박용걸의 집에 겨우 의탁하게 되어, 몸을 추스르며 49일 기도를 드렸다. 수운 스승이 살아 계실 때 49일 기도를 여러 차례 했지만 이렇게 치열하게 기도한 것은 처음이었다. 기도를 시작하자마자 통곡이 터져나왔다. 자기의 과오로 희생된 도인들을 생각하며, 어린 나이에 참수를 앞.. 더보기 이전 1 ··· 9 10 11 12 13 14 15 ··· 17 다음